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윗사람에게 꾸지람 듣고 며칠 잠을 못 잡니까?

[서평] 《나는 둔감하게 살기로 했다》, 와타나베 준이치, 다산초당
일본에서 100만 부가 넘게 팔린 ‘초조해하지 않고 나답게 사는 법’

[우리문화신문=양승국 변호사]  얼마 전에 서울법대 최고지도자 과정(ALP) 6기 동창모임이 있었습니다. 이번에도 정우철 회장님이 참석한 동기들에게 책을 선물해주셨네요. 평소 독서를 많이 하시는 정회장님은 책을 읽다가 감명을 받은 책이나 다른 사람들도 같이 보았으면 하는 책은 다량으로 구입하여 주위 지인들이나 자신의 회사 직원들에게 선물합니다. 전에 사무실로 정회장님을 방문하니, 회장실 옆방을 아예 서가실로 꾸며놓았더군요.

 

정회장님이 이번에 선물한 책은 일본의 소설가 와타나베 준이치(1933 ~ )가 쓴 《나는 둔감하게 살기로 했다(다산초당)》라는 책입니다. 책 표지에는 부제로 ‘초조해하지 않고 나답게 사는 법’이라고 쓰여 있습니다. 부제를 보니 이 책은 소설이 아니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겠네요. 이 책은 초조해하지 않고 나답게 살려면 둔감해져야 한다는, 와타나베가 의사로서 소설가로서 자신의 인생에서 체득한 지혜를 독자들에게 알려주는 책입니다.

 

2007년 2월에 나온 이 책은 일본에서 100만 부가 넘게 팔렸다는군요. “인생은 연극무대다.”라는 말이 있지요. 여러 가지 의미가 있겠으나, 자신의 본래 모습대로 살지 못하고, 자기에게 맡겨진 역할에서 벗어나서 살 수 없는 인생을 뜻하기도 하겠지요.

 

그러니 그 역할에 충실하기 위해 슬퍼도 웃는 척 해야 하고, 올라오는 화를 꾹꾹 눌러야 하고... 그래서 사람들은 그런 본 모습을 감추기 위해 페르소나(가면)를 그것도 몇 개를 준비하여 상황에 따라 그에 맞는 페르소나를 쓰고... 이렇게 인생의 연극 무대에서 페르소나를 쓰고 살아가려니 스트레스를 안 받을 수 있겠습니까? 스트레스가 심하면 소화불량이 되고 심하면 암이 찾아오고, 정신적으로도 우울증, 화병 등으로 고생하고... 와타나베는 이렇게 페르소나를 쓰고 고생하는 현대인들에게 둔감해지라며 이 책을 냈습니다.

 

똑같이 상사에게 심한 꾸지람을 받았어도, 어떤 사람은 다음 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휘파람 불며 출근할 수 있고, 어떤 사람은 밤새 잠을 못 자며 “역시 나는 안 돼.”라고 자책합니다. 그리고 그런 자책이 심하면 다음 날 출근도 않고 고민하다가 사표를 낼 지도 모릅니다. 나아가 이런 자책이 너무 심하면 아예 자살까지 생각할지도 모릅니다.

 

와타나베는 자기의 처한 상황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무지몽매함은 문제가 되겠지만, 어느 정도 둔감해질 필요는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게 마음먹은 대로 잘 됩니까? 그래서 와타나베는 둔감한 마음은 신이 주신 최고의 재능이라고도 합니다. 그래도 천부적 재능은 없더라도 사람은 훈련에 의해 얼마든지 개선될 수 있습니다. 와타나베의 책이 그러한 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우리말에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라’는 말이 있지 않습니까? 옛날부터 우리 선조들도 둔감함이 좋다는 것을 잘 알고 이런 말씀을 하셨겠네요.

 

저는 요즈음 평상시에도 배낭을 메고 다닙니다. 자투리 시간에 책을 보는 것을 즐겨하는 저로서는 아무리 책 한 권이라도 손 하나가 이에 구속되면 불편하더군요. 그래서 처음에는 한쪽 어깨에만 매는 가방을 갖고 다니다가, 아무리 가벼운 가방이어도 걷다보면 양쪽 어깨의 균형이 조금 기울어지는 것 같더군요. 그래서 배낭을 찾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한 번 배낭을 멨더니 그렇게 편할 수 없습니다. 처음에는 양복에 배낭을 메고 다니는 것을 남들이 보면 뭐라 할까 신경이 쓰였는데, 요즘은 개의치 않습니다.

 

보통 우리들은 “이거 남들이 보면 뭐라고 하지?” 하면서 신경을 많이 쓰는데, 사실 다른 사람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만큼 우리에게 관심을 안 둔다고 합니다. 게다가 요즈음 저는 하루에 만 보 걷기를 실천하려고 점심시간에는 운동화를 신고 코엑스를 한 바퀴 돕니다. 그리고 저녁 약속이 없을 때에는 아예 운동화를 신고 퇴근하고요. 마음 같아서는 약속이 있을 때에도 운동화를 신고 가고 싶으나, 아직은 양복에 운동화 신고 모임에 나가는 것은 꺼려지네요. 이것도 앞으로 점차 친구들 모임과 같이 편한 자리에는 운동화를 신고 나가보려고 합니다.

 

와타나베가 의사이니, 예민함이 신체에 미치는 영향도 자세하게 얘기하고 있습니다. 이를테면 사람이 긴장, 흥분하면 교감 신경계가 혈관을 수축시켜 혈압을 높이고 피의 흐름을 원활하지 못하게 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눈이 너무 좋으면 사물이 지나치게 잘 보여 눈이 금세 피로해지고, 귀가 너무 잘 들리면 늘 신경이 곤두서서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고 합니다. 코나 입 등 다른 오감 기관도 마찬가지고요.

 

윗사람과 술을 마시는 등 좀 긴장된 자리에서 술을 마실 때에는 평소보다 술이 덜 취하는 경험을 하신 적이 있지요? 저도 그런 경험이 있는데, 와타나베의 설명을 듣고 비로소 그 까닭을 알겠네요. 와타나베는 이게 긴장감으로 혈관이 좁아지고, 혈관이 좁아지면 알코올 흡수 능력도 덩달아 떨어지기 때문에 쉽게 취하지 않는 거라고 합니다.

 

와타나베는 남녀 사이에도 둔감함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물론 처음에 마음에 드는 이성에게 호감을 주기 위해서는 그에 집중하고 정성을 기울여야겠지요. 그런데 교제 단계에 들어가서는 그 동안 무엇을 하여도 예쁘게만 보이던 이성에게 하나, 둘 단점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와타나베는 그런 단점은 쿨하게 넘길 수 있는 둔감함이 필요하다는 것이지요. 그리고 이는 당연히 부부간에도 필요한 것이구요.

 

와타나베는 책에서 자기가 본 어느 부부의 치약 튜브 사건을 얘기합니다. 이를 닦을 때 남편은 치약을 쓰면 깔끔하게 말아 올리는데, 아내는 대충 대충 튜브를 눌러 치약을 짜내고 손가락으로 눌러 찌부러진 튜브를 그대로 두었답니다. 결국 어느 날 이 문제로 부부가 대판 싸우고 남편이 와타나베에게 왔다가 집에 들어가지 않으려고 하였다나요.

 

사람이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직장이나 어느 조직에서나 자기와 맞지 않는 그래서 그 사람만 보면 눈살이 찌푸려지는 사람이 있습니다. 어느 조직에나 그런 사람은 있게 마련입니다. 그리고 주위에서 충고한다고 하여 일생을 통하여 형성된 그 사람의 특성이 고쳐지기도 어렵습니다. 그럴 때 그런 걸로 스트레스 받지 말고, “원래 저 놈은 저렇게 돼먹은 놈이야.”하면서 쿨하게 넘기는 것이 좋습니다. 이게 말처럼 쉬운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계속 스트레스 받고 살아야 자신의 건강만 상하는 것 아닙니까?

 

와타나베는 책의 처음에 사람이 얼마나 둔감한가를 측정하는 아래와 같은 20항의 문항을 소개해 두었습니다. 여러분도 한 번 자신의 둔감도를 측정해보시지요. 와타나베는 측정한 개수에 따른 둔감력에 대해서도 얘기합니다. 와타나베의 측정 평가이야기는 아래 측정 문항 다음에 적어두겠습니다. 저도 해보았는데, 저는 얼마 나올 것 같습니까? 궁금한 사람은 저에게 답장을 주시면 말씀해드리겠습니다. ^^

 

   주변 사람보다 인기척이나 소리, 물체 등에 쉽게 화들짝 놀란다.

   사무실이나 집안 등 주변 환경에 변화가 생기면 금방 눈치 챈다.

   주위에 갈등이 생기면 ‘나 때문인가?’고민하는 경우가 많다.

   지인들이 기쁨, 슬픔, 억울함을 느낄 때 자주 내일처럼 느껴진다.

   두통, 치통, 상처 등 사소한 통증들이 거슬려 힘들다.

   일상생활 중에도 문득 조용한 곳이나 이불 속에 혼자 있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하다.

   밝은 조명, 거슬리는 옷감과 소리 등이 자주 나를 미치게 한다.

   목소리가 큰 가족, 직장 동료, 친구, 지인이 불편하다.

   어떤 문제는 온 힘을 들여 고민해 자주 기진맥진한다.

   나는 남보다 성실하고 양심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짧은 시간에 많은 일을 해내야 할 때면 당황한다.

   사람들이 무언가 불편해할 때, 나는 대개 그 원인을 쉽게 눈치 챈다.

   항시 실수하지 않으려고, 물건을 잃어버리지 않으려고 애쓰는 편이다.

   공포 영화나 격투 장면 등을 싫어해 피하는 편이다.

   앞뒤가 환히 트인 사무실보다 칸막이로 막힌 사무실에서 일하고 싶다.

   배가 고프면 집중력이 급격히 저하되는 등 허기에 대한 반응이 큰 편이다.

   모험하기보다 불안정을 피하기 위해 늘 삶이 정돈돼 있는 게 더 좋다.

   한 번 받은 비난이나 꾸중을 쉽게 잊지 못하는 편이다.

   내 판단으로 일이 잘못된 경우 상심해 우울감이 수일 이상 지속된다.

   스스로 만든 엄격한 기준을 지키지 못해 견딜 수 없이 화가 나기도 한다.

 

0 ~ 4개 : 당신은 이미 멘탈 갑(甲), 둔감력이 충만하군요!

5 ~ 10개 : 예민 씨앗이 꿈틀대나 때로 대담할 줄 아네요.

11개 ~ 16개 : 예민 경보 발령, 지친 자신을 다독일 시간.

17개 ~ 20개 : 번아웃 & 폭발 직전, 둔감력이 절실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