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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 교수의 환경이야기

상습 가뭄지역에서 먼 곳에 있는 ‘4대강 보’

환경이야기 21. 4대강 사업 무엇이 문제였나?-(3)

[우리문화신문=이상훈 교수]  많은 국민은 여행 중에 4대강을 지나치면서 보에 물이 가득 차있는 것을 보고서 “저 물을 이용하면 가뭄은 해결 되겠구나”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리고 아주 자연스럽게 4대강 사업은 다른 것은 몰라도 최소한 가뭄 피해를 막는 데는 성공적이었다고 생각할 것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2015년 2월에 펴낸 자서전 《대통령의 시간》에서는 다음과 같이 4대강 사업의 가뭄 방지 효과를 강조한 부분이 나온다. “연평균 강우량은 세계 평균보다 높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상시적인 물 부족에 시달려야 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강바닥을 준설해 ‘물그릇’을 키울 필요가 있었다. 이렇게 되면 건기에도 강은 물로 가득 찰 수 있다.”

 

4대강 사업에서 16개의 보를 막고 수심 6m를 확보하기 위하여 대규모로 준설을 하였다. 2011년에 4대강 사업을 준공한 후 16개 보에 저장된 수자원은 7억 2000만 톤이나 된다. 그러나 2012년과 2015년에 충남 지방에 가뭄이 발생하였지만 가뭄 피해 지역에 물을 한 방울도 보내지를 못하였다. 왜 그랬을까? 보에 물은 가득 차 있지만 물을 보낼 수 있는 시설 곧 양수장, 가압장, 도수로 따위가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필자가 보기에 4대강 사업의 가뭄 대책은 두 가지 치명적인 결함을 가지고 있다. 첫째, 물 부족 지역과 물 저장 지역이 일치하지 않는다. 4대강의 16개 보에는 많은 물이 저장되어 있지만 실제로 가뭄이 자주 발생하여 물이 상습적으로 부족한 지역과는 거리가 멀리 떨어져 있어서 물을 보낼 수가 없다. 4대강사업 조사평가위원회에서 16개 보의 위치에 대한 적절성을 판단하기 위하여 권역별 물 부족량과 보의 위치를 비교한 결과는 <그림1>과 같다.

 

 

<그림1>에서 색깔이 진한 부분이 상습 가뭄지역인데 대부분 보가 있는 지역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 4대강 사업 이전에 오랫동안 정부에서는 농업용 저수지를 건설하고 관개시설과 상수도 시설을 건설하여 4대강 본류 주변 지역에서는 물부족 현상이 발생하지 않았다. 최근에 물부족은 상류와 지류, 그리고 산간지방과 해안지방에서 나타나고 있다.

 

4대강 본류에 위치한 보에는 물이 가득 차있지만 본류에서 거리가 먼 지류 지역에서 가뭄이 발생하면 보에 저장된 물을 공급하는 시설이 없기 때문에 물을 보낼 수가 없다. 전국에 있는 양수장 6800여 개 가운데 4대강 본류에서 직접 취수하는 곳은 180여 곳이며 본류에서 물을 공급받는 논의 면적은 37000ha다. 이는 우리나라 전체 논 면적의 4%에 불과하다, 나머지 96%의 논에서 가뭄이 발생하더라도 4대강 보의 물을 이용할 수가 없다.

 

둘째, 양수시설을 만들어서 4대강 보의 물을 물부족 지역에 공급하려고 해도 경제성이 없다. 농업용 저수지에서 논에 물을 공급하는 과정을 생각해 보자. 지금까지 건설된 농업용 저수지는 논보다 높은 곳에 위치하고 있다. 높은 곳에 있는 저수지에서 낮은 곳에 있는 논으로 물은 수로를 따라서 자연낙하식으로 흘러가게 된다. 그런데 4대강 보는 그 유역에서 가장 낮은 곳에 위치하고 있다. 그러므로 만일 도수로를 만들어서 보에서 높은 지역의 논에 물을 공급하려면 계속해서 물을 펌프로 뿜어 올려야 한다.

 

 

2015년 봄부터 가을까지 충남 서남해안 지방에서 극심한 가뭄이 들었다. 보령댐의 용수가 거의 바닥나고 농업용수는 물론 식수까지 부족해지자 정부에서는 금강의 물을 공급하기 위하여 도수로 공사를 서둘러 시행하였다.

 

한국수자원공사에서는 625억 원을 투입하여 양수장과 가압장 2곳을 만들고 2016년 2월에 금강 백제보 하류에서 보령댐의 상류로 물을 보낼 수가 있었다. 그러나 양수장에서 보령댐까지는 거리가 21.9km나 되고 고도가 126m나 높기 때문에 물을 공급하려면 전기료를 포함하여 유지관리비가 한 달에 약 5억 원이나 소요되므로 한 달도 안 되어 도수로는 가동을 중단하고 말았다.

 

 

정부에서는 4대강 본류 주변에는 물을 충분히 공급할 수 있기 때문에 4대강 사업은 가뭄 방지 효과가 있다고 주장하지만, 4대강 본류 주변 지역은 4대강 사업 이전에도 물이 부족한 지역이 아니었다. 물이 부족한 지역에 물을 공급해야 가뭄 해결책이 되지, 이미 물이 충분한 지역에 물을 공급한다고 해서 그것을 가뭄 대책이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4대강의 16개 보에 저장된 물은 처음부터 가뭄에 사용하기 위한 물이 아니었다. 4대강 사업을 운하의 전단계로 설계하다 보니, 한반도 대운하 계획의 갑문 위치에 보를 만들었다. 배로 짐을 나르려면 수심 6m를 확보해야 하는데 그 때문에 대규모로 준설 작업을 하였다. 4대강의 본류에 보가 만들어지니 물이 차게 되었고, 물이 차니 가뭄에 이용할 수 있다고 국민들에게 과장된 홍보를 한 것이다.

 

4대강 사업이 끝나면 가뭄 걱정이 없어질 것이라는 이명박 정부의 약속은 과장된 홍보에 불과하다. 4대강 16개 보에 물은 가득 차 있어도 그 물은 낮은 곳에 있기 때문에 높은 곳에 있는 저수지와 논에 공급하려면 비용이 많이 들어서 경제성이 없다.

 

가뭄 대비용 용수를 저장하기 위하여 준설한 것이 아니고 주운에 필요한 최소 수심 6m를 확보하기 위하여 준설을 했다. 물은 많이 저장되어 있어도 도수로가 없기 때문에 가뭄 지역에 보낼 수가 없다. 앞으로도 4대강 16개 보의 물은 가뭄 피해를 막는데 사용하기가 어렵다. 오히려 흐르는 물을 가두게 되자 체류시간이 느려져서 여름이 되면 녹조가 발생하여 수질만 악화시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