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정한 몸가짐에 꼭 필요했던 얼레빗과 참빗

2019.07.07 22:40:50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4116]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수단곤륜옥(誰斷崑崙玉)  누가 곤륜산 옥을 베어내어

   재성직녀소(裁成織女梳)  직녀의 머리 빗 만들었나

   견우일거후(牽牛一去後)  견우 한번 떠나간 뒤

   수척벽공허(愁擲碧空虛)  수심에 젖어 푸른 허공에 던져버렸소

 

시인 황진이는 “반달을 노래함[詠半月]”이라는 시조에서 반달을 "직녀가 견우와 이별한 뒤 하늘에 던져버린 그녀의 얼레빗"이라고 표현 합니다. 칠석이 지나서 견우와 헤어졌으니 머리를 예쁘게 빗어도 보아줄 사람이 없기에 하늘에 던져버린 것이지요. 반달은 보름이 되면 보름달이 되지만 반달 자체만으로는 반쪽일 뿐입니다. 옛 사람들은 얼레빗이 반달 모양으로 생겼다 하여 월소(月梳)라고 불렀습니다.

 

 

우리 겨레가 썼던 전통 빗의 대표적인 것으로는 빗살이 굵고 성긴 얼레빗과 가늘고 촘촘한 참빗이 있습니다. 그밖에 빗살을 한쪽은 성기게 하고 다른 쪽은 촘촘하게 하여 양쪽의 용도가 다르게 만든 음양소(陰陽梳), 관자놀이와 귀 사이에 난 머리털을 빗어 올리는 작은 면빗, 상투를 틀어 올릴 때 쓰는 상투빗이 있지요. 또 남성들이 망건을 쓸 때나 살쩍을 망건 속으로 밀어 넣을 때 쓰는 얇고 긴 모양의 살쩍밀이도 있습니다.

 

시집갈 때는 아무리 가난해도 빗 하나는 품고 갔다고 할 만큼 단정한 몸가짐에 꼭 있어야 하는 것이었지요. 평소에는 경대에 넣거나 한지로 만든 빗접에 넣어두기도 하고 빗접고비에 꽂아두기도 했습니다. 큰머리ㆍ땋은머리ㆍ낭자머리가 사라지면서 빗을 쓸 일이 점차 줄었음은 물론 플라스틱으로 만든 여러 가지 형태의 빗이 나오고 있어서, 전통 빗은 전라도 담양ㆍ영암 등에서 만들어 관광용품으로 겨우 명맥만 유지하고 있을 뿐입니다.

 

김영조 기자 pine996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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