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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처용가무 도시, 울산서 열린 국악경연대회

[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377]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명예교수]  지난주에는 충남지방의 무형문화재인 아래내포시조와 위내포시조를 소개하였다. 위내포시조의 보유자, 박선웅은 서산의 유병익 사범에게 배웠고, 서울의 박기옥에게 석암제 시조, 홍원기, 김경배에게 가곡과 가사까지 배웠다는 점, 그는 제2회 백제예술제 시조경창대회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하였고, 전국 굴지의 시조대회에서 심사위원을 지냈고, 현재는 서산지방에서 윗내포제시조 강습회와 정가발표회 등을 열고 있다는 점을 얘기했다.

 

또 전승과정은 유환경-이종승-이문교-유병익-박선웅으로 이어지며, 이 창제는 창법이 편안하고 안정감이 있으며 곡태(曲態, 음악의 표현 기법) 또한 유연하다는 점, 노랫말이 구수하게 변모되어 있으며 전체적인 장단수가 경제에 비해 짧게 구성되어 있다는 점, 옛 선비의 기개와 멋을 느끼게 되는 시조창이란 점 등을 이야기 하였다.

 

이번 주에는 지난 7월 7~8일에 울산광역시 국악협회(회장 박진)가 주최한 제21회 전국국악경연대회(이하 울산대회) 관련 이야기를 한다.

 

울산이라는 도시의 이름을 듣게 되면, 무엇보다도 먼저 근대 한국의 산업을 이끈 공업도시라는 생각이 떠오른다. 1960년대 초, 경제개발계획의 공업특정지구로 결정되어 정유ㆍ비료ㆍ자동차ㆍ조선 등의 공업이 입지하면서 산업인구가 크게 늘어난 도시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필자에게는 또 다른 도시의 이미지가 떠오른다. 바로 처용가(處容歌) 노래나 처용무(-舞)와 같은 춤이 연상되는 것이다.

 

신라시대 헌강왕(憲康王)때의 이야기이다.

 

하루는 임금이 지금의 울산인 개운포(開雲浦)에 행차하였다가 동해 용왕의 아들인 처용(處容)을 만나 그를 궁으로 데리고 와서 벼슬을 시켜주고 예쁜 여자로 하여금 아내를 삼게 하였다는 것이다. 달 밝은 어느 날 밤, 처용은 밖에 나가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고 놀다가 뒤늦게 집으로 돌아와 보니, 역신(疫神)이 그의 부인을 탐내어 집으로 들어와서 함께 자고 있었다.

 

 

그러나 처용은 조금도 화를 내지 않고 오히려 노래를 지어 부르고, 춤을 추니 역신이 놀라 하는 말이 “내가 공의 아내를 탐했으나, 조금도 성내는 기색을 보이지 않으니 앞으로는 그대의 얼굴 그린 것만 보아도 문 안에 들지 않겠다.”고 말하면서 물러갔다고 한다.

 

믿기지 않는 전설 속의 이야기이지만, 삶 속에서 경험하게 된 비극을 인간의 보편적인 감정과 행위가 아닌, 예술적 행위로 극복해 낸 처용의 모습은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와는 분명 다른 것이다. 그 뒤로 일반 가정에서도 악귀를 물리칠 때마다 처용의 얼굴을 그려 붙였다는 이야기가 전해 오는데, 바로 처용설화에서 유래된 것이다.

 

이 설화에서 유래되어 지어진 시(詩)와 노래가 처용가이고, 춤으로는 처용무가 전해오고 있으며 독특한 처용가면 등이 전해오고 있다.

 

현재의 처용무는 5방(五方)의 처용, 즉 청(靑), 홍(紅), 황(黃), 흑(黑), 백(白)의 화려한 복식을 갖춘 5명의 춤꾼이 호방하게 추는 춤으로 정착이 되어 전래하고 있으나 성현의 《용재총화》에 따르면 처음에는 한 사람이 검은 천으로 된 흑포사모(黑布紗帽, 검정베와 모자)를 쓰고 추었다고 한다. 5방을 상징하는 빛깔은 처용무 복색에 나타나 있는 그대로이고, 가면은 빛이 번쩍거리는 붉은 얼굴의 유광적면(油光赤面)이다. 이 처용무는 조선 전기까지만 해도 궁중 나례(儺禮), 곧 새해를 맞이하면서 여러 종류의 잡귀를 몰아내는 궁중의식에 쓰였다.

 

처용의 설화는 문학과 음악, 춤과 연극 등이 한데 잘 어우러진 종합 예술로의 전형적 모델이라 하겠다. 처용설화의 발생지인 울산에서 해마다 열리고 있는 <처용문화제> 역시 지난 50년간 한국의 대표적인 축제로 자리를 잡고 있으며 울산이라는 공업도시에서 문화예술을 꽃피워 산업과 예술이 공존하는 국제도시로 성장해 가고 있는 것이다.

 

울산을 빛내고 있는 또 하나의 자랑스러운 문화행사가 있는데, 바로 울산국악협회가 주최하는 <전국국악경연대회>가 그것이다. 올해 21회째 주최해 오고 있는 이 대회는 전통음악의 신진 등용문으로 알려져 있다. 실력 있고 유능한 국악인들이 울산 근처뿐 아니라, 서울이나 경기, 충청도, 전라도 등 전국 각지에서 몰려들고 있는 것이다. 대회가 투명하고, 상장의 훈격이나 상금 제도가 잘 마련되어 있기 때문일까? 하여튼 1998년부터 시행해 오고 있는 울산시의 유일한 국악경연대회이다.

 

 

 

이 대회는 학생부의 종합대상과 일반부 대상에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장이 수여되며 200만원의 상금도 걸려 있다. 학생부 경연에서 대상을 뽑는 방식은 예심을 통해 기악, 가창, 무용, 풍물, 초등국악동요부문 등 5개 부문에서 각 부문 1등 수상자를 선정하고 본심에서 수상자 5명을 대상으로 재 경연을 통해서 결정하는 방식이다. 이 심사는 위촉된 심사위원 전원의 채점으로 결정된다.

 

또 하나의 장관상은 일반부의 몫인데, 가창분야나 무용, 풍물분야는 분야 자체가 열려있지 않아 참가할 수 없으며 오직 기악부문만 열려있다.

 

역시 예선을 거쳐 결선에서 최우수자에게 문체부 장관상과 상금을 주는 대회였다. 울산경연대회가 열리는 날, 공교롭게도 전국의 각 시도에서도 여러 대회가 동시에 열렸으나 실력 있는 참가자들이 울산대회에 출사표를 던져 모두 174개팀, 275명이 참가하여 열띤 경연장이 되었다. 그래서 첫 날 예선의 진행은 밤 8시가 넘어서야 끝이 날 정도였다.

 

첫 날 학생부 심사기준으로는 기교나 재주보다는 음악의 기본요소라 할 수 있는 발음(발성), 자세, 음정, 박자, 등 기본에 충실할 것을 언급하였으며, 특히 박자의 조합인 장단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다음 주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