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시절 함께 견딘 엄마의 절약독

2019.07.13 11:37:30

[엄마가 들려준 엄마의 이야기 15]

[우리문화신문=김영자 작가]  엄마시절, 우리집에 문 열고 들어서면 부엌으로부터 온돌위의 공상(팔걸이와 등받이가 없는 걸상)에까지 줄느런히 장독, 간장독, 물독, 쌀독……들이 있었는데 창고가 따로 없던 자그마한 집이었건만 한꺼번에 엄마의 깨끗함과 알뜰함이 한눈에 안겨 왔었다.

 

“와~ 이 짐독(큰 단지)은 곱기두 하오? 반질반질하네……” 지금처럼 오지독이면야 얼마나 좋으련만, 그때엔 전부 토기독들이었단다. 마을의 엄마들은 만져도 보고 독을 열어도 보시더란다. “와~ 입쌀(하얀쌀)? 이렇게 많이?”모두 눈이 휘둥그레지며 엄마를 쳐다보시더란다. 바로 이 제일 고운 짐독은 아무도 모르는 엄마의 “절약독”이었단다. 이 독에는 늘 보기 좋게 입쌀이 넉넉히 들어 있었단다.

 

엄마는 우리에게 “모주석(모택동 주석)께선 랑비는 최대의 수치라고 하셨단다. 올해 풍년이지, 계속 풍년일지 알 수 없지 않니? 흉년이 들면 바가지 들고 어디 가서 빌어먹겠니? 랑비는 말아야한다.”고 하셨단다. 하기에 엄마는 밥 할 때마다 한줌씩 꺼내어 절약독에 놓고 이삭 주은 쌀도 가끔씩은 절약독에 넣곤 마음대로 꺼내지 않으셨다고 하는구나!

 

이것은 점차 엄마의 습관으로 되였단다. 하기에 이 고운 독은 늘 풍년이었고 엄마의 마음도 늘 풍년 기분이셨다고 한다. 간혹 손님이 오시거나 오빠가 일요일이거나 방학이 되여 집에 오면 엄마는 꼭 이 절약독의 고운 쌀을 꺼내어 밥을 짓거나 떡도 하시였단다.

 

어느 하루였단다. 앞집 아주머니가 자기도 엄마처럼 고운 독을 만들어서 절약독을 하겠다면서 독을 닦는 비결부터 알려달라구 하시더란다. 엄마는 “부지런함이 비법이라구 하셨단다. 그러면서 사온 독을 먼저 볏짚이거나 새끼오리로 찬물에 며칠 씻고 그 뒤엔 콩물로 잘 씻은 다음 콩기름을 푹 발라 흡수시킨 뒤 그 다음부턴 부지런히 찬물로 매일 닦으라고 하셨단다. 부지런히 닦고 또 닦고……, 절약독도 부지런히 사용하고……”

 

과연 1955-1957년 사이에 큰 흉년이 들어 거의 집집마다 량식고생이 막심하셨단다. 많은 집들에서 보릿고개를 넘기기 힘들었고 소 사료로 쓰던 두병(콩깻묵)도 밥할 때 같이 넣어 먹었고 애들도 간식으로 먹이군 했단다. 물론 나물과 무우를 넣어 밥도 해먹었단다. 지금은 건강식품으로 채소나 무우를 조금 넣고 밥해 먹지만 그때는 보탬으로 나물과 무우를 넣었지……

 

그대로 엄마를 본받아 평소 절약독을 갖춘 집들은 그나마 좀 괜찮은 편이었단다. 엄마는 절약독도 절약해둔 쌀마대도 헤쳐 그 고비를 넘겼고 몹시 어려운 몇 집엔 조금씩 나누어 주셨단다.

 

 

나는 엄마보구 “우리도 그 맛없는 무우밥을 먹으면서 왜 그 좋은 쌀을 그저 남에게 주는가?”고 하면 “그 집들에선 식구도 많아 얼마나 고생이니? 나누어 먹으면서 이 고비를 넘어야지.” “옛날 우리 온집 식구가 병들어 있을 때 그래도 동네분들이 새끼줄 경계선을 넘어 죽을 집 문밖에라도 갖다 주지 않았니? 그 고마운 분들 생각하면 지금도 눈물이 난다.”고 하시면서 남의 은혜 잊지 말고 남을 도와 줄줄 알아야한다고 하셨단다.

 

하기에 엄마가 나에게 감자가마치(누룽지)를 꽁꽁 주물러 간식으로 주면 나도 두병 먹는 애들에게 조금씩 나누어 주던 기억도 나는구나! 가을이면 맨발 바람으로 햇살을 등에 업고 엄마 따라 논밭 콩밭에서 이삭 줍고 방앗간에 가선 힘겨웁게 보리방아 찧던 일 꿈만 같기도 하다.

 

엄마의 절약독은 굽날(밑바닥이 드러날) 때가 없었단다. 겨울방학에도 큰오빠와 내가 꽉지(땅을 파는 도구)로 배추 뿌리를 파오면 엄마는 그것을 말린 다음 가루내어 밀가루에 섞어 떡도 해주고 소나무 껍질도 우려서 가루에 섞어 떡 해 먹으면서 모진 고난을 용케도 이겨 내셨단다. 엄마는 남들에겐 쌀도 주셨지만 데면데면한(어떤 일을 하던지 서툴고 깔끔하지 못한) 둘째오빠가 밥을 흘리면 한바탕 모진 훈계도 하셨단다.

 

지금은 시대의 발전에 따라 “절약독”이란 단어가 없어지지 않았니? 언제 그런 일도 다 있었던가 싶구나! 오늘의 이 행복 누가 주었지? 지구상엔 아직도 굶주림에 허덕이는 사람들이 많지만 지금 우리는 얼마나 행복하게 보내고 있니? 그러니 “목마를 때 우물 판 사람 잊지 말고 행복할 때 지난날을 잊지 말아야겠구나! 향수를 누린다하여 망탕(마구) 랑비는 없어야하고 근검절약 정신은 영원히 우리의 미덕으로 되어야겠다.”

 

초요사회(현단계를 초월하여 퍽 잘사는 사회)에서 향수도 한껏 받아야겠지만 지난날 나의 엄마와 같은 선친들이 고난을 이겨내던 그 의지는 영원히 잊지 말아야겠다.

 

 

 

김영자 작가 15694331966@163.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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