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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이 작다고 지금 업신여기시는 겁니까?

소설 '이순신의 제국2' 귀선의 장 11

[우리문화신문=유광남 작가]


세자 저하께서 이런 험난한 전쟁터까지 몸소 방문하시다니 감격스럽습니다.”

진린은 평범해 보이는 체격이었으나 인상은 강직해 보였다. 약간 구부러진 매부리코에 입술은 신념이 강해 보이는 일자형이었고 눈 주변에는 살이 두툼하였다. 웃을 때는 눈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광해군이 답례하였다.

조선을 위하여 멀리 출병 하시어 얼마나 노고가 심하십니까. 감사합니다.”

진린은 광해군이 선물로 가져온 술과 마른 해삼, 육포 등을 받아 챙기고 일행을 접견실로 안내했다. 이미 이순신과 정도령은 진린과 회담을 나눈 적이 있는지라 즉시 현안에 대해서 의견 교환에 돌입하였다. 광해군이 먼저 포문을 열었다.


진제독이 도움을 주시기로 약속 하였다 들었소이다. 언제쯤 실현이 가능하시겠습니까?”

광해군의 직설적인 화법에 진린은 약간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부총병 유정이 대신 나섰다.

화약과 병기를 제공하는 것은 본국의 허락을 필요로 하는 사안입니다. 진제독께서는 조선 출병이 처음이시라 그런 지침을 모르시고 수락을 했던 것이지요. 부디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핑계는 거창하였다. 이순신이 진지한 어조로 꼬집었다.

제독은 수군의 총책임자이십니다. 전쟁은 때로 규약이 무시되기도 합니다. 아시겠지만 목전에 생사를 가늠할 수 없는 전투가 벌어지고 있기에 전쟁의 지휘관이 그 모든 것을 책임지고 진퇴를 결정하는 거지요. 문서와 규약은 그것을 뒷받침해주는 형식이 되어야 합니다.”



진린제독이 입을 열었다.

하여간 본 제독의 실수를 용서해 주십시오. 일단 본국에 허락을 구하는 중이오니 잠시만 더 기다려 주시기 바랍니다. 연락이 오는 즉시 시행하도록 하겠습니다.”

그것의 날짜를 알려 주실 수는 없소?”

곤란합니다. 황제폐하의 일정을 우리가 모르지 않습니까.”

광해군은 어떤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진린으로 부터 무기를 공급 받고자 했다.

진린제독이 원하시는 것이 무엇입니까? 조선에서 무엇을 드려야지 우리에게 무기를 내 주시겠습니까?”

진린제독은 유정 부총경을 응시했다. 무언의 교감이 그들 사이에 오갔다. 광해군이 이런 제안을 할 줄은 그들도 예상 못한 일이었다.


세자 저하, 양국의 우호는 그런 것이 아니지 않습니까?”

진린제독의 말을 광해군이 날카롭게 반박했다.

바로 그겁니다. 양국은 공동의 적과 대치하고 있습니다.

지금 그들을 물리치기 위해서 명・조 연합군이 형성된 것이 아닙니까. 이러한 시점에 무기 공급의 도움은 지극히 당연한 것이 아닌지요?”

“당연한 것은 많습니다만 어디까지나 절차가 필요한 법입니다 절차가! 조선은 작은 나라이기에 그런 것을 무시할 수 있을지 몰라도 우리 명나라는 그것이 아닙니다.”

광해군이 화를 벌컥 냈다.


“조선이 작다고 지금 업신여기시는 겁니까? 무시하는 겁니까? 그런 거예요?”

진린제독은 불쾌한 얼굴을 하였다.

“세자, 고정하십시오. 우린 원칙을 말씀 드린 겁니다.”

정도령은 묵묵히 밖을 내다보았다. 때마침 그믐이라 달빛도 보이지 않았다. 그 어두운 바닷가에 파도만이 넘실거리는 고금도를 향해서 귀선이 미끄러져 접근해 오고 있었다. 파도에 반 이상이 잠긴 거북의 등은 예리한 칼날로 무장되어 있었다. 놀라운 것은 등껍질 부분만 바다 위에 보이고, 나머지는 바다 속에서 유영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일종의 반잠수정(半潛水艇)이었다. 귀선은 명나라 배들이 즐비한 뒤편으로 접근하였다. 간혹 용머리 부분이 위로 돌출되어 주변을 관찰하는 것 외에는 매우 천천히, 그리고 조용히 접근했다. 이윽고 명나라 배에 바싹 접근하자 거북의 등이 좌우로 갈라지면서 침투 병사들의 모습이 드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