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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독립운동가 삶 조명하는 이윤옥 시인께 존경을

[서평] 《서간도에 들꽃 피다》 7권, 이윤옥, 도서출판 얼레빗
[양승국 변호사의 세상 바라기 88]

[우리문화신문=양승국 변호사]  이윤옥 시인이 여성독립운동가의 삶을 시로서 조명하는 서간도에 들꽃 피다7권을 냈습니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벌써 7권째를 낸다고 하니 이윤옥 시인의 노고에 고개가 숙여지네요. 이번 책에서 이 시인은 탑골공원에서 독립을 외친 가파도 소녀 고수선으로부터 조국 광복의 어머니, 하와이 황마리아에 이르기까지 모두 20분의 여성 독립운동가에 대해 썼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처럼 우선 그 독립운동가의 삶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시를 먼저 실은 후, 독립운동가에 대해 글을 쓰고, 필요한 것이 더 있으면 마지막에 더보기라는 제목으로 관련 글을 실었네요.

 

이번 7권에서 눈에 띄는 것은 하와이 여성독립운동가 박신애, 심영신, 전수산, 황마리아에 대해 조명을 한 것입니다. 하와이 교민들 가운데 남자들은 1902년부터 몇 차례에 걸쳐 하와이 사탕수수 농장 노동자로 간 사람들이 대부분입니다.

 

그리고 여자들은 이들과 사진만 보고 결혼한 소위 사진신부인 경우가 많았구요. 사진신부들은 사진 속의 젊은 총각만 보고 하와이에 갔다가 늙은 총각이 나타나 깜짝 놀라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그러나 어찌합니까? 이미 고국으로 돌아가기는 불가능한 상황, 한국의 여인들은 이를 운명으로 받아들이고 스스로 운명을 개척해나갔지요.

 

사탕수수 농장의 노동이란 것은 중노동입니다. 거의 노예노동이나 마찬가지일 정도로 인간적인 대우도 받지 못하고 저임금에 혹사당했던 것이지요. 황마리아에 대해 쓴 글에서 이시인은 이렇게 썼습니다.

 

낮이면 뜨거운 태양이 내리쬐는 사탕수수밭에서 노동에 시달리고, 밤이면 집이라고도 할 수도 없는 움막에 들어가 새우잠을 자면서 엄습하는 육신의 고통과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에 떨어야 했던 노동자의 삶을 황마리아 가족도 겪어야 했다.


 

그런데 이들은 그렇게 자기 앞가림하기에도 급급한 삶 속에서도 조국의 독립을 위해 앞장 섰습니다. 이들은 자기 삶을 조금 희생해서라도 조금씩 돈을 모아 상해 임시정부에 독립자금을 보냈는데, 이에 앞장 선 것이 하와이 한인여성들인 것입니다. 백범 김구도 이들이 보낸 돈이 어떻게 모아져서 온 돈인 것임을 알기에, 이 고귀한 돈을 조금도 헛되이 쓰지 않으려고 다짐하고 다짐하였습니다. 백범일지에도 백범의 이들에 대한 고마운 마음이 표현되고 있지요. 백범은 박신애 지사에게는 사적으로 편지를 보내기도 하였습니다.

 

박신애 누이 보시오. 그간에 편지를 하랴고 하엿지만 먼전에 알튼 각기가 발작이 되어서 고생을 하고 둘제로는 중경에 공습이 심하여서 방공동으로 피란하러 다니고 또는 더위가 백여도까지 더워서 잇때까지 집필을 못하엿소. 그간 집안 식구들은 다 무고하신지요. 성경에 이르는 말과 갓치 이 세상은 끝날이 도달한 것 갓소.

 

사람의 죽엄이 산갓치 쌨다는 글을 봤지만 지난 류월 오일에 중경에서 큰 불행 사건인 수도에서 숨이 맷켜 죽은 시체 수쳔명이 송장뎅이를 나는 친히봤소.... 한가지 부탁할 것은 공습피란하라는 명령이 날 때에는 명녕대로 남녀노소를 무론하고 꼭 피하기를 바라오. 전 집안 평안하시기를 바라오. - 1941. 7. 25. 오라비 김구

 

이번 7권을 보니 특이한 두 분의 여성 독립운동가도 보입니다. 중국인으로 독립에 뛰어든 송정헌 지사와 맹인의 몸으로 만세운동에 앞장선 심영식 지사가 바로 그분들입니다.

 

송지사는 중국 항주에서 태어났는데, 1937년 강서성 노산구강 폐병원에서 간호사로 일할 때 병원장 유진동 선생이 자기 동생 유평파를 소개해주어 부부의 연을 맺은 것이지요. 당시 유진동 선생은 백범 김구의 주치의였고, 동생 유평파는 백범 김구의 경호원이었답니다. 유평파, 송정헌 부부는 1938년 한국광복진선청년공작대에 입대하여 적의 후방공작과 첩보수집 활동을 하였습니다.


 

그리고 심영식 지사(1896~19830는 개성의 명문 호수돈여학교를 다닐 때에 앞을 볼 수 없음에도 개성에서 벌어진 삼일만세운동에 참여하였고, 이 때문에 징역 10월의 형까지 받았습니다. 대전국립묘지에 묻혀있는 심지사의 묘비에는 이렇게 쓰여 있습니다.

 

이 세상을

아름답고 행복하게 해주신

내 조국 대한의 어머니

헬렌켈러가 빛의 천사라면

그는 빛과 사랑의 천사이며

조국을 구한 대한의 잔다르크

여기 거룩히 무늬진 대한의 산하에

고독한 소쩍새 벗하시니 무심한

바람과 구름도 쉬어가길 바라노라

 

이윤옥 시인 덕분에 그 동안 몰랐던 여성 독립운동가를 많이 알게 되니 참 좋습니다. 이시인은 7권을 펴내는 글 마지막에서 이제 다시 <8>을 향하여 뛰련다.’고 하였는데, 여성독립운동가를 향한 이 시인의 뜀박질은 어디까지 이어지는 것일까요? 외로운 길을 가는 이 시인에 힘찬 존경의 박수를 보냅니다. ! 이윤옥 시인이 시로 여성독립운동가의 삶을 조명한다고 하였는데, 정작 이 시인의 시를 소개하지 않았군요. 마지막으로 황마리아 지사에 대한 이시인의 시를 소개하면서 제 글을 마치겠습니다.


 

낯선 땅 하와이

사탕수수밭 달구는

뜨거운 태양 아래

 

구리빛 살 태우며

막노동으로 번 돈

군자금으로 보내고

고통스런 타향살이

여성들 모아

광복의 푸른 꿈 심어준

임의 피 끓는 애국혼

 

조국 광복의

주춧돌 되었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