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약사사 국보 동탑, 수리 마치고 일반 공개

  • 등록 2023.04.30 11: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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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일본이야기 < 687 >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여러분들의 깊은 신앙심에 힘입어 약사사에서는 지난 12년 동안 수리 작업을 해온 국보 동탑(国宝 東塔) 대수리를 끝내고 4월 21일부터 25일까지 낙경법요(落慶法要)를 엄수합니다. 동탑의 일반공개는 2023년 4월 28일부터 2024년 1월 15일까지입니다.”

 

이는 일본 천년고찰 나라(奈良)의 약사사(야쿠시지, 薬師寺) 누리집의 ‘알림문’이다. 낙경법요(落慶法要, 이하 낙경법회)란 ‘사원에서 건물의 신축이나 수리 등의 끝냄을 축하하는 법회’를 말한다.

 

약사사의 국보 동탑(国宝 東塔)은 현저한 손상으로 2009년에 전면 해체 공사에 들어가 각 분야의 장인들이 동원되어 12년 만에 수리를 마치고 2021년 2월 준공되었으나 코로나19로 지난 4월 21일에서야 낙경법회를 열게 되었다.

 

 

이번에 수리된 동탑의 1층에는 4개의 상(像)이 안치되어 있는데 모두 높이 약 3미터, 폭 4·7미터, 깊이 1·5미터의 크기로 그 모습은 어머니의 태내에 깃든 '입태'(북), 탄생을 뜻하는 '수생'(동), 왕자로 지내는 '수락'(남), 수행생활을 하는 '고행'(서)을 나타낸다. 이는 부처의 파란만장한 생애를 의미하는 것이다.

 

일본 초기 불교의 중요한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나라(奈良)에는 남도칠대사(南都七大寺)로 알려진 고찰들이 있으며 이들 절은 나라시대(奈良時代, 710~794) 헤이조쿄(平城京)와 그 주변에 있는 7개의 절을 일컫는다.

 

이들 7개의 절은 한국인 관광객들이 오사카ㆍ교토ㆍ나라 지방을 여행할 때에 단골로 찾는 절들로 약사사(야쿠시지, 薬師寺, 奈良市西京町)를 비롯하여 흥복사(고후쿠지, 興福寺, 奈良市登大路町), 동대사(도다이지, 東大寺, 奈良市雑司町), 서대사(사이다이지, 西大寺, 奈良市西大寺芝町), 원흥사(간고지, 元興寺, 奈良市芝新屋町), 대안사(다이안지, 大安寺, 奈良市大安寺), 법륭사(호류지, 法隆寺, 生駒郡斑鳩町) 등이다.

 

일본불교 이야기가 나왔으니, 처음으로 일본에 불교가 전해졌다는 기록을 정식 사서(史書)에서 본다면 《일본서기(日本書紀)》 ‘긴메이왕(欽明天皇) 13년(552) 10월에 백제 성명왕으로부터 불상과 경전이 전해졌다’라는 기록을  들 수 있다. 그러나 아스카의 원흥사에서 《원흥사가람연기병류기자재장(元興寺伽藍縁起并流記資財帳)》기록이 발견(백제국성명왕때 '百濟國聖明王時' 때 불교가 전해졌다)되어 현재는 서기 538년을 일본의 불교 공인의 해로 삼고 있다.

 

나라불교(奈良佛敎)를 대표하는 약사사는 법상종대본산(法相宗大本山) 절로 알려져 있는데, 나라시대 당시에는 법상종(法相宗)을 비롯하여 구사종(俱舍宗), 율종(律宗), 삼론종(三論宗), 화엄종(華嚴宗), 성실종(成實宗)의 6종파가 주종을 이뤘으며 이를 남도6종(南都六宗)이라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들 남도6종(南都六宗)의 종조(宗祖)다. 남도6종의 종조는 율종의 승려 도광(道光)만 빼놓고 5종파 모두 고대한국 출신 승려다. 초전(初傳)부터 4전(四傳)까지 살펴볼 때 모두 16명의 승려 가운데 중국계 2명을 뺀 나머지는 한반도 출신(도래계-渡來系)로 보는 것이 정설이다.

 

약사사에 주석했던 승려 가운데 고대 한국 관련 승려로 뛰어난 고승들이 많았지만 특히 백제계 행기스님(行基, 교기, 668~749)만큼 파란만장하고 드라마틱한 삶을 산 승려도 없을 것이다. 이타행(利他行)의 중요성을 일찌감치 인지한 행기스님은 정부로부터 두 번에 걸친 대탄압에도 굴하지 않고 30대부터 사회 구제사업에 뛰어들어 저수지를 만들고 다리를 놓으며 빈민 구제활동에 앞장섰다. 지금도 일본 전역에는 행기스님이 생전에 49곳의 절을 짓고 제방 15곳, 항구 2곳, 다리 6곳 그리고 빈곤자를 위한 숙박시설 9곳 등을 지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지난 4월 21일, 나라 약사사의 국보 동탑(国宝 東塔) 수리를 마치고 낙경법회를 했다고 일본 언론들이 큰 관심을 보이는 기사를 보면서, 일본불교를 공부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고대 한국과 일본의 불교 교류에 대한 역사적 사실을 새삼 떠올려 본다.

 

 

이윤옥 기자 59yo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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