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녘에 홍매화 피니 바야흐로 봄입니다

2019.03.03 22:04:31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4026]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서양 시인들은 녀자와 장미 (薔薇)를 노코는 시를 못 지으리만큼 녀자와 장미를 노래하엿다 하면 동양의 시인들은 술과 매화가 업고는 시를 지을 수가 업스리만큼 술과 매화를 을펏슴니다. 그는 지나(중국) 시인이 그랫고 일본 시인이 그랫고, 우리 조선의 시인들이 또한 그랫슴니다. 그리고 정다운 고향을 떠나 천리 객장에 몸을 붓친 외로운 손도 고향의 친구를 만나 고향 소식을 무를 때에는 가정의 안부보다도 뜰 압헤 심어잇는 매화의 피고 안 핀 것을 먼저 뭇고 과년한 처녀가 그리운 님을 기다릴 때에도 매화 열매의 일곱 남고 셋 남고 필경은 다 떠러지는 것을 보고, 안타까운 생각이 더욱 간절 하얏답니다.”

 

 

이는 일제강점기 잡지 《별건곤》 제5호(1927년 03월 01일)에 실린 “매화(梅花)와 수선(水仙) 이약이”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왜 그렇게 우리 겨레는 매화를 좋아했을까요? 조선 중기 문인 신흠의 상촌집에는 '梅一生寒不賣香'(매일생한불매향)이라는 구절이 있습니다. 매화는 한평생 추운 한파에 꽃을 피워도 향기를 팔지 않는다는 말이지요. 따라서 매화를 절개가 굳은 꽃으로 보았고, 그래서 사군자의 하나로 꼽은 것입니다. 눈 속에서 꽃망울을 터뜨리는 '봄의 전령사'가 바로 매화입니다. 저 멀리 남도의 땅끝마을에, 순천 선암사에, 양산 통도사에 붉은 홍매화가 피니 바야흐로 봄입니다.

 

우리 곁의 매화 가운데는 묵묵히 긴 겨울을 견딘 뒤 봄을 싹틔우는 백매(白梅), 터지고 뒤틀리면서도 고고한 춤사위가 아름다운 고매(古梅), 흐드러지게 피어 교교한 달빛에 도취되는 월매(月梅)는 참으로 아름답습니다. 그러나 척박한 땅에 뿌리를 내리고 북풍한설 매서운 바람 속에서도 은은한 자태를 잃지 않는 설중매(雪中梅)는 더욱 우리에게 감동을 줍니다.

 

 

김영조 기자 pine996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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