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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나들이

[화보] 탑 하나에 새긴 극락세계 백장암 삼층석탑

 

 

 

 

 

 

 

 

 

 

 

[우리문화신문=최우성 기자] 백장암은 남원 실상사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실상사의 부속암자이다. 실상사는 신라에 구산선문의 본찰로 신라시대에는  9곳 큰 선종종찰이 있었다. 실상사는 신라시대 선종이 들어와 큰 사찰이 된 곳 중 가장 먼저 세워진 한국 선불교의 전통종가이다.

 

그런데 이곳 백장암 이름의 유래는 선사로 유명한 백장선사와 관계가 있다. 선종이 꽃피어난 당나라시절 육조 혜능의 계보를 잇는 선불교의 큰 스승으로  백장선사가 있었는데, 그는 깨달음을 얻기 위해 좌선에만 매이지 않고, 스스로 농사를 짓는 일에 게을리 하지 않았다. 곧 놀고 먹는 것을 절대 금하였다. 하루는 노인이 된 백장선사가 밭일을 나서려 하자, 제자들이 이를 말리기 위하여 백장선사의 농기구를 감추어버렸다고 한다. 그러자 백장선사는 그날 하루를 굶어버렸다.

 

제자들은 다음날 부터는 백장선사의 농기구를 다시 내주지 않을 수 없었다고 한다. 백장선사는 '하루 일하지 않으면 하루 굶는다[作 一]'는 것을 생활화 하여, 이후 선종에서는 경전공부와 좌선 뿐 아니라 경작노동을 필수적 수행의 한 방편으로 삼았다.'  그가 살았던 생활규칙은 백장청규[規] 하여 선종사찰의 제도화로 정착되어, 의식은 물론 법당 승당 방장 등의 제도를 정하고 각종 승단의 직책에 따른 스님들이 해야할 일등을 정하였다.

 

백장(百丈) 회해(懷海)는 이처럼 철저한 승가의 규칙을 정한 수행자의 표상이었다. 이처럼 철저한 수행은 수행스님들이 마음속에 깊이 새기고자 신라에도 전해졌고, 그 뜻을 받들고자 이곳에 백장암을 세웠던 것이다. 그런데 백장암의 구체적 창건 시기는 확실하지 않다. 오랫동안 내려오는 동안 전쟁과 여러차례의 화재로 기록이 산실되어 정확히 알 수 없으나, 창건 당시에는 원래 명칭이 백장사였다고 한다.

 

현재 백장암에는 전쟁과 화재에도 타서 없어지지 않은 삼층석탑(국보 제10호), 석등(보물 제40호), 불전에 예불에 쓰이던 청동은입사 향로(보물 제 420호)등이 수많은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살아남아, 백장암의 역사를 증명하고 있다. 그 중에 백장암 삼층석탑은 전체적으로는 통일신라시대 불국사 석가탑과 같은 형식의 석탑이나, 각층 탑신에 세밀하게 부처님의 세계를 호위하고 지키는 호법신장들과 천인상 등이 양각으로 새겨져 있고, 2층과 3층의 탑신에는 한옥건축물의 누각에 설치된 난간모양이 세밀하게 조각되어 있어, 더욱 귀하게 여기고 있다. 또 기둥 위에는 공포형 장식이 조각되었다.  상륜부는 윗부분이 일부 파손된 부분도 있으나, 섬세한 각 부분이 아름답기 그지 없다.

 

이 귀한 백장암삼층석탑에 부처님의 진신사리가 있을 것으로 짐작한 문화재 도굴꾼이 1980년대 석탑을 무너뜨린 적이 있어, 큰 뉴스가 된적이 있다. 그 소식을 듣고 욕심으로 가득한 인간들의 마음을 보는 듯 하였다.

 

이러한 귀중한 역사적 전통을 잇고자, 현재 백장암에는 백장선사의 청규를 준수하며 깨달음을 구하고자 여름과 겨울에는 스님들이 안거하는 선원이 있으며, 낮에는 농사일하고, 밤에는 좌선정진하는 백장선원이 운영되고 있다. 요즈음 불교계의 스님들이 스스로 깨달음을 구하고 중생을 구제하겠다던 처음 스님이 될 때의 마음가짐을 흐트리고, 불교종단의 권력욕과 재물욕 그리고 더 나아가 출가자로서의 기본인 계율을 저버린 행동들로 시끄럽다.

 

불교의 가르침은 그 겉모습에 있는 것이 아니고, 부처님이 평생 가르친 것을 글로 정리한 경전을 공부하고, 또 이를 마음속 깊이 새기는 수행을 통하여 부처가 되겠다는 자세로 공부하고 깨달아, 이를 중생교화에 되돌리는 중생제도라고 볼 때, 불교 종단을 지도하겠다는 스님들은 더이상 중생계를 어지럽히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따라서 출가자로서의 기본 행실에도 어긋나는 승려들은 그 누구의 지적을 통해서가 아니라, 스스로 자신의 행실을 되돌아보고 진심 어린 참회를 촉구해본다. 백장선사처럼 오늘 하루 일하지 않았거든 찬밥 한숫가락이라도 먹는 것을 두려워해야만 부처님을 따르는 불제자로서의 자세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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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우성 기자

최우성 (건축사.문화재수리기술자. 한겨레건축사사무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