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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운선 교수의 행복 메시지

똥을 담으면 똥장군, 꿀을 담으면 꿀장군

[최운선 교수의 행복메시지 7]

[우리문화신문=최운선 교수]  ‘모든 일은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은 곧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는 얘기도 된다. 그러나 이러한 말뜻을 몰라서가 아니라 우리는 살면서 말처럼 될 거라는 믿음보다 마음먹은 대로 되질 않는다고 하소연한다. 그렇다 보니 무슨 일이든 너무 쉽게 포기한다. 그러나 이처럼 훌륭한 믿음의 말들을 혹시, 자기 행동에 혼처럼 불어넣을 수 있는 지혜와 확신이 부족했기 때문은 아닐까?  

병(甁)에 물을 담으면 '물병'이 되고, 꽃을 담으면 '꽃병'이 되고, 꿀을 담으면 '꿀병'이 된다. 통(桶)에 물을 담으면 '물통'이 되고, 똥을 담으면 '똥통'이 되고, 쓰레기를 담으면 '쓰레기통'이 된다. 마찬가지로 그릇에 밥을 담으면 '밥그릇', 국을 담으면 '국그릇', 김치를 담으면 '김치그릇'이 되는 것이다. 우리가 병(甁)이나 통(桶)이나 그릇 안에 무엇을 담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꿀병이나 물통이나 밥그릇 등 꼭 필요한 것을 담은 그릇들은 자주 닦아 깨끗하게 하고 좋은 대접을 받는 것처럼, 우리 마음속에 담겨 있는 것들이 어떠하냐에 따라 그 사람의 인격이 만들어지고, 그 됨됨이에 따라 남에게 존경을 받을 수도 있고, 푸대접을 받으며 천덕꾸러기가 될 수 있다.  

 

   
▲ "장군"(액체를 담아서 옮길 때에 쓰는 그릇)에 똥을 담으면 "똥장군이 되고 꿀을 담으면 "꿀장군이 된다.(그림 이무성 한국화가)

어느 부부의 이야기다. 부부지간임에도 차마 자신의 속내를 잘 말하지 못하는 아내가 있었다. 아내는 항상 남편에게 하얀 와이셔츠만을 사다 주었다. 

“또 하얀 와이셔츠야?”
“당신은 하얀색이 잘 어울려요.”
“그래도 좀 다른 색깔로 사오지.”
남편은 아침부터 아내에게 목소리를 높였다. 하얀색이 아닌 좀 다른 색으로 사오라고 해도 매번 말을 듣지 않는 아내에게 볼멘소리로 말했다.
“이 와이셔츠 도로 바꿔 와.”
 

남편은 몇 달 째 하얀 와이셔츠만 입고 출근하기가 창피했다. 그날따라 아내는 혼잣말로 ‘그래도 당신한테는 하얀색이 잘 어울리는데....’ 하면서 방바닥에 펼쳐져 있는 와이셔츠를 차곡차곡 개더니 이내 눈물을 흘렸다. 순간 남편은 그제야 자기가 좀 심했다는 생각이 들어 아내의 어깨를 두드려주며 한참을 안아주었다. 그리고는 별 수 없이 아내의 눈물이 젖은 와이셔츠를 입고 출근을 하였다. 남편이 동료들과 점심식사를 마치고 사무실로 돌아와 보니 아내에게서 한통의 메일이 와 있었다.  

“아침부터 당신 화나게 해서 미안해요. 아직 당신한테 얘기하지 못한 게 있는데요. 말로 하기가 참 부끄러워 이렇게 메일로 대신해요. 제가 어렸을 때 가장 부러워했던 게 뭔지 아세요? 옆집 빨랫줄에 걸려있는 하얀 와이셔츠였어요. 우리 아버지요, 단 한번도… 와이셔츠를 입어보지 못하고 돌아가셨어요. 물론 와이셔츠하고는 거리가 먼 환경미화원이셨지만 줄줄이 셋이나 되는 우리 가족 뒷바라지에 새 옷 한 벌 입어본 적이 없을 정도로 알뜰하고 검소하게 살다 가신 분이세요.  

그래서 전 당신 만나기 전부터 이런 결심도 했지요. ‘난 꼭 하얀 와이셔츠를 입을 수 있는 직업을 가진 사람과 결혼해야지.’ 결국은 제 소원대로 당신과 결혼을 했고 하얀 와이셔츠를 입고 출근하는 당신을 보면 너무 기분이 좋았어요. 그런데 이제는 하얀 와이셔츠를 사지 않을 거예요. 당신이 화내서가 아니에요. 이제야 알았거든요. 하얀 와이셔츠를 입어 보지 못한 나의 아버지가 얼마나 자랑스러운 분 인지를요. 늘 굽은 어깨로 거리의 이곳저곳을 청소하러 다니시는 나의 아버지야말로 하얀 와이셔츠만큼이나 마음이 하얀 분이라는 걸요.” 

남편은 그제야 아내의 마음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곧장 휴대폰을 꺼내 아내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여보 나 지금 뭐하고 있는 줄 알아? 아침에 당신이 하얀 와이셔츠 소매에 흘린 눈물자국 위에 입맞춤하고 있어. 사랑해. 진심으로!”
 

그렇다. 서로에 대한 배려를 마음에 담아낸 사랑스런 부부의 모습이 아름답다.

우리 삶에서 편견이나 불평, 그리고 무심함과 아집으로 채워진 그릇들은 이제부터라도 깨끗하게 비워내자. 대신 배려, 겸손, 감사, 사랑을 가득 담아 윤기 나게 닦아주자. 그런데 우리가 어디에 무엇을 담느냐 하는 것은 그 어느 누구의 책임도 아이고 오직 ‘자기 자신’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자기 자신을 사랑하기 위해서는 친구를 사귀어서 외롭지 않게 해주고, 가끔은 멋진 식당에서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식사를 하며 다른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도록 하고, 앎과 삶이 하나 되는 독서를 즐기며, 건강을 유지하도록 하루 30분씩 꼭 산책도 하고, 간혹 가족들에게 섭섭한 일이 있어도 금방 용서가 되는, 그래서 가끔은 펑펑 울어 내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마음의 그릇을 닦아보자. 

한국독서논술교육평가연구회 지도교수 / 문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