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이 생각한 ‘나라 일’과 ‘개인 일’

2019.01.17 11:53:34

생각의 정치를 편 ‘세종의 길’ 함께 걷기 12

[우리문화신문=김광옥 명예교수] 

 

스스로 결정하기 : 독단위지[獨斷爲之]

 

생각하는 사람의 마지막 실현은 무엇인가. 그것은 생각하고 생각하여 스스로 결단을 내리는 일이다. 이는 신념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사상으로 나타날 것이다. 그런데 조선의 임금인 세종이 결정하는 일은 개인의 일인가, 나라의 일인가.

 

[화가위국] : 예조에서 고하기를, 전 왕조 말엽에 정치는 산란하고 민심은 이탈하여, ... 천명(天命)과 인심(人心)이... 〈태조〉를 추대하시어 ‘집을 변하여 새 왕조를 이룩’[化家爲國]하셨습니다. (《세종실록》 즉위년 9월 11일) 惟我上王殿下應時決策, 倡義推戴, 化家爲國。(참고: 이한수, 《세종시대 家와 國家》, 한국학술정보[주], 2006)

 

임금이면서 개인일 수 있는 한 근거는 왕조국가가 한 가족의 연장선상에 있다는 논리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나라가 바로 왕가는 아니다. 그러나 양녕 문제에서 ‘이것이 비록 일가의 일이라 하여도 또한 나라에 관계되는 것’이라 하였다. 나라가 한 가족의 연장선에 있다는 의식이 있다.

 

가사와 국사 : (상왕이 양녕의 산릉 제사 참여를 못하게 명하다) 이천(利川)과 거리가 멀지 않으니, 양녕으로 하여금 효령의 예(例)에 의하여 오고가는 편에 능에 가서 절[拜]을 드리게 하는 것이 어떠할는지. 이것이 비록 한 집안의 일이라 하여도 또한 나라에 관계되는 것(此雖一家事, 亦係國家)이니, 그것을 대신들과 조용히 의논하여 고하도록 하라.(《세종실록》 2년 8월 11일)

 

이로 보면 세종 개인으로서는 가족의 일과 나라의 일이 섞여 있고, 개인의 의지와 철학이 나라 윤리의 기준이 될 수 있는 개연성이 있게 된다. 세종은 개인의 일에 속할 수 있으나 나라 안위에 관계되지 않는 범위라 판단하면 독단적 결정을 내린 몇 가지 사례가 있다. ‘독단위지’는 세종의 생각에서 마지막 단계의 결정이다. 스스로 결단을 내리는 일이다. 그 근거를 댈 때는 ‘경과 권’ 그리고 ‘나라 안위’로 신하들에게 설명한다.

 

권과 경: 법은 융통성과[權]과 원칙[經]중에서 그 어떤 한가지만을 고집할 수 없다.(세종 25/10/12) 上曰: 法有權經, 不可執於一也。

권(權)은 임금의 직책으로 내리는 결단이고 경(經)은 그간 제도로 이어져 온 원칙이다.

 

[독단위지(獨斷爲之)] : 임금이 말하기를, 내가 권신(權臣)에게 제재를 받을 임금이 아니다. 무릇 일이 의심나는 것은 여러 사람에게 의논하지마는, 의심이 없는 것은 독단으로 하는 것(無可疑者則獨斷爲之)이다. 너희들이 나를 권신에게 제재를 받아서 스스로 가부를 하지 못하는 줄로 생각하는가.(세종 30/7/18)

 

나라의 문제 가운데서도 의심이 없는 것은 독단으로 결정한다. ‘의심이 없다는 것’은 신념이기도 하지만 거기에 ‘나라 문제’의 범위를 벗어난 것이다. 신석조ㆍ이사철 등이 불당설치 불가를 아뢸 때 대응하는 방법이 흥미롭다.

 

불교 논쟁 : 그대들이 비록 번거롭게 굳이 청하지마는, 현명한 신하의 말이 반드시 무지한 인군에게는 맞지 않을 것이며, 무지한 인군의 말이 현명한 신하의 귀에는 들어가지 않을 것이다. (세종 28/3/28)

 

불교를 둘러 싼 일은 나라 일인가, 개인 일인가. 이도는 현명한 신하와 무지한 인군이라는 반어법으로 풀고 있다. 두 의미가 상충하여 원 의미를 떠나고 있다. 다분히 불교적 표현이다. 곧 국가의 공공 업무로서 백성에게 영향을 끼치는 일에서는 그 결정이 곧 국법의 기준이 될 수 있으나 이것이 개인의 문제에 국한 될 때에는 나름대로의 개별적 해석을 보이게 된다.

 

양녕의 문제는 왕권을 어지럽히는 일이나 세종은 이를 효의 연장선상에서 가정의 문제로 보고 있고, 불교의 문제는 건국이념과 상충하나 관습과 개인의 신앙(사유세계)의 문제로 보는 관점의 차이다. 여기에 한 가지 조건은 나라 안위에 지장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개인의 문제를 떠난 정치적 결정에서 파저강 전투, 수령육기제, 공법, 훈민정음 실시 등 제도개혁과 창제에서는 경經과 권權에서 권도를 보이고 있다. 이보다 덜 충돌적인 부민고소금지법 등은 중용의 법으로 처리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김광옥 명예교수 kokim97@hanmail.net
Copyright @2013 우리문화신문 Corp. All rights reserved.


서울시 영등포구 영신로 32. 그린오피스텔 306호 | 대표전화 : 02-733-5027 | 팩스 : 02-733-5028 발행·편집인 : 김영조 | 언론사 등록번호 : 서울 아03923 등록일자 : 2015년 | 발행일자 : 2015년 10월 6일 | 사업자등록번호 : 163-10-00275 Copyright © 2013 우리문화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pine9969@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