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상아 음악칼럼니스트]
작은 무대에서 말문 트기 노래를 참으로 사랑하는 여인이 있습니다. 첫 울음도 노래였을 겁니다. 말 보다 노래를 먼저 배웠기에 노래로 말을 했습니다. 살구꽃 흩날릴 때도 노래를 불렀고 억새 팬 달빛 아래서도 노래를 불렀습니다. 야생화 흐드러진 산길에서도 여울소리 굴러가는 냇가에서도 조약돌과 노래로 말을 나누었습니다. 밥 먹을 때도 노래를 부르다 숟가락에 얻어맞아 늘 머리통이 욱신거렸습니다. 변소에서도 노래를 부르다 야단맞으면 이불을 덮어쓰고 불렀습니다. 얼음이 둥둥 뜨는 찬 물에 머리를 감으면서도 노래를 부르던 그녀는 세상살이에 나오면서 점점 노래가 줄었습니다. 사람들이 그녀의 대화법을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노래가 한 마디 줄 때마다 입 밖으로 나오지 못한 말 알갱이는 몸 안으로 들어가 핏줄을 타고 돌다 독소가 되어 세포에 스미었습니다. 허파로 염통으로 간으로 혈전처럼 쌓여가 말문을 막았습니다. 말문이 막힌 그녀는 손짓으로 몸짓으로 글로 말하기를 하며 살아냈습니다. 지금 그녀는 내 옆에 잠들어 있습니다. 내일은 가게 귀퉁이에다 작은 무대 하나 만들어 줘야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