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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종교 일련정종과 《법화경》 특별전

[맛 있는 일본 이야기 455]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왜 고대사람들은 길 없는 사막을 헤쳐 인도로부터 《법화경》을 구해왔을까요? 머나먼 법화경의 여정을 따라 오아시스 도시 중국 둔황으로 떠나보실까요?” 막 상영되고 있는 동영상 화면에는 끝없이 펼쳐진 사막이 뽀얀 모래바람을 일으키고 있었다. 그리고 《법화경》 그림이 그려져 있는 중국 둔황의 막고굴 내부가 비쳐졌다. 지난 토요일(9월1일) 낮 2시 무렵, 나는 부산 광안리 해수욕장 근처 한 문화회관에서 열리고 있는 “《법화경》, 평화와 공생 메시지(이하 ‘법화경’) 전시장에 있었다.

 

아침부터 빗줄기를 뿌리던 날씨가 좀 개길 기다려 점심을 먹고 광안리 해수욕장 쪽으로 걸어 내려가다 보니 해수욕장 바로 지척에 법화경 전시가 열리고 있는 한국SGI수영욱일문화회관이 있었다. 일반인들에게는 다소 생소한 ‘SGI’라는 것은 국제창가학회(國際創價學會, Soka Gakkai International)를 가리키는 말로 ‘창가학회’란 《법화경》 신앙을 중시하는 일본의 일련정종(日蓮正宗)의 재가신도단체에서 유래한 종교단체를 말한다.

 

법화경 전시장 안으로 들어서니 흰 블라우스에 까만 치마를 입은 안내원들이 동영상실로 관객들을 인도한다. 토요일 오후라서 그런지 한 100여명이 들어갈 법한 상영관에는 관객들로 꽉 찼다. 동영상은 실크로드를 따라 들어온 《법화경》 가운데 둔황 막고굴에 그려져 있는 여러 방편(方便) 이야기에 대한 설명을 한다. 영상 마지막에는 몇몇의 학자들이 현재 창가학회 명예회장인 이케다 다이사쿠(池田 大作, 91살) 씨가 법화경을 토대로 한 인류의 평화 운동에 훌륭한 활동을 하고 있음을 알려주는 것으로 끝이 난다.

 

이어 《법화경》 관련 전시물이 전시되어 있는 전시장으로 안내되었는데 너무나 많은 인파로 한 30여 명씩 잘라서 전시장으로 들여보내고 있었다. 사실 내가 전시장을 찾은 것은 주최측인 한국창가학회의 홍보물에 있는 “이번 전시에서는 많은 언어로 번역되어 전해 내려온 《법화경》 사본의 복제품을 비롯해 세계 연구기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법화경》 관련 문물, 《법화경》을 모티브로 한 둔황 막고굴 벽화 소개 패널 등 《법화경》 관련 유물 150여점을 통해 《법화경》에 담긴 메시지를 만날 수 있다.”라는 기사를 보고 간 것이었다.

 

그러나 막상 전시장에 들어가 보니 ‘떠들썩한 홍보’와는 달리 크게 볼 만한 것은 없었다. 오래된 《법화경》 사본이라는 것은 8세기에 서사된 서너 줄짜리 조각난 페트로프스키본 한 조각 복제품과 비교적 보전 상태가 양호한 7~8세기의 산스크리트어 《법화경》 한 조각(7행짜리) 복제품, 네팔계 산스크리트어 《법화경》이라는 다라수잎 사본 복제품(1082년 추정), 구마라습 번역의 묘법연화경 책자본 사본 《법화경》(10세기 필사), 서하어 《법화경》 목판절본 복제품 등으로 모두 복제품이라 그런지 감동은 그리 크지 않았다. 

 

 

 

이러한 몇까지 복제품 외에는 대부분 불교의 탄생과 불경(佛經)의 동아시아 전파 루트 같은 것을 설명하는 패널이 대부분이었다. 패널 아닌 공간은 법화경을 그림으로 그려놓은 둔황 막고굴 가운데 제85굴을 재현해 놓은 방 정도가 그나마도 당시 법화경을 신앙하던 시대를 엿볼 수 있을 정도였다. 그리고 전시장 끝 부분에는 동영상에서 본 것처럼 일본 창가학회의 명예 회장인 이케다 다이사쿠 씨의 저작물과 그가 인류평화를 위해 애쓰고 있는 모습 등이 선전(?)겸 전시되고 있었다.

 

일련정종(日蓮正宗)은 《법화경》을 기반으로 하는 법화불교를 주장한 가마쿠라 승려 니치렌(日蓮, 1222-1282)을 종조(宗祖)로 하는 일본 불교의 한 종파다. 그가 활동하던 당시 일본은 삼론(三論), 법상(法相), 화엄(華嚴), 율(律), 성실(成實), 구사(俱舍), 천태(天台), 진언(眞言), 선(禪), 정토(淨土), 진(眞), 시(時) 등 열두 종파가 각기 세력을 떨치고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니치렌은 《법화경》 가르침을 으뜸으로 여기고 "《법화경》이야말로 정법이며, 정법을 비방하는 염불의 신심을 버려야 한다."라고 주장하며 타 종교를 배척하는 과격한 주장을 펴는 바람에 평생 유배 등으로 힘든 인생을 살았다.

 

 

니치렌 사후(1282) 일련종(日連宗, 니치렌슈)은 일련종과 일련정종(日連正宗, 니치렌쇼슈)으로 갈라졌으며 그 뒤 여러 분파로 다시 나뉘었다. 일련정종은 에도시대와 근대를 거치면서 크게 성장하여 일본 불교의 대표적인 종단으로 발전했다. 그리고 일련정종에서 갈라져 나온 종파인 창가학회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급성장하여 300만 명 이상의 신도들을 거느리고, 1964년 일본 공명당을 창당해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을 정도다.

 

‘한국창가학회(SGI)’ 누리집에는 “불법(佛法)의 인간주의를 바탕으로 평화ㆍ문화ㆍ교육 운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한국) 문화와 전통을 존중하는 한국SGI는《법화경》의 정수(精髓)인 니치렌(日蓮) 대성인의 불법(佛法)을 올바르게 계승해 불법의 근본이념인 생명존엄 사상을 실천하면서 한 사람 한 사람의 행복한 생활을 추구하고, 나아가 국가번영과 세계평화 실현에 기여하고자 하는 신도들로 구성된 종교단체입니다. 세계 192개국. 지역에서 활동 중인 SGI(Soka Gakkai International, 국제창가학회)의 결성(1975년)과 함께,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한 한국SGI는 생명존엄을 바탕으로 평화 문화 교육운동과 사회공헌, 환경보호활동 등을 활발히 전개하고 있으며 현재 전국에 350여 개의 문화회관을 중심으로, 150만 여명의 회원들이 지역사회 속에서 인간주의의 평화운동을 실천하고 있습니다.”라고 소개하고 있다.

 

《법화경》은 가마쿠라 승려 니치렌(日蓮, 1222- 1282)이 나오기 훨씬 전에 일본에 전해졌던 불경(佛經)의 하나일 뿐이다. 하지만 이러한 《법화경》을 ‘인류의 평화와 공생의 메시지’로 읽어 내고 이를 전세계의 이념과 사상으로 확산시키는데 관심을 끌게 하고자 하는 것이 한국창가학회의 이번 ‘법화경 전시 목적’인 듯하다.

 

“《법화경》은 인류, 민족, 성별, 직업, 문화를 물문하고 모든 사람에게 불지견(佛知見)이 갖추어져 있고 그 현재화를 통해 자타 함께 행복해지는 길을 열 수 있는 인간의 본질적인 평등성이 나타나 있다.”고 설법한 이케다 다이사쿠 회장의 메시지가 담긴 홍보 전단을 읽으며 《법화경》나는 전시장을 빠져 나왔다.

 

 

전시장을 나오면서 이웃나라 종교인 일련정종에 대한 많은 생각을 해보았다. 동시에 이웃나라 일본은 《법화경》 하나를 가지고 국제적인 종교단체로 키우고 한국 포교도 열심인데 우리나라에 전해진 《법화경》의 메시지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전시에서 아쉬운 것은 《법화경》 전시장에 전시된 것들이 대단한 내용도 아닌 듯한데 사진 촬영이 금지 되어있는 점이었다. 전시품 중 귀중하다는 것은 복제품 몇점이고 나머지는 불교의 탄생, 전파 경로와 같은 극히 상식적인 설명을 새긴 패널뿐이데도 말이다.

 

관객 가운데는 전시된 패널이나 복제품에 관심을 보이며 손전화(핸드폰)에 담고 싶어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나 역시 기사와 함께 실을 전시장 내부를 찍고 싶었으나 '금지' 당했다.  대신 한국창가학회를 통해 보도자료와 사진 몇장을 받은 게 전부였다. 

 

 이번 전시를 마련한 한국창가학회는 《법화경》이 위대한 인류의 경전이라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기왕에 만든 패널과 복제품 경전이나마 사진으로 남기고 싶어하는 관객들을 위해 '사진 허용' 정도의 서비스는 해줘야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전시한 복제품이 닳아 없어지는 것도 아니고 패널이 망가지는 것도 아닐텐데 말이다. 

 

그것이야 말로 주최측이 말하는 ‘인류 평화와 공생의 메시지’를 오래 기억하게 하는 처사가 아닐까한다. 한무더기의 관객들 틈에서 짧은 시간 설명한 번 듣고 <법화경>의 의미를 새기라는 것은 궁색한 전시 서비스 같아 씁쓸했다.

 

<《법화경》 ‘평화와 공생의 메시지전’ 안내>

*곳: 부산 한국SGI수영욱일문화회관 전시장(부산광역시 수영구 수영로 554번길 85)

*기간: 8월24일부터 10월 14일(아침 10시부터 밤 9시까지)

매주 월요일 휴관, 무료관람

*문의:051-758-65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