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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탄봉사 하던 날, 검지만 뜨거운 연탄

[정운복의 아침시평 27]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세월의 흐름에 따라 잊힌 것들이 있습니다.

또한 미래에 잊혀질 것들도 있지요.

 

30년 전 탄광촌에 발령 받아

까만 탄가루에 적응되기까지 참 어려운 시절이 있었습니다.

탄광이 자리 잡았던 골짜기의 이름은 지지리골 이었습니다.

이름도 그리 멋스런 편은 아니지요.

 

공기 중에 퍼지거나 날아가는 탄가루는 입자가 매우 곱습니다.

따라서 탄차가 수시로 드나들었던 비포장 길엔

탄의 매우 고운 입자가 늘 10Cm 정도 쌓여 있었고

그 길을 걷다 보면 살짝만 밟아도 탄가루가 발등을 덮곤 했습니다.

 

멀리서 트럭의 엔진소리가 들리면 황급히 산위로 대피해야 합니다.

탄차가 지나가고 나서의 그 먼지구데기 속을 감내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지요.

 

그래도 그렇게 캐어낸 탄이 70년대 고도성장의 주춧돌이 되었고

서민들 겨울을 든든히 지켜주는 버팀목이 되었습니다.

물론 연탄가스로 인해 하루아침에 유명을 달리하는 사람도 많았고

그 시절엔 그게 교통사고만큼 흔한 일이어서

크게 눈길을 끌지도 못했지요


 

 

 

엊그제 학생들과 연탄봉사를 하였습니다.

도시의 빌딩이 높아질수록 그 그림자가 길어지듯이

도로 옆 번듯한 건물 뒤로 돌아가면

거짓말처럼 초라한 집들이 나타나고

하루를 인내하기 힘든 독거노인들의 삶이 웅크리고 있습니다.

 

연탄은 현재 700원정도 합니다.

무게는 3.6Kg 정도에 22공탄의 형태를 취하고 있지요.

석유 및 가스에 밀려 그 에너지의 중요도가 낮아지고는 있지만

아직도 값싼 난방이기에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연탄을 나르면서 나름대로 힘이 들기도 했지만

연탄으로 겨울을 인내해야 하는 어려운 분들의 삶이 눈에 밟혀

시린 마음이 됩니다.

 

살기 좋은 세상임에는 틀림이 없지만

가끔은 어려운 주변을 돌아보아야 합니다.

연탄은 검지만 뜨거움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날이 차가운 세모입니다.

늘 연탄만큼 따뜻한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