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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나라 풍경

아오모리 절 경내에 있는 작은 찻집 '쇼우후테이'

[우리문화신문=아오모리 이윤옥 기자] 그 찻집은 아오모리의 한적한 절 경내에 소박한 모습으로 자리하고 있었다. 찻집이라고는 했지만 언뜻보아 두어평이 채 안되는 판자집이 찻집 쇼우후테이(松楓亭)의 전부다. 지인 요우코(陽子) 씨는 도와다코(十和田湖)로 가는 길목에 있는 이 찻집을 나를 위해 일부러 이곳에 들렸다.

 

정말 지도에도 나오지 않을 법한 한적한 산골 숲속에는 작고 아담한 절 죠우센지(浄仙寺)가 있었고 찻집은 이 절 경내 한쪽에 오두막처럼 자리하고 있었다.

    

 


요우코 씨는 찻집 문을 빠끔히 열고 들어갔다. 낡은 테이블 두어 개만이 정물화 속의 그림처럼 놓여있었다. 그는 나를 낡은 의자에 앉혀놓고는 주지스님을 불러야겠다.며 다시 밖으로 나가더니 이내 경내에서 풀을 뽑고 있던 작업복 차림의 할아버지 한 분을 모시고 들어온다.

 

이 절의 주지스님이라고 소개하면서 한국에서 찾아온 귀한 손님이라고 기자를 소개하자 주지스님은 두 손을 모으고 합장을 한다. 그리고는 이내 찻집 테이블 안쪽으로 들어간다. 주방이라고도 할 수 없는 작은 부엌에서 딸가닥거리며 주지스님은 우리를 위해 커피를 만들고 있다.

 

스님 잘 계셨지요?”

아무렴요, 잘 있었지요.

요새 손님은 좀 있나요?”

“...”

    

 



히라노기칸(平野義觀) 주지스님은 올해 81살 이지만 건강해 보였다. 그는 이 찻집을 장사를 위해 하는 것이 아니라 찾아오는 손님’에게 편한 휴식 장소로 제공하는 듯했으며 단골인 요우코 씨에게 살가운 그동안의 안부를 묻는 것이 인상 깊었다. 절간 깊은 곳에서 풀을 빳빳하게 먹인 승복을 입고 앉아 있는 스님모습에 익숙한 기자로서는 좀 생소한 모습이었다.

 

스님은 달그락달그락 원두커피를 직접 갈아서 구수한 향이 풍기는 커피를 내려 우리 앞에 손수 가지고 나왔다. 풀을 뽑던 모습이라 긴 장화에 작업복 차림이 왠지 친근한 이웃집 할아버지처럼 느껴졌다. 우리는 커피 한잔을 놓고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스님이 직접 갈아 내린 커피라 그런지 진하고 구수한 게 여간 맛있는 커피가 아니었다.

    

 



커피를 마시고 절 경내로 나왔다. 푸른숲 속에 파묻혀있다고 하는 말이 더 어울리는 죠우센지(浄仙寺)는 그리 오래된 절은 아니다. 에도시대(1603-1868)말 곧 1824년에 창건한 이 절은 구로모리산(黒森山) 중턱에 자리하며 절 경내는 꽃창포로 유명하지만 기자가 찾은 89일에는 이미 꽃창포는 져버린 상태였다. 하지만 아름다운 푸른숲과 울창한 나무들이 주는 편안함은 꽃창포에 비길 바가 아니었다. 그 신선한 공기란...

 

꾸미지 않은 아주 소박한 절 귀퉁이의 작은 찻집에서 스스로 절 경내의 풀을 뽑다가 찾아온 손님에게 손수 커피를 타 주는 허리 굽은 주지스님의 격의 없는 모습이 처음 찾은 아오모리의 첫모습을 인상깊게 했다.


<아오모리현 죠우센지(浄仙寺), 쇼우후테이(松楓亭) 안내>

주소: 青森県黒石市南中野字黒森下84-3 , 전화 :0172-54-8644

승용차: 東北自動車道黒石 IC에서 약 12

커피 1잔에 400엔이며 도너츠 등도 먹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