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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띄는 공연과 전시

호랑이다리 소반, 출장가는 공고상 보셨나요?

국가무형문화재전수회관, 전통공예의 미(美) 탐구 <소반전>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음식을 먹을 때, 음식 그릇을 올려놓는 작은 상” 곧 소반은, 우리 겨레와 오랜 세월 함께 해왔다. 소반은 평평한 반면(盤面)의 통판 널과 여기에 연결되는 다리로 이루어졌다고 얘기하지만 소반은 각 지방마다 나름의 아름다움과 특성을 지니고 발달되었다. 그 ‘소반’을 집중 조명하는 전시회 곧 전통공예의 미(美) 탐구 <소반전>이 서울 삼성동 국가무형문화재전수회관 2층 ‘결’ 전시관에서 오는 5월 20일까지 열리고 있다.

 

 

전시장에 들어가면 수십 가지 다양한 모양의 소반들이 전시되고 있어 관람객을 압도한다. 전시품을 보면 주로 개인소장인 유물들, 전승공예가들의 작품에 더불어 현대작가들의 작품도 함께 한다.

 

먼저 지방의 특성을 지닌 소반들 곧 나주반, 강원반, 충주반, 해주반, 통영반들이 서로 자웅을 겨룬다. 하지만 어느 것이 더 훌륭하다고 할 수는 없다 나름의 아름다움에 각각 탄성을 지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먼저 ‘나주반’은 전남 나주에서 발달했던 소반이다. 나주반에는 4각반, 12각반, 호족반, 단각반이 전해 오는데 보통 말하는 나주반은 보편화된 반상인 4각반이다. 잡다한 장식이나 화려한 조각이 없으며 나뭇결이 그대로 들여다보이는 투명한 생칠이 쓰였다. 따라서 한국의 소반 하면 이 나주반이 대표성을 띄는 지도 모른다.

 

 

 

 

 

 

이어서 선보이는 강원도 지방에서 생산된 강원반(江原盤)은 두꺼운 판재로 매끄럽지 않고 성글고 투박하게 만들어졌으나 순박한 정감이 느껴지는 특성을 보인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 충청북도 충주지방에서 만들어진 소반인 ‘충주반’은 다른 지방의 소반보다 꾸밈이 적고 단조로우며 주로 개다리 형태를 취하고 있다.

 

다음으로는 우리나라 소반 가운데 가장 화려한 형태의 ‘해주반’이다. 해주반은 연당초, 모란, 卍자 따위 화려한 투각 장식이 많아 담백한 조선조 성향이 아닌 화려한 고려적 분위기가 배어있다는 평가다. 마지막으로 경상남도 통영에서 만든 ‘통영반’은 화려하면서도 나주반보다 튼튼하고 만들기가 실용적인데 최근까지도 밥상의 정형이라 불릴 정도의 소반이다. 18세기 조선팔도의 물산을 소개해 놓은 서유구의 《임원십육지》에 “통영의 문목반이 좋은 소반이다.”라고 소개되기도 했다.

 

이어서 소반 다리의 특성에 따라 구분된 ‘호족반’과 ‘구족반’을 선보인다.

 

 

 

먼저 다리가 호랑이의 다리 모양을 하고 있는 호족반(虎足盤)으로 ‘나주반’에 이런 형태가 많다. 호랑이의 다리모양을 보여주는 탓에 조각장식과 함께 굽은 선이 많고 다리의 굴곡이 힘차고 위용이 있으며 높이가 높고 반(盤)은 날렵하게 다리보다 밖으로 뻗쳐 있다. 대궐용 수라상이나 궁내 제례용 소반으로 쓰였지만 상류가정의 의례용 소반 등으로 널리 사용된 소반이다.

 

또 구족반(狗足盤)은 다리의 형태가 개다리처럼 생긴 소반으로 일반 백성들 사이에서 가장 많이 쓴 소반이다. 호족반처럼 화려하거나 역동성이 강하게 느껴지진 않지만 중부지방 특유의 여유로움과 소박함, 그리고 편안한 느낌을 주고 있다는 평가다. 보통 충주반에 많이 적용되고 있다.

 

그밖에 독특한 모양을 한 공고상, 일주반, 원반을 소개하고 있으며 죽절반도 고개를 내밀고 있다. 출장 가는 상으로 알려진 ‘공고상’은 밖이나 관청에서 식사를 할 수 있도록 음식을 머리에 이고 나를 수 있게 만든 소반인데 번(番)을 설 때 나르는 상이라는 뜻으로 ‘번상(番床)’이라고도 불렀다. 머리에 이고 나르기 편하도록 다른 소반에 견주어 아랫부분이 길게 만들어졌고 이동할 때 앞을 내다보기 위해 마름꽃 모양(菱花形)의 커다란 창, 곧 개창(開窓)을 뚫엇으며 옆면에는 손잡이 구멍이 있다

 

 

 

 

 

이밖에 외다리로 반을 받치고 있는 일주반(一柱盤, 단각반-單脚盤)과 위 천판이 둥근 모양으로 된 원반(圓盤), 대나무 마디 모양의 다리를 가진 ‘죽절반(竹節盤)’도 선보인다.

 

전시의 마지막은 현대 감각을 부어넣은 작품들의 전시다. 호족반 위에 갓이 달린 등을 붙여놓은 ‘호족반등’, 탄화・오크・알루미늄을 재로로 쓴 원반 따위가 있다. 소반이 그저 지나간 유물이 아니라 현대에서 응용해서 쓸 수 있는 실용성도 겸비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그리고 장인의 작업실을 그대로 옮겨놓은 공간도 마련해 놓았다. 장인이 쓰는 각종 연장들은 물론 조금 전까지 대패질하다가 멈춘 것으로 보이는 장면은 잠깐 기다리면 다시 장인이 돌아와 소반을 만들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서울 연희동에서 왔다는 황수연(47, 교사) 씨는 “어렸을 때 소반을 놓고 밥을 먹었던 아련한 기억이 떠오른다. 이렇게 우리 겨레의 아름답고 소박한 삶이 담긴 소반을 다시 보니 현대식 식탁만이 아니라 소반도 곁에 두고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호족반, 구족반도 정말 멋지지만, 공고상은 참으로 재미난 상이다.”라며 감동스러워 했다.

 

입식생활이 아니라 좌식의 삶을 살았던 우리 겨레만이 창안해 내고 발전시켜 왔던 ‘소반‘, 그 소반의 아름다움을 가까이서 접해보면 좋을 일이다. 가서 나주반과 통영반 그리고 해주반의 특징을 살펴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