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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 교수의 환경이야기

강이 아닌 경제 살리기, 그것도 신기루

환경이야기 23 “4대강 사업 무엇이 문제였나?”-(5)

[우리문화신문=이상훈 교수]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이후인 2018년 7월 4일, 감사원은 4대강에 대한 제4차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제일 먼저 4대강 사업의 홍수 방지 효과를 보자. 홍수의 상습 피해 지역은 지류와 상류인데, 4대강 사업에서는 홍수를 예방하는 준설 사업을 본류 중심으로 했기 때문에 홍수 예방 편익은 0원이라는 것이다. 한 마디로 표현해서 홍수 방지를 위한 사업의 번지수를 잘못 짚었다는 것이다.

 

둘째 가뭄 방지 효과를 보자. 4대강의 16개 보에는 7.2억 톤의 물이 저장되어 있지만, 물을 보낼 수 있는 수리시설이 없기 때문에 지류의 가뭄 지역에는 물을 보낼 수가 없었다. 다만 본류 주변에서는 가뭄 때 물을 이용할 수 있는데, 가뭄 때 현재의 수리시설로 공급할 수 있는 물은 보에서 확보한 수자원 7.2억 톤의 8.6% (연간 6200만톤)에 불과하다.

 

셋째, 녹조 라떼로 상징되는 수질오염에 대해서는 감사 결과 놀라운 사실이 발견되었다. 환경부에서는 4대강 사업의 계획 단계에서 “4대강 사업으로 보가 설치되면 체류시간이 증가하여 조류 발생이 염려된다.”고 대통령에게 보고를 했지만 당시 대통령실로부터 조류와 관련된 표현을 삼가달라는 요청을 받고 그 후에는 조류와 관련된 문안을 아예 보고서에서 삭제하거나 순화시켰다는 것이다.

 

감사원에서는 4대강 사업의 경제성 분석을 서울대학교 산학협력단에 의뢰하였다. 서울대에서 4대강 사업의 경제성을 재분석한 결과를 보면 2013년 기준으로 향후 50년 동안 4대강 사업의 예상되는 편익은 6.6조원, 투입되는 모든 비용은 31조원으로 B/C 비율이 0.21로 계산되었다. B/C 비율은 강별로 다른데, 한강은 0.69 낙동강은 0.08 금강은 0.17 영산강은 0.01로 조사되었다. 결국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은 예산 22조 원을 낭비한 실패한 사업으로 최종적으로 밝혀졌다.

 

수도권에 사는 2천만 시민들은 4대강에서 멀기 때문에 실제로 4대강 사업에 대해서 관심이 적다. 그러나 4대강 주변 지자체에서는 4대강 사업이 완공되면 지역발전에 크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믿고서 처음부터 적극적으로 4대강 사업을 지지하였다. 감사원의 발표에서는 4대강 사업이 총체적으로 실패한 사업이라고 해도 4대강 주변에 사는 사람들은 4대강 사업으로 인해서 뭔가 경제적 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면 4대강 사업을 여전히 지지할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 후보의 대선 공약 제1호이었던 4대강 사업은 지역 경제와 국가 경제를 살리기 위한 경제 논리에서 추진되었다. 홍수를 막고 가뭄 피해를 줄이고 수질을 개선한다는 목표는 4대강 사업을 홍보하기 위한 부차적인 목적이었다. 4대강 사업은 처음부터 경제를 살리기 위하여 필요한 사업이었지, 강을 살리기 위한 사업이 아니었다. 이러한 주장은 다소 생소하지만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을 추적해 보면 근거가 있음을 알 수 있다.

 

2009년 6월 8일에 ‘4대강 살리기 사업 마스터플랜’이 발표되고 3주가 지난 6월 29일에 이명박 대통령은 제18차 대국민 라디오 연설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잠실과 김포에 보를 세우고, 수량을 늘리고, 오염원을 차단하고, 강 주변을 정비하면서 지금의 한강이 된 것이다. 4대강 살리기도 바로 그런 목적이다... 물도 풍부하게 확보하고, 수질도 개선하고, 생태 환경과 문화도 살리면서 국토의 젖줄인 강의 부가가치도 높이면 투입되는 예산의 몇 십 배 이상의 가치를 얻을 수 있다 ... 이 문제에 대해서는 더 이상 오해가 없기를 바란다”

 

이 발언에서 필자가 밑줄 친 문장이 매우 의미심장하다. 4대강 사업이 필요한 이유는 강의 부가가치를 높여 경제적으로 엄청난 이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해석된다.

 

이명박 대통령의 라디오 연설을 음미해 보면 4대강 사업에 왜 22조 원이나 되는 예산을 아낌없이 투입했는지가 분명해진다. 4대강 사업을 끝내면 강과 주변의 부동산 가치가 올라서 22조의 몇 십 배나 되는 이익을 올릴 수 있기 때문에 초기 투자비용 22조는 결코 낭비하는 돈이 아니고 종자돈이 되는 것이다. 4대강 사업을 이해할 수 있는 핵심적인 단어는 ‘부동산 가치’였다.

 

이명박 대통령의 라디오 연설 외에도 4대강 사업의 목적이 치수사업이라기보다는 일자리를 만들고 위락산업과 관광산업을 활성화하고 지역경제를 발전시키는 사업임을 강조하는 발언을 찾아 볼 수 있다.

 

2011년 2월 16일 당시 대통령 경제특보였던 강만수씨는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린 제34회 전국최고경영자 연찬회의 특별강연에서 “4대강 사업을 치수사업이라고 생각하기보다는 호텔, 레저 등 엄청난 파생 산업을 발생시키는 거대한 사업이라고 봐야 한다.”며 “100만 청년 실업자 시대에 4대강 사업 이외에 (실업자를 구제할) 어떠한 대안이 있을 수 있나?”고 반문하며 4대강 사업을 청년실업 해법이라고 주장하였다.

 

4대강 사업이 완공된 뒤 5년이 지나서, 2016년 1월 22일 경주에서 열린 극동포럼에 참석한 이명박 전 대통령은 다음과 같이 4대강 사업을 높이 평가했다. “4대강 사업은 녹색성장을 주도하고 경제 침체를 극복하는 데 이바지한 성공한 정책으로 생각하고 있다.... 다소 논란은 있었지만, 세계적으로 경제가 위기인 시기에 4대강 사업이 우리 경제를 살리는 데 큰 도움이 됐다.”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을 검토해 보면, 국민들은 4대강 사업을 잘못 이해하고 있었다. 4대강 사업은 치수(治水, 홍수나 가뭄의 피해를 막음)와 이수(利水, 물을 잘 이용함)를 위한 사업이 아니고, 경제를 살리기 위한 사업이었다.

 

그렇다면 4대강 주변 주민들이 그렇게도 바라던 지역 발전은 이루어졌는가? 4대강 사업이 진행되던 기간에는 공사비의 지출로 인하여 공사 지역에서는 일자리가 생기고 경제가 잠시 좋아졌을 것이다. 그러나 경제적인 효과는 그리 크지 못하였고, 오래 가지 못하였다. 4대강 사업으로 인해서 34만 개의 일자리가 생길 것이라고 정부에서는 홍보했지만 야당에서는 4대강 사업으로 생겼던 일자리는 4만4천개에 불과했다고 주장하였다.

 

아직까지도 4대강 주변 지자체에서는 새로이 조성된 호수를 이용하는 위락ㆍ관광산업의 발전을 기대하고 있다. 가장 앞서가는 곳이 경상북도 상주시이다. ‘낙단보 수상레저센터’는 상주시 낙단보 일원에 총사업비 46억 원을 투입하여 2016년 8월에 준공되었다. 이곳에서는 수상스키, 웨이크보드(묘기 부리는 것이 특징인 수상스키), 제트스키, 모타보트를 비롯해 폰툰보트(윗부분이 열려 있어 선상잔치나 낚시에 적합함)와 바나나보트, 밴드웨건(빠른 속도로 타는 고무보트), 풀라이피쉬(빠른 속도로 타는 고무보트의 하나) 등 내륙에선 쉽게 접하지 못했던 다양한 수상레저활동을 즐길 수 있다.

 

‘상주보 수상레저센터’는 상주보 인근 낙동강변에 총사업비 12억 원을 들여 2016년 9월 5일에 개장하였다. 수상레저센터에서는 카누, 카약, 수상자전거, 딩기요트(1인용 요트), 패들보드(길고 좁은 형태의 물에 뜨는 보드) 등 다양한 무동력 수상레저를 즐길 수 있다.

 

 

그러나 4대강 보를 이용하는 지역발전 효과는 4대강 보에 맑은 물이 흐를 때에만 가능할 것이다. 4대강 보에서 녹조 라떼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녹조가 심해진다면 4대강 보를 이용한 레저ㆍ관광산업의 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 녹조는 여름철 수온이 높을 때에 발생하는데, 대부분의 수상 레저활동과 관광 활동은 여름철에 이루어진다. 녹조를 해결하지 못하는 한, 4대강 보를 이용하는 지역발전은 신기루에 불과할 것이다.

 

2018년 7월 27일 MBC 뉴스에서는 낙동강의 심각한 녹조를 아래와 같이 보도하였다.

기록적 폭염에 낙동강 녹조 급증…식수원 위협

http://imnews.imbc.com/replay/2018/nwtoday/article/4719745_22669.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