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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 교수의 환경이야기

2070년, 성장이 멈추는 한계점에 도달

이상훈 교수의 환경이야기 13

[우리문화신문=이상훈 교수]  우리나라 전래 동화에 재미있는 이야기가 전해온다. 어느 마을에 매우 영리한 사람이 살고 있었다. 그런데 그 사람은 가난하였기 때문에 부잣집에 머슴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주인과 품삯을 결정할 때, 머슴은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주인님, 저에게 주실 품삯은 첫날은 쌀 1, 둘째날은 2, 셋째날은 4, 이런 식으로 매번 전날의 두 배씩 만 쌀알로 계산하여 주십시오.” 주인은 옳다구나하고 찬성하였다.

 

쌀 수천 톨이 되어도 쌀 한 되가 안 될 것이라는 단순한 생각에서였다. 이 문제를 수학적으로 계산하면 10일 후에는 210=1,024알에 불과하지만 20일 후에는 220=1048,576알로 이 양은 대략 20킬로그램들이 쌀 한 포대이다. 이러한 식으로 계산하면 22일째에는 쌀 한가마, 30일째에는 256가마가 되므로 주인의 쌀창고는 한 달도 못 가 동날 것이다.

 

이 이야기는 동화이지만 실제로 생태계에서 이런 식의 증가가 이론적으로는 가능하다. 대장균은 조건이 좋으면 20분마다 분열할 수 있다. 그러므로 이상적인 조건을 유지시켜 준다면 24시간 만에 대장균은 272 개로 불어난다는 얘기다.

 

생태계에서 생물의 번식 능력은 엄청나다. 파리 한 쌍은 15일 동안 200 마리의 새끼를 낳는다. 만일 모든 새끼가 살아남고 다시 번식하면 약 7개월 만에 지구 크기의 파리 떼가 될 것이다. 바람에 흩날리는 민들레 씨가 새나 곤충에 먹히지 않고 한 겨울을 보낼 수 있다면 이듬해 봄에 들판은 온통 민들레로 뒤덮일 것이다.

 

생태학에서는 개체군의 성장을 J형 성장과 S형 성장으로 구분한다. J형 성장은 시간이 지나면서 계속 증가하는 형태이지만, 현실 세계에서는 나타날 수 없는 형태이다. 모든 생물은 처음에는 증가율이 커지다가 시간이 지나면 여러 가지의 환경 저항, 예를 들면 식량 부족, 질병, 천적 등으로 인하여 성장이 꺽이면서 평형에 도달하게 된다. 이 세상이 파리 떼로 꽉 차거나, 온 들판이 민들레로 뒤덮이게 될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성장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인류 역사에서 보면 진보라는 개념은 비교적 새로운 개념이다. 중세가 그랬고, 조선시대가 그랬던 것처럼, 인간의 생활은 계속적인 성장보다는 크게 변하지 않고 반복되는 형태였다. 계속적인 발전 또는 성장에 대한 믿음은, 산업혁명 이후 과학과 기술이 세상을 엄청나게 바꾸어 가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사람들의 마음 속에 뿌리내리기 시작하였다.

 

진보는 18세기 서양의 계몽주의 시대에 처음 등장한 개념이다. 특히 2차 세계대전 이후에 과학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생산 공장에서는 보다 빠르게 보다 많은 물품을 제조하여 공급할 수 있게 되었다. 생활에 필요한 물품의 공급이 늘어나면서 생활은 더욱 편리해졌고, 성장은 끝없이 계속될 것만 같았다.

 

그러나 소수의 선각자들은 과연 끝없는 경제 성장이 가능한가에 대해 의문을 품기 시작했고, 이들의 연구 결과는 성장의 한계(The Limits to Growth)라는 책으로 1972년에 소개되었다. 성장의 한계결론은 간단하다. 1970년 수준의 자원 소비와 공업 생산이 계속되면 100년 이내, 2070년부터는 더 이상 성장할 수 없는 한계점에 도달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결론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지 못하였다. 그 보고서를 읽는 사람 중 아무도 100년 후에는 살아있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보고서의 결론을 음미해 보면 매우 심각하다. 100년 후에 경제 성장이 멈춘다는 것은 지구가 가진 자원과 땅의 생산성의 한계로서, 이러한 한계는 피할 수 없다는 것이 중요하다. , 보고서를 읽은 사람의 아들의 증손자 때에는 아무리 성공적인 경제 정책을 추구해도 지구의 한계 때문에 더 이상 성장할 수 없다는 것이다. 끝없는 성장은 유한한 지구에서 가능하지 않다. 경제 발전에서 J형 성장은 결코 가능하지 않다는 결론이다.

 

계속적인 성장에 대한 믿음은 추상적인 개념이 아니고 우리의 생활 주변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매우 구체적인 현상이다. 젊을 때에는 인간이 죽지 않고 계속 살 수 있을 것으로 착각하기도 한다. 부동산 부자는 내가 사 둔 부동산 값은 계속 오를 것이라는 기대를 버리지 못한다. 내가 사 둔 주식 값이 계속 오를 것이라고 믿다가 주가가 폭락하여 망한 사람도 주변에 있다.

   

내 주변에도 보면 먹고 살만한 재산이 충분한데도 끝없이 재산을 늘리려고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끝없는 성장은 생태적으로 가능하지도 않고, 또한 환경적으로 바람직하지도 않다는 점이다.

 

최근 환경 문제는 생산 오염에서 소비 오염으로 형태가 바뀌었다. 생산 공장에서 발생하는 오염 물질은 환경 규제로 인하여 많이 줄었다. 물자가 많아지고 소비가 늘어나면서 부작용으로 발생하는 환경 문제가 심각해졌다. 지구온난화는 생산 오염이 아니고 소비를 많이 하면서 어쩔 수 없이 발생하는 대표적인 소비 오염이다. 소비 오염은 환경법을 강화하여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소비 오염을 해결하려면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

 

소비 오염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많은 소비가 결코 바람직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사람들에게 납득시켜야 할 것이다. 경제학 용어를 빌면, 공급 확대 정책에서 수요 관리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

 

자동차를 많이 만들어 공급하면 좋고, 댐을 만들어 수돗물을 많이 공급하면 좋으며, 발전소를 만들어 전기를 많이 공급하면 좋다는 믿음에서 정책을 수립하는 것이 공급 위주의 정책이다. 예전에는 수요가 있기 때문에 물건을 공급하였는데, 최근에는 물건을 공급하여 새로운 수요를 창출한다. 기능이 더욱 다양하고 더 예쁜 디자인의 핸드폰을 만들어 공급하면 소비자는 멀쩡한 핸드폰을 버리고 새 것을 사게 된다.


   

공급이 늘어나고 물건을 많이 사는 것이 항상 좋은 것은 아니다. 아파트 공간은 한정되어 있는데, 가구를 자꾸 사들이면 집은 점점 좁게 느껴진다. 돈을 모아 큰 평수의 아파트로 이사 가지만 다시 물건을 늘리면 집은 다시 좁아진다. 그래서 어떤 사람은 평생 아파트 평수 늘리다가 늙어버렸다는 한탄을 하기도 한다. 그러므로 공급을 늘리는 것보다는 수요를 줄이는 것이 여유로운 삶을 사는 비결이며 환경적으로 바람직한 삶이라고 생각된다.

 

공급이 늘어나면 환경적으로, 또 심리적으로 부작용이 생긴다. 우선 공급이 늘어나 물자가 풍부해지고 값이 싸지면 낭비의 여지가 생긴다. 수돗물 값이 싸면 사람들은 수돗물을 아끼지 않고 펑펑 쓰게 된다. 자동차 공급이 많아지면 사람들은 자동차를 몇 년 만 타다가 새 차로 바꾼다. 학부모들은 경험했을 것이다. 옛날에는 몽당연필도 깍지를 끼워 썼는데, 요즘에는 연필이 흔해지자 아이들은 연필을 귀히 여기지 않고 잃어버려도 찾지를 않는다.

 

아무리 과학 기술이 발전하고 경제가 발전해도 물건의 공급을 계속해서 늘릴 수는 없다. 지금까지 정부에서 추구했던 공급확대 정책은 수요관리 정책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유한한 지구에서 인간의 무한한 수요를 충족시킬 수는 없다. 수요라는 것이 근본적으로 인간의 욕구에서 나오는 것이므로 수요 관리를 위해서는 인간의 욕구를 다스리는 일이 필요하다. 이러한 측면에서 환경 문제의 해결에는 과학 기술적인 접근 외에도, 인간의 욕구를 변화시킬 수 있는 교육과 종교가 크게 기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