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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려개(고마이누)는 왜 도쿄 아사쿠사신사를 지키고 있을까?

일본 속의 한국문화를 찾아서

[우리문화신문=도쿄 이윤옥 기자]   저녁 해가 뉘엿뉘엿 넘어갈 무렵이었지만 25일 들린 아사쿠사 센소지(浅草寺)는 언제나처럼 사람들로 초만원 상태였다. 도쿄를 대표하는 사진으로 자주 등장하는 센소지 가미나리몽(浅草寺 雷門) 앞에는 기념사진을 찍는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도쿄에서 센소지를 보지 않았다면, 서울에서 인사동을 안보고 간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할 만큼 아사쿠사 센소지(浅草寺)는 일본 관동지역에 몇 안 되는 고찰인데다가 절보다도 절 입구에 들어서 있는 기념품가게(나카미세)가 관광객들에게는 매력 만점으로 꼽히는 곳이다.

 

더욱 주목하고 싶은 것은 센소지가 고대 한국과 관련이 있는 곳이라는 점이다. 이 절은 백제계 어부 형제인 히노구마 하마나리, 다케나리가 서기 628년 스미다가와(隅田川)에서 고기를 잡다가 건져 올린 작은 금불상이 인연이 되어 창건한 절로 신찬성씨록히노구마(檜前) 씨는 백제계의 고조(高祖)” 라고 나와 있다.

 

센소지에 대해서는 백제계 어부형제 뿐만이 아니라 백제계 하지(土師中知) 스님 이야기도 해야겠지만 다음으로 미루고 오늘은 아사쿠사신사(浅草神社)에 있는 고구려개(고마이누, 高麗犬)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한다.

 

이곳은 절과 신사 곧 센소지(浅草寺)와 아사쿠사신사(浅草神社)가 나란히 공존하는 좀 특이한 곳이다. 이러한 모습은 메이지시대(明治時代) 이전만 해도 흔한 일이었지만 메이지 정부의 불교탄압(이를 폐불훼석이라 함)으로 절과 신사는 각각 한 곳에 자리하지 못하게 된다.

 



대부분의 경우 신사를 남기고 절을 폐했지만 이곳은 절 건물이 크고 신사 건물이 작은 것이흥미롭다. ! 오늘의 결론으로 들어가자. 아사쿠사신사 입구에는 커다란 동물 상()이 있는데 이를 일컬어 고마이누라고 한다. ‘고마(koma)'의 한자로는 高麗, 狛犬, 胡摩로 쓰지만 현대로 올수록 고마이누(狛犬)’를 즐겨 쓰는 데 이것은 한자 高麗犬(고마이누)’를 회피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일본 불교용어사전(佛敎用語事典, 新人物往來社刊, 1999풀이를 보면, “고마이누(狛犬) : 신사나 절 앞에 놓아두는 짐승의 상으로 기원은 페르시아나 인도지방으로 일컬어지며 고구려(高麗)의 개를 뜻함이라고 풀이되어 있다. (참고로 일본에서 고구려를 고려라 쓰고 고마라 발음)

 

수십 년간 일본 전국을 발로 뛰어 이 高麗犬(고마이누)’를 연구한 고테라 요시아키(小寺慶昭, 류코쿠대학 교수) 씨에 따르면, 일본의 신사 참도(參道)에 반드시 고마이누가 있다라는 말은 사실이 아니라고 한다. 그는 발로 뛰어 직접 확인한 전국 6천개 신사(일본에는 85천개 신사가 존재) 가운데 약 60%에 고마이누가 있다고 했다. 또한 고마이누를 중국의 사자라고 말하는 이가 있는데 이는 잘못된 것이며 고대 일본인들은 중국의 사자와 고구려의 개를 구분하였는데 오늘날 고마이누는 고구려개를 말한다고 했다.



입을 벌린 녀석이 수컷(阿形, )이고, 입을 다문 녀석이 암컷(吽形, )으로 반드시 왼쪽에 수컷, 암컷이 오른쪽에 설치되어 있는 것은 아니며 지역에 따라서는 수컷만 있는 곳도 있다고 했다. 고마이누에 대한 일반인들의 잘못된 상식의 원인에 대해 고테라 교수는 그간 일본에서 고마이누에 대한 연구 역사가 짧았던 것을 지적하고 있다.

 

고테라 교수에 따르면, 오사카의 경우 1972(소화47)에 나온 오사카교육대학기요(大阪敎育大學紀要)에 연재된 <오사카근교의 석제고마이누연구(大阪近郊石製狛犬硏究)를 본격적인 고마이누 연구서로 꼽고 있다. 이후 1999년에 나라문화재동호회(奈良文化財同好會)에서 펴낸 고마이누 연구-오사카부의 고마이누(狛犬硏究-大阪府狛犬)가 있지만 이 책은 동호회 수준의 연구로 자신이 오사카의 928개 신사를 발로 뛰어 조사한 것과는 차이가 있다고 했다.

 

고테라 교수는 일본 전국을 뒤져 고마이누 분포를 크게 3개의 특징으로 요약했는데 첫째는 혼슈(本州)의 일본해안 주변의 경우 거의 이즈모(出雲) 고마이누 문화권이고, 태평양 쪽으론 간사이(關西)부터 세토내해(瀬戸内海)에 걸쳐서는 나니와(浪花) 고마이누 문화권 그리고 도쿄를 중심으로 하는 에도(江戶) 고마이누 문화권으로 크게 보고 있다. 그러면서 이를 좀 더 상세히 조사하려면 적어도 150년의 시간이 걸린다고 했다. 개인이 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말이다.

 

일본은 신사(神社)의 나라라고 할 만큼 신사는 곳곳에 자리 잡고 있다. 일본 위키사전에 따르면, “신사는 토착종교인 신도제사시설(神道祭祀施設)이다. 일본 전역에 85천 곳이 있으며 등록되지 않은 군소 신사까지 합치면 각지에 10만개가 존재한다.”라고 하니 가히 신사의 나라이다.

 



그 신사 입구에 고구려개(고마이누)가 떡하니 버티고 있는 것은 무엇을 뜻할까?

 

아직 연구가 부족하여 고구려개가 일본의 신사 앞에 있는 까닭은 아직 잘 모른다. 그러나 고구려개(고마이누) 뿐만이 아니다. 고대 한국이었던 신라, 고구려, 백제, 발해는 멸망했지만 일본 땅 곳곳에는 이들과 관련된 유적이 많이 남아있어 과거 일본과의 교류를 잘 말해주고 있다. 아주 가까이에서 말이다.

 

센소지의 고마이누는 관동지역에 있는 몇 개 안되는 고마이누 가운데 하나이다. 대개 센소지를 관광하는 이들은 본당 옆의 작은 아사쿠사신사를 놓치기 쉽다. 기왕이면 신사에도 들려 경내에 두 쌍이나 있는 고마이누도 살펴보고 백제계 어부형제인 히노구마 하마나리, 다케나리가 건져 올려 백제계 하지 스님에게 갔다드려 창건한 센소지 유래도 찬찬히 살펴보면서 그것에 남겨진 한국의 향기도 음미하면 좋을 일이다.

 

*찾아가는 길

도쿄메트로긴자센(東京メトロ銀座線)을 타고 아사쿠사에키(浅草駅)에서 내려 5분 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