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9. 시창 촉석루(矗石樓) 감상

2019.03.04 23:35:03

[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409]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명예교수]  지난 회에는 7언(言) 1구(句)의 한문시는 곳곳에서 볼 수 있으나 그 의미를 알기 어렵고, 시창으로 부를 수 있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는 점, <송서ㆍ율창>의 보존회원들이나 <글 읽는 나라 문화제전>에 참가하고 있는 남녀노소 경창자들이 부르고 있다는 점, 한시의 암기는 창을 통해 가능한데, 창의 효과가 바로 시창이나 율창, 송서가 탄생하게 된 배경이란 점을 얘기했다.

 

제3회 글 읽는 나라 문화제전에서 최고의 영예를 차지한 김형주 수상자는 깊은 내용 위에 가락을 얹어 부르면 마치, 하늘의 신선이 된 기분이라는 소감과 미래 시대의 주역인 어린이들에게 보급하는 것이 시급하며, 그 아름다운 가락은 정서적으로 차분해 져서 심신을 안정시켜주는 음악치료로도 손색이 없다는 이야기 등을 하였다.

 

벽파의 가창대계에 소개되어 있는 시창에는 경포대, 만경대, 촉석루, 만류무민, 영풍, 신추, 관산융마, 등이 대표적이다. 그런가 하면 서울시 예능보유자, 유창이 발매한 음반 속에는 영남루, 강능경포대, 죽서루, 효좌, 사친, 영풍, 만경대, 개천절노래 등이 담겨 있어 다양한 시창이 다양한 가락으로 전해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가운데 경포대와 만경대의 제1~2구를 통해 시의 분위기를 느껴보고 진주 남강위에 있는 촉석루를 노래한 시창을 감상해 보기로 한다.

 

<경포대>는 심영경의 작품으로 강능 경포대의 경치를 그림 그리듯 노래하고 있다. 동해바다의 물결과 그 위를 나르는 백구의 한가한 모습, 술잔에 비친 달 등을 노래하고 있다. 제1~2구는 다음과 같다.

 

십이난간벽옥대(十二欄干碧玉臺) 열 두 난간 푸른 옥대에

대영춘색경중개(大瀛春色鏡中開) 큰 바다 봄빛이 거울 속에 열렸네.

 

다음은 양사언의 작품으로 알려져 있는 만경대로 시적 분위기는 활발하게 시작한다. 만경대의 풍치도 담백하게 그리고 있다. 제1~2구를 감상해 보도록 한다.

 

구소생학하주루(九霄笙鶴下珠樓) 학을 타고 저를 불며 이 누각에 내려왔고

만리공명호기수(萬里空明灝氣收) 넓고도 맑은 기운 멀리멀리 뻗쳐 있네.

 

경포대나 만경대에 견주면 촉석루는 시창으로 옮기는 소리꾼들이 비교적 많은 셈이다. 촉석루는 매우 유명한 누각으로 경상남도 진주시에 있다. 촉석루에 오르면 바로 아래 남강이 흐르는 모습을 볼 수 있고, 논개가 왜장을 안고 뛰어들었다고 하는 의암바위가 자리하고 있다. 누각에서 내려다보는 경치도 아름답지만, 강 건너편에서 촉석루를 바라보는 누각의 모습은 더더욱 멋이 있다.

 

촉석루라는 시는 주위 경개를 7언으로 읊은 시인데, 1구가 7언이고, 모두 8구이므로, 모두 56자로 구성되어 있는 시 이다. 매 구절마다 모두 7자로 되어 있는 시를 흔히 7언시라 부르고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7언시들은 읽고 쓰기 위해 지었을까? 아니면 노래로 부르기 위해 지었을까?

 

 

가람 이병기의 시조에 관한 의견을 보면, 시조나 한시는 부르기 위해 지었을 가능성이 높다.

 

“시조 한 장쯤은 부를 줄 알아야 무난히 행세를 하게 되던 옛날, 그 지음으로 보아서는 변변치 못한 것이라도 그 창으로 보면 부르지 못할 것이 없었고, 또한 그 짓기를 위해 지었던 것이 아니라, 오로지 그 부르기만을 위하여 지었던 것이라 본다. 시조가 오늘날까지 그 이름을 전해오는 것도 그 창으로 말미암은 것이며 지금까지 일반인들이 시조를 생각하는 것도 그것 만이며, 워낙 시조라는 이름부터도 그 창의 이름이요 그 노래의 이름이 아니었던가 한다.”

 

시조라는 용어가 단순한 하나의 정형을 이루고 있는 시의 문학적 의미보다는 노래의 이름이라는 주장이다. 노래를 가리키는 이름이 시조라 한다면 지금 우리가 이야기 하고 있는 <시창>이라든가, <율창>의 장르도 문학의 범주에 남겨 둘 것이 아니라, 창자들의 노래 영역으로 끌어들여야 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촉석루의 원문과 벽파의 우리말 번역문을 함께 소개한다.

 

진양성외수동류(晋陽城外水東流)  진양성 밖 남강의 물굽이 동으로 흐르는데,

총죽방란녹영주(叢竹芳蘭綠映州)  대 그늘 푸르거니 난초꽃도 곱더구나.

천지보군삼장사(天地報君三壯士)  하늘 땅 만년가도 세 분 이름 뚜렷하고

강산유객일고루(江山留客一高樓)  이 강산 삼천리에 이 누각이 제일일세.

가병일난잠교무(歌屛一暖潛鮫舞)  봄 들어 화창하면 고기들이 뛰놀며

검막상침숙로수(劍幕霜侵宿鷺愁)  가을이라 서리 찰 적에 백로 앉아 졸고

남망두변무전기(南望斗邊無戰氣)  남방을 바라보니 싸움 다시없게 되어

장단가고반춘류(將壇笳鼓伴春遊)  전진중에 북 피리는 풍류기구 되었구나.

 

            <시창 촉석루의 악보>

 

 

 

위 <촉석루>에 나타나고 있는 출현음은 황(黃, 솔)-중(仲, 도)-임(林, 레)-남(南, 미)의 4음과 옥타브 위로 황(潢, 솔)-중(㳞, 도)-임(淋, 레) 3음이다.

 

그러므로 시창 촉석루를 구성하고 있는 주요 골격음은 위 7음으로 시조창의 주요 골격음과 비슷하다. 다만 차이점이 있다면 南이 출현한다는 점과 潢이상의 고음들이 자주 출현해서 가락이 높게 진행하는 부분이 많다는 점이다. 또한 장단에 맞추지 않고 자유스럽게 숨으로 단락을 짓고 있는 점이 시조창과 다르다 할 것이다.

 

시창 촉석루를 즐겨 부른다는 장세은(제2회 글 읽는 나라 제전 장원) 양의 말이다.

 

“우리 모두는 좋은 시 구절 하나는 모두 마음속에 심고 살아가지요. 문학적인 연구가치가 높으나 학문을 넘어, 시대를 넘어, 사람의 숨결과 향기가 살아 흐르는, 시창이 저는 좋은 것입니다. 가사가 서정적이고, 음률이 아름다운 촉석루를 부르고 나면 마치, 봄비가 내려 도시 생활에 찌들고 메말라 있는 제 가슴을 촉촉이 적셔주는 듯합니다.

 

처음에는 한문으로 된 시구(詩句)도 어렵고, 무장단이어서 호흡으로 처리하는 것이 다소 어려웠으나, 소리의 내공이 쌓이면서 점차 아름답게 느껴지기 시작했어요. 시를 읽고 느끼는 자체로도 좋지만, 가락을 넣어 창으로 부르면 더더욱 멋진 시 감상이 될 것입니다. 시창의 매력은, 사람의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 앉혀 주는데 있다고 생각합니다.”(다음 주에 계속)

 

서한범 명예교수 suhilkwa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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