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동아일보 1935년 8월 13일자에는 <본보 창간 15주년 기념 5백 원 장편소설 심훈 씨 작 ”상록수“ 채택>이라는 기사가 실려 있습니다. 농촌계몽운동을 소재로 한 장편소설 현상 모집에 심훈 작가의 <상록수(常綠樹)>가 당선된 것입니다. 이후 <상록수>는 그해 9월 10일부터 이듬해인 1936년 2월 15일까지 연재되었습니다. 이 소설의 실제 주인공은 함경남도 덕원(德原) 출신의 채용신인데 식민지 수탈에 의해 피폐한 농촌사회의 부흥을 위해 일생을 바친 독립운동가로 1995년 건국훈장 애족장을 추서 받았지요.
이 작품은 청춘 남녀의 사랑 이야기를 바탕에 깔고, 농촌계몽운동에 헌신하는 지식인들의 모습과 당시 농촌의 실상을 그리고 있습니다. 이 작품은 이광수의 <흙>이 보여주었던 농민들에 대한 시혜적인 태도에서 벗어나고, 이기영의 <고향>에서 보여주었던 혁명적 농민운동도 아닌 농민들의 자발적이고 주체적인 참여에 따른 자생적 의지가 강조되는 점이 특징이라는 평가를 받습니다.
“어머님! 우리가 천 번 만 번 기도를 올리기로서니 굳게 닫힌 옥문이 저절로 열려질 리는 없겠지요. 우리가 아무리 목을 놓고 울며 부르짖어도 크나큰 소원(민족독립)이 하루아침에 이루어질 리도 없겠지요. 그러나 마음을 합하는 것처럼 큰 힘은 없습니다. 한데 뭉쳐 행동을 같이 하는 것처럼 무서운 것은 없습니다. 우리들은 언제나 그 큰 힘을 믿고 있습니다.” 심훈이 어머님께 올린 옥중편지에 나오는 내용입니다. <상록수>와 함께 한국 농촌소설의 쌍벽을 이룬다는 〈흙〉을 쓴 이광수는 훗날 친일문학가로 남았지만 심훈은 독립운동가로 길이 추앙을 받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