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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아ㆍ김민서의 음악편지

빌보드 차트 정상 9주의 “끝없는 사랑(Endless love)”

[디제이 김상아의 음악편지 109]
라이오넬 리치와 다이아나 로스가 부른 사랑이야기

[우리문화신문=김상아 음악칼럼니스트] 


언젠가는 그녀에게도 그런 날이 올 것이다.
햇살이 포시럽게(포근하고 부드럽게) 스며드는 어느 카페의 창가에 홀로 앉아인도네시아 산 커피의 은은한 향을 음미하며 독서삼매경에 빠져 있을 날이. 뒤안 감나무 옆에서 제비꽃이 파르르 떨리는 날, 기타를 둘러매고 아지랑이 아른 거리는 들판으로 달려갈 날이.
 

나 또한 그럴 것이다.
태백준령을 넘는 야간열차에 몸을 얹고 차창에 서린 성에를 입김으로 녹여가며 시를 쓸 날이. 퇴락한 도시의 한 귀퉁이 허름한 대폿집의 목로에 앉아, 흑백영화의 명장면들을 떠올리며 추억에 젖을 날이. 가끔은 일탈의 즐거움을 맛보며 혼자만의 시간도 소중하다고 느낄 날이. 언젠가 우리가 이 땅에 부재(不在)할 날이 오듯이 우리에게도 그런 날이...

산벚 잎이 홍시 익듯 물들던 날, 갈대 홀씨가 솜처럼 패어나고 으름 씨방이 터지던 날이었다.
"그대의 향기가 나에겐 바람 같은 그리움
심장을 뛰게 하는 냄새
아무도 모르게 다가온 그대가 나에겐
사랑이더라.“


지난밤의 치열한 과음으로 사막을 헤매고 있을 때 날아든 문자메시지였다. 머릿속이 벼락을 맞은 듯 하얘졌다. 떡밥 파문에 놀라 흩어졌던 고기들이 다시 모이듯, 생각들이 하나 씩 다시 돌아오자 나는 이불을 팽개치고 일어나 뒷동산으로 내달았다.


아침나절에 내린 비로 색상이 더욱 또렷해진 구릉에는 구절초, 쑥부쟁이, 산국들이 무더기로 피어나 황톳길을 덮었고, 깜부기의 구슬 염주는 가을 햇살에 붉게 빛났다. 나는 그것 들을 한 아름 꺾어와 가게 안을 야생화 향기로 가득 채우고 그녀를 기다렸다. 아직 손도 한 번 안 잡은 사이지만 나는 그녀에게 푹 빠져있었다. 목소리는 물론 외모마저 존 바에즈를 닮은 그녀, 탁월한 청음력과 곡 해석력, 거기에 문학적 재능까지 갖춘 그녀. 우리 가게에 아르바이트를 나온 첫날부터 나는 그녀에게서 풍기는 예사롭지 않은 기운에 이끌리고 있었다.

동쪽으로 길이를 늘이던 빌딩의 그림자가 사라지고 여기저기서 조명 꽃들이 피어나자 그녀가 들어왔다. 그녀는 들어서자마자 온통 들꽃 천지라는 걸 알아차리고 특유의 소녀감성으로 탄성을 연발하다가 꽃무더기 속에 꽂아둔 나의 시를 읽고는 그만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그것으로 끝이었다. 더 이상의 말도 확인도 필요치 않았다. 그렇게 서로의 마음에 사랑이 싹트고 있음을 알게 된 우리는 한 시도 떨어질 수 없는 사이가 되었고 마침내 그녀는 나의 반려자가 되었다.

 

여보, 어쩌면 이렇게 하루하루 사랑이 더해 질 수가 있을까요?

여기까지 이겠지, 인간이 할 수 있는 사랑의 한계에 다다랐겠지 하고 나면 또 새로운 사랑이 새록새록 돋아나고...

정말 우리의 사랑은 끝없는 사랑이네요

 

아내의 말대로 우리는 같은 뇌로 생각하고 한 심장을 같이 쓰는 것처럼 교감을 공유했다.

, 어느 한 순간도 당신을 떠나지 않을 것이며, 소홀히 하지 않을 것이오.”

이제 우리는 책을 읽어도 같은 창가에서 서로 머리를 기대고 보게 되겠지요, 같이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를 것이고 여행을 떠나도 같이 가겠지요. 우리가 떨어져 있을 날은 오지 않을 거 에요.”

 

아내는 알고 있었구나. 우리에게 권태는 낯선 단어라는 걸.

일탈의 자유 따위는 필요치 않다는 걸.

함께 있음에 바로서고 존재할 수 있다는 걸.

 

     끝없는 사랑


사랑이여 나에게는 오직 당신뿐이죠
당신은 내게 유일한 존재
나의 첫사랑 내가 택한 생명
내가 가꿀 미래
내 모든 사랑을 당신과 함께 나누고 싶어요
당신의 눈동자에서 사랑을 느껴요
당신은 나의 끝없는 사랑
하나처럼 고동치는 이 두 마음
우리의 삶은 이제 시작이지요
당신을 언제고 내 품에 안으리다
당신의 매력과 사랑 앞에 꼼짝할 수가 없네요
당신을 위해서라면 바보가 되겠어요
두렵지 않아요
당신은 곧 내 삶의 의미니까요.
나의 사랑은 끝이 없어요
내 삶은 오직 당신만 위해서 존재해요
당신은 내가 택한 생명이며 미래에요
내 모든 사랑을 그대에게 바치리다
당신은 언제나 나의 끝없는 사랑일 뿐 이예요

 

끝없는 사랑(Endless love)”1981년에 제작된 동명 영화의 타이틀곡으로, 매머드 급 스타 라이오넬 리치와 다이아나 로스가 불러 연속 9주 동안이나 빌보드 차트 정상에 머무른 곡이다. 당시로선 초유의 일이었다. 그 여세로 다음해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에서 최우수 팝 싱글과 최우수 소울 싱글상을 수상한다. 24회 그래미 어워드에서 무려 7개 부문 상을 수상했고, 라이오넬 리치는 최우수 프로듀서에 선정되었다.


거장 프랑코 제피렐리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영화 “Endless love”는 마틴 휴이트와 부룩 쉴즈라는 당시 최고의 스타를 남녀 주연배우로 발탁했으나, 기대만큼의 호응은 얻지 못 했다.

다이아나 로스는 60년대 최정상의 여성중창단인 슈프림스(Supremes)의 꽃이었으며, 라이오넬 리치는 그룹 코모도어스(Commodores)의 보컬이었다.

 

개인주의가 만연되어 사랑마저도 계산되어지고, 소모품으로 전락하는 세태를 바라보며 사랑의 참 가치를 되새겨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