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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종승의 무속신앙 이야기

행당동 아기씨당(2) - 당굿 절차 및 내용

양종승의 무속신앙 이야기 24

[우리문화신문=양종승 박사]  행당동 아기씨당에서는 매년 음력 10월 상달 초하루부터 초사흘 사이 상일 하루를 골라 당굿을 하고 있다. 그리고 해마다 음력 4월 보름에는 애기씨 탄신제를 드린다. 특히 시월 상달 초순에 거행되는 당굿은 그 전승의 맥을 끈끈하게 이어 오고 있어 서울지역의 마을굿 옛 정취를 알아볼 수 있는 좋은 예이다. 당굿이 오늘날까지 대대적인 규모를 갖추고 행해지고 있는 가운데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지역민들이 명복 발원은 물론 화목과 단결을 모색하면서 잔치 분위기를 만든다.

 

당굿을 하기 위해 약 20여 일 전부터 조라술 담근다. 조라술을 담그기 위해서는 깨끗하게 목욕재계하고 부정한 일을 삼간다. 그리고 최대한 정성을 들인다. 만약 정성이 부족하던지 깨끗하지 못할 때는 조라술이 제대로 되지 않아 사용하지 못하게 된다. 제물준비, 무녀와 악사들 섭외 또한 서둘러 맞춰둔다. 굿에 쓰일 제물도 상품으로만 골라 장만한다. 당굿 사흘 전부터는 당 주위에 금줄을 치고 황토를 깔아 부정한 인간이나 동물들의 침입을 막는다.

 

당굿은 당주와 잽이 당부를 중심으로 여러 명의 무녀와 악사가 참여한다. 무녀들은 굿은 물론, 장고, 제금을 돌아가며 연주한다. 잽이는 피리, 해금, 대금으로 구성되는 삼잽이로 구성하는데, 당주가 피리를 맡고 나머지 두 악사들은 해금과 대금을 연주한다. 아기씨당굿의 제차와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황토물림 - 당굿 삼 일 전, 대문과 출입구에 황토를 깔아 부정한 인간이나 동물들의 칩임을 막는다.

2) 주당물림 - 굿을 하기 위해 굿청과 주위를 정화한다.

3) 부정ㆍ가망청배 - 만신이 앉아서 장구를 치면서 부정한 것을 모두 물리친 후, 당굿에서 모셔질 신령님들을 일일이 거론하면서 당굿에 감흥하시기를 바란다.

4) 진적 - 유교식 제사로 하는데. 제복을 입은 제관들이 축문을 낭독하고 잔을 올린다.

5) 본향거리 - 만신이 본양지(본향신을 상징하기 위해 흰 종이로 접어 세모꼴로 만든 종이)를 양손에 들고 본향신을 모신다.

6) 애기씨거리 - 아기씨당 주신인 아기씨를 모신다. 무녀가 아기씨처럼 예쁘게 화장한 후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주민들에게 신의 말씀을 내린다.

7) 말명거리 - 역대 당주 및 만신말명(무당이 죽어 신격화된 존재) 등을 모셔 놀린다. 만신말명으로 모셔지는 분은 당주 고송자, 당주 김묘분, 아양방집 할머니(고송자의 신할머니), 대사집 할머니(고송자의 신어머니), 박씨 만신(김옥렴의 작은 어머니), 쌍둥이집(고송자의 신딸), 평산 어머니(고송자 신딸), 석순네(양지동 당주), 태상신(전래, 고송자를 수발했던 분), 심씨(김묘분 시절 때 당굿을 하면 음식 장만하였던 분) 등이다.

8) 제석거리 - 칠성 제석 불사님을 모신다. 이때 밤 대추로 산을 준다. 곧 굿을 하다가 신령의 지시에 따라 밤이나 대추 또는 생쌀로 신도에게 짝을 맞추어 준다.

9) 부군거리 - 일대 대동을 수호하는 부군마마 내외분을 모신다. 부군(붉은) 곧 태양신을 모신다.

10) 무감서기 - 당굿에 참여한 주민들이 신복을 입고 흥겨운 장단에 맞춰 춤을 추면서 신풀이를 한다. 무감서기는 누구든지 참여 하여 춤을 출 수 있는데, 무감서기를 하게 되면 아픈 사람은 건강해진다고 믿는다.

11) 별상거리 - 별상님을 모신다. 여기서는 생 소머리와 우족으로 사슬을 받쳐 신령님이 잘 받았는지를 확인한다. 별상은 천연두를 옮기는 신인데, 별상을 모시는 것은 전염병이 옮겨지지 못하도록 하는데 있다.

12) 신장ㆍ대감거리 - 신장님과 대감님을 차례로 모시고 놀린다. 참여한 주민들에게 신장기를 뽑게 하여 일 년 운수를 점친다. 대감은 전안대감(무당이 집안에 모셔둔 신), 도당대감(마을당에 모신 마을신), 살륭대감(산릉, 곧 산과 언덕) 등을 모신다.

13) 성주거리 - 당 성주를 맞이한다. 성주대를 내리게 한 후, 성주를 모시고 일 년 액운을 푼다.

14) 창부거리 - 창부님을 모셔 놀리고 일 년 액운을 푼다. 무당의 남편을 창부라 하는데, 음악을 담당하는 신을 일컫기도 한다.

15) 계면거리 - 당굿에 참여한 주민들에게 계면떡을 판다.

16) 소지 올리기 – 마을사람들이 차려온 꽃반상 앞에서 소지종이를 태우면서 성명과 생년월일을 거론하며 축원한다.

17) 뒷전 - 굿을 마무리 하면서 잡귀 잡신들을 풀어 먹여 보낸다.

 

당주 무녀와 잽이 당주

 

당주 무녀 김옥렴(金玉廉)은 집안 3대째 아기씨당에 거주하면서 당을 관리하며 당굿을 주관하고 있다. 김옥렴 만신은 서울시 무형문화재 행당동 아기씨당굿 무녀 보유자이다. 그녀의 당굿은 친정어머니 김묘분(사망)으로부터 배웠다. 김묘분 또한 자신의 친정어머니 고송자(사망)로부터 배웠다. 고송자, 김묘분은 당시 서울굿의 정통한 무녀들이다.

 

 

따라서 김옥렴의 아기씨당굿은 족보 있는 계보에 의해 전승되어진 굿문서에 의해 행해지고 있다. 김옥렴은 또한 아기씨당집 및 아기씨당굿에 대한 내력은 물론, 무가, 굿춤, 공수, 굿거리 재차, 제물 진설 등에 관한 당굿 전반에 대해 상세히 알고 있다. 김옥렴 당주 후계자로는 김옥렴의 친딸 오소연 무녀와 여은석 무녀 등 여타의 무녀들이 있다.

 

잽이 당주 최형근(崔炯根)은 서울굿의 유명 악사이며 서울시 무형문화재 행당동 아기씨당굿 악사 보유자이다. 최형근은 당굿과 관련된 서울 무악의 최고 연주자이며 당굿 관련 사항에서도 능통하다. 1981년부터 애기씨당굿과 관련하여 실질적인 잽이 당주로서 임무를 수행해 오고 있다. 최형근 악사는 삼잽이로 구성되는 당굿 음악에서 피리를 맡는다. 때로는 대금이나 해금 연주도 하기도 한다.

 

아기씨당굿의 역대 잽이 당주와 잽이는 당대 유명 악사들이었다. 당주 고송자 시절에는 이순길씨가 잽이 당주로 활약하였고, 그와 함께 박기동, 전두연씨 등이 있었다. 당주 김묘분 시절에는 김갑용씨가 잽이 당주로 활약하면서 지광희, 박일남, 양광선, 최석길 등 당대 유명 악사들이 참여하였다. 현재 수명의 젊은 악사들이 보유자 최형근에게서 당굿 음악을 전수받고 있다.

 

행당동 아기씨당굿은 서울지역의 대표적 마을굿으로써 오랜 전통을 가지고 있다. 그 역사는 적어도 270여년 이상이 된다. 그리고 아기씨당 의례 형태는 마을굿이지만 일반적으로 널리 알려진 농어촌 것과는 다른 도심형 당굿 형태를 갖추고 있다. 그러면서 행당동 아기씨당굿은 마을민들의 참여가 긍정적이고 적극적이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산업화되고 서구화된 사회구조 속에 갖혀 있는 현대인들의 이기주의적 생활 속에서도 이곳 마을민들은 당굿을 통해 대동단결을 모색하고자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