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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서도소리의 보존과 전승, 시급하다

[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380]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명예교수]  7월 말, (사)서도소리보존회와 광명시 공동주최로 제17회 <서도소리 경연대회>가 열렸다는 이야기, 서도소리라는 이름이 다소 생소한 느낌은 우리 곁에 가까이 있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이야기, 서도소리란 38이북 지역으로 서해바다에 인접해 있는 황해도와 평안도지방에서 불리는 소리를 가리키며 달리, 관서(關西)지방의 소리라고도 부른다는 이야기를 했다.

 

<서도소리>의 범주에는 평안도와 황해도 지방의 민요, 한시(漢詩)를 읊어 나가는 <관산융마>와 같은 시창(詩唱), 초한가, 영변가와 같은 좌창(坐唱), 씩씩하고 활달한 입창(立唱), <추풍감별곡>이나 <적벽가>와 같은 송서(誦書), <배뱅이굿>과 같은 창극조(唱劇調) 등이 포함되어 있다는 이야기, 대회는 초중고 학생부와 신인, 일반, 명창부로 구분되어 있는데, 서도소리의 올바른 전승과 확산이 목적이며 전문가들로부터 객관적인 평가를 받는데 의의를 두고 있다는 이야기 등을 하였다.

 

이번 주부터는 서도소리의 보존이나 전승이 매우 시급하다는 점에 관하여 독자 여러분과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한다.

 

 

서도소리를 전승하고 보존해야 하는 이유는 첫째가 그 예술적 가치가 다른 지방의 민요나 통속소리와 비교해 조금도 떨어지지 않는 소리라는 점이다. 서도소리는 해당 지방의 고유한 언어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으면서 그 위에 독특한 창법을 구사하기 때문에 나름대로 예술적인 가치가 높게 평가되고 있다.

 

평안도 지역이나 황해도 지역 등 이북 관서지방의 소리나 춤, 의식, 놀이의 형태는 어떤 것이든 그 지방의 고유한 언어로 묘사된 노랫말을 담고 있다. 그 노랫말의 의미는 쉽게 이해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발음법이나 억양, 강세 등이 독특하기에 원형대로의 보존과 전승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고유한 언어를 구사하며 그 위에 다양한 음악적 표현법을 지니고 있다는 점은 이 지역의 예술적 가치가 높다는 점을 말해 주고 있는 것이다.

 

둘째는 월남해 온 본 고장의 1세대 명인명창들의 전문적인 음악적 요소들을 어떻게 찾고, 또한 전승해 나갈 것인가? 하는 점들이 대두된다. 다시 말해 전승의 맥을 잇는 것이 시급하다는 점이다.

 

남북의 대치상황이 70년을 지나고 있는 동안, 월남한 제1세대 명인 명창들은 거의 타계한 상태이다. 극소수의 이남 출신 후계자들이 월남해 온 명창들로부터 배워 익힌 소리를 힘겹게 이어가고 있는 실정이긴 하나, 본 고장의 언어나 관습의 경험이 없는 상태에서 간접적 경험으로는 지역적 특징이 간과되기 쉽다. 그러므로 자칫 전승체계나 관리를 소홀히 한다면 단절위기를 맞게 될 위험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이 또한 그러하다.

 

 

그밖에도 많은 원인을 찾을 수 있으나 우선 두 가지 측면에서 살펴본 점으로도 제도권에서 서도소리를 보존하고 전승해 나가는 일이 절대적으로 필요하고, 또한 서둘러야 하는 까닭은 분명해진다 할 것이다. 서도소리 보존회원들이 스스로의 주머니를 털어가며 맨 주먹으로 서도소리 경연대회를 여는 이유도 어찌 보면 약해져버린 서도소리의 전승능력을 키우고 보존의지를 강화하려는 의지에서 비롯된 것이어서 안타까울 뿐이다.

 

<서도소리>라는 말에서 서도는 이북의 황해도나 평안도지역을 뜻하는 말이라는 점은 이제 확인이 되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너무도 쉽게 쓰고 있는 <소리>란 무슨 의미인가?

 

원래 소리란 노래를 의미하는 말이다, 그렇다고 모든 노래를 소리라고 부르지는 않았다. 한자어를 빌면 소리는 성(聲)이다. 그래서 성악은 목소리로 부르는 노래를 말한다. <노래>와 <소리>는 같은 개념으로 볼 수도 있으나, 그렇다고 양반계층에서 즐겨 불렀다는 정가(正歌)를 ‘가곡소리’, ‘시조소리’, ‘가사소리’라고 부르지는 않는다. 일반 서민층에서 즐기던 통속의 노래를 흔히 소리라고 통칭해 오면서 노래라는 의미로 굳어진 것이다.

 

 

참고로 소리와 음, 그리고 악의 관계를 옛 악서인 《악기(樂記)》에서는 어떻게 설명하고 있는가 살펴보도록 한다.

 

악기에서는 1차적 울림인 성(聲)을 ‘소리’라고 했다. 바람소리, 물소리, 천둥소리, -소리, -소리 등등, 울림이 있는 모든 물체는 모두가 소리의 대상이 된다. 이러한 성을 깎고 다듬어서 음악의 재료로 만든 것을 음(音)이라고 했고, 이 음으로 가락을 엮어 악(樂)을 만든다고 했다.

 

그러므로 <성-음-악>이란 말은 우리가 현재 혼용해서 쓰고 있지만, 각기 역할이 다른 것이었다는 점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간단하게 이해하기 위해서 여인의 목에 걸린 아름다운 진주목거리를 완성품인 악(樂)이라고 한다면, 목거리를 이루고 있는 여러 개의 진주알은 각각 음(音)이 될 것이고, 목거리로 쓰기 이전의 거칠고 다듬어지지 않은 원형의 진주알은 바로 성(聲)이 된다는 말이다.

 

그러므로 성을 다듬어 음을 만들고, 음으로 악을 만든다고 본 것이다. 소리는 알고 있어서 식별이 되는데, 음을 모르는 자는 금수(禽獸)나 한가지이고, 음의 고저는 식별이 가능한데, 이러한 음으로 만든 악을 이해하지 못하는 자를 중서(衆庶), 곧 일반 대중들이라고 칭했던 것이다.

 

그리고 오직 군자(君子)만이 능히 음악을 아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고 했다. 그러므로 소리를 모르는 자와는 더불어 음을 논할 수 없고, 음을 모르는 자와는 더불어 악을 논할 수 없다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이에 대한 구체적 설명은 후일 다시 논의하기로 한다.(다음 주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