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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에 투항하겠소이다

소설 이순신이 나라3 의리의 장

[우리문화신문=유광남 작가]

 

“소생이 어찌 알겠습니까? 살려만 주십시오.”

“내 친구의 다리를 네가 봉합해줬기 때문이다.”

“감사합니다.”

“그러기에는 아직 이르다. 내 친구를 끝까지 도와줘야겠다.”

김충선은 가덕도로 올라온 직후, 운이 좋게도 구루시마의 함대가 집결해 있는 해안을 발견하고 가장 호화찬란한 대장선에 잠입했던 것이다. 김충선은 준사를 무라야마라는 일본 수병에게 업게 하고는 이동을 시작했다. 이미 시각이 자정이 넘은 축시(새벽 1~3시) 경이라 배 안은 고요했다. 간혹 보초병을 만나기는 했으나 일본군으로 위장한 사야가와 준사를 업고 있는 무라야마에게 별로 관심을 두지는 않았다.

 

“이제 어찌할 생각이쇼?”

상판으로 올라온 무라야마가 물었다. 해안으로 내려가기 위해서는 사다리를 이용해야 한다. 하지만 해안에는 임시막사가 설치되어 있었고 보초병 역시 다수가 서성거리고 있기 때문에 여의치가 않았다.

“이 사람은 부상이 심해서 안정을 취해야 하오. 무리하여 출혈이 발생하면 목숨을 보장할 수 없소.”

“그 정도는 나도 알고 있다.”

“사다리를 이용한다는 것은 자살행위요. 해안에 닿은 즉시 보초병들이 달려올 것이요.”

김충선은 그를 데리고 해안의 반대쪽으로 이동했다. 거기는 바다였다.

“바다로 뛰어들 생각이요? 이 사람은 이제 막 다리를 봉합했소. 바닷물에 닿는다면 고통이 심해지게 될 거요.”

김충선이 그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우린 저 아래 포작선을 이용한다.”

 

 

귀선을 끌고 왔던 두 대의 포작선이 구루시마의 아타케부네(安宅船)의 꽁무니 부근에 매어져 있었다. 김충선은 밧줄을 이용해서 준사와 무라야마를 동시에 묶어 내렸다. 무라야마는 김충선의 엄청난 힘에 경악을 금치 못하였다.

‘괴력의 소유자다. 혼자서 밧줄로 우리 두 명을 거뜬히 내려주다니!’

사야가 김충선은 그 밧줄을 갑판에 묶은 후 자신은 가볍게 타고 내려왔다. 먹물 같은 어둠속에서 포작선은 닻을 끌어올리고 서서히 노를 저었다. 가덕도의 해안에 가득 차 있는 일본 함대 사이를 교묘하게 빠져나오고 있는 것이다.

 

“헤엄을 칠 줄 아느냐?”

김충선의 물음에 무라야마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소.”

“그대를 살려주겠다고 약속 했으니 지켜야겠지.”

“내가 돌아가면 그 즉시 관선을 몰아서 추적해 올 것이요. 그래도 날 풀어줄 테요?”

“물론이다. 부산항을 목표로 부지런히 노를 저어라.”

무라야마의 얼굴에 체념의 빛이 떠올랐다.

“결국 부산에 닿아야만 날 놓아주겠다는 것이구려.”

“아니라면 중도에 빠뜨려줄까? 그걸 희망하는 거냐?”

무라야마 수병이 입술을 깨물었다.

“차라리 날 받아주시오. 조선에 투항하겠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