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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나 혼자서 저 많은 왜적들을 상대 하라고?

소설 이순신의 나라 3 의리의 장

[우리문화신문=유광남 작가]

 

“그렇다. 준사! 넌 누구보다도 용맹한 전사다. 비록 몸이 성하지 않더라도 그 점은 변하지 않는 법이다. 기억해라......준사!”

준사는 괜히 콧등이 찌릿한 느낌을 받았다.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전율이 두 다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내게 다시 기회가 존재할까?”

“물론이지.”

김충선은 그의 의혹이 채 끝나기도 전에 준사를 두 팔로 꼭 껴안으며 장담했다. 이번에는 작은 위안이라도 되었는지 준사는 묵묵히 김충선을 받아 드리고 있었다. 그러다가 불쑥 준사가 입을 열었다.

 

“해안에 왜병들이 집결하고 있어.”

사야가 김충선의 시선이 해안가로 향하였다. 어쩌면 지금쯤 구루시마가 사태를 파악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과연 영악한 구루시마야.”

“우리의 도주로에 의문을 지녔군.”

“당연하지. 어떤 바보가 뻔히 잡힐 수 있는 부산 앞바다로 도주를 감행 했겠어. 구루시마라면 의문을 지니는 것이 당연해. 우리의 행방을 추적할 거야.”

“어쩌지?”

“싸워야지.”

“자네 혼자서?”

“무슨 소리야. 우린 둘이다.”

“우리 둘이 저 많은 적들과 싸운다?”

“그리고 도망가야지.”

“도망? 어디로? 이 섬 안에서 도대체 어디로 간단 말인가? 그리고 난 이미 불구가 되었는데.”

“불구라고? 저기 원조 불구는 우리를 생포하기 위해서 악을 쓰고 있거늘. 준사, 너에게 그런 엄살은 어울리지 않아.”

 

 

김충선이 해변 쪽을 가리켰다. 일본 군선들이 즐비한 해역에 약 300여 명에 달하는 왜병들이 대오를 이루고 있었고 임시로 설치한 단상에는 구루시마 미치후사가 바퀴달린 의자 위에 앉아서 거만한 자세로 수하들을 독려하는 모습이었다.

“이 섬에 내 포로를 몰래 빼돌린 자가 존재한다. 어쩌면......내가 기억하고 있는 그 항왜 놈인지도 모르겠다. 김충선! 샅샅이 수색하여 개미새끼 한 마리 놓쳐서는 안 될 것이다.”

왜병들은 일제히 함성을 내질렀다.

“장군님의 명령을 받들겠나이다.”

“와아, 놈들을 반드시 색출해 내겠습니다.”

창과 칼, 화승총으로 무장한 왜병들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숨박곡질이 재미있겠군.”

준사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나와 함께라면 자네마저 위험해.”

“이런 의리 없는 친구 보게나. 그럼 나 혼자서 저 많은 왜적들을 상대 하라고?”

김충선은 준사를 번쩍 안아 들었다. 그리고는 마치 노루처럼 산등성이를 껑충껑충 뛰어 숲으로 달아났다. 동녘하늘의 햇살 한 줄기가 꼬리를 물고 뒤쫓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