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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문화편지

조선 사람이니 오로지 조선시를 쓰리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3629]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興到卽運意(흥도즉운의) 흥이 나면 곧 뜻을 움직이고

意到卽寫之(의도즉사지) 뜻이 이르면 곧 써내려 간다

我是朝鮮人(아시조선인) 나는 조선 사람이니

甘作朝鮮詩(감작조선시) 조선시를 즐겨 쓰리

 

위 한시는 다산 정약용이 쓴 노인일쾌사 육수 효향산(老人一快事 六首 效香山)”의 한 꼭지입니다. 다산이 노인의 한 가지 즐거운 일에 관한 시 여섯 수를 향산거사(香山居士) 곧 백거이(白居易, 중국 당나라 때의 뛰어난 시인)의 시체(詩體)를 본받아 1832년 지은 것이지요. 이 시는 조선시선언(朝鮮詩宣言)”으로 유명한데, 우리나라의 시를 중국 문학의 예속에서 해방시키려는 다산(茶山)의 강한 주체의식(主體意識)을 드러냈다고 합니다.



조선시대 한시읽기(한국학술정보)에서 원주용 교수는 다산이 <척발위론(拓跋魏論)>에서, “성인의 법은 중국이면서도 오랑캐의 짓을 하면 오랑캐로 대우하고, 오랑캐이면서도 중국의 짓을 하면 중국으로 대우하니, 중국과 오랑캐는 그 도와 정치에 있는 것이지 강토에 있는 것이 아니다.”라 하여, 예전부터 전해 내려오는 화이(華夷)의 개념과는 달리 중화주의(中華主義)의 절대적 권위를 거부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동호론(東胡論)>에서는, “사기(史記)동이는 어질고 선하다.’고 했는데, 참으로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하물며 조선은 정동(正東)의 땅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그 풍속이 예()를 좋아하고 무()를 천하게 여겨 차라리 약할지언정 포악하지는 않으니, 군자의 나라이다. ! 이미 중국에 태어날 수 없었다면 오직 동이뿐이도다.”라고 했지요. 이로서 다산은 우리나라의 우수한 문화에 대한 자부심으로 중국시(中國詩)를 흉내 내지 않고 오로지 조선시(朝鮮詩)를 짓고자 했던 것입니다. 이것은 바로 겸제 정선이 진경산수화를 그렸던 뜻과 맥이 닿아 있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