[한국문화신문=허홍구 시인]
오래 전 내가 만들던 잡지에 원고를 청탁하여 실은 적이 있다.
윤구병 교수
그때도 울림이 있는 글을 실어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던
윤구병(전 충북대 교수)씨의 대담 기사를 읽고 이 글을 적는다.
20년 전 스스로 대학교수직을 버리고 농부가 되었던 사람
남의 뜻과 눈치를 보지 않고 자신의 뜻으로 살아가는 것-
어찌 생각 해 보면 참으로 당연하고도 위대 해 보였다.
대학에서 15년 동안 철학을 가르쳤지만 전혀 즐겁지 않았단다.
학생들은 죽어 가는데 정작 교수들은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그래서 그는 정년이 보장된 교수직을 버리고 농부가 되었다.
이제 하늘은 높고 푸르른 가을! 결실의 계절이다.
나는 무엇을 거두고 또 무엇을 버려야 할 것인가를 생각한다.
가을이라 하여 우리 어찌 다 거두기만 할 것인가.
버려야 할 것들을 버리지 못하면 얻을 것을 잃어버린다.
욕심을 버리는 것, 가진 것을 나누는 것, 참 행복한 일이다
이 가을에 여러분은 무엇으로 행복하시렵니까?
▲ 눈을 뜨면 그저 고맙다는 큰 절 부터 시작하는 윤구병 농사꾼, <그림 이무성 한국화가> |
윤구병* 짧은 머리에 번뜩이는 총기와 선한 눈망울 왜 이렇게 재미있고 솔직하고 울림이 큰지 모르겠다. 하느님이 누구인지 부처가 무엇인지는 몰라도 지난해에는 말기 간암 판정을 받았지만 두려워않는다. 이사람 왜 이렇게 당당하고 가슴이 뜨거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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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대 철학과 교수를 등지고 변산에 내려가 농촌공동체를 일군 농사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