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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일독립운동

대한민국 구국운동의 성지 안동 '임청각'을 다녀오다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나는 그 집 임청각에 들어서면 ‘음수사원(飮水思源)’ 곧 ‘물을 마실 때 그 우물을 판 사람의 공을 생각해야 한다’는 말이 떠오른다. 오백여년 전 처음으로 임청각을 지었던 분들, 임청각에서 일제의 마수를 미리 알고 국운을 염려하여 가문의 명예보다 나라의 명예를 되찾고자 신주를 땅에 묻고 만주로 떠났던 분들, 끓어오르는 피를 조국 독립에 오롯이 바쳤던 열 분의 걸출한 독립유공자를 배출한 임청각은 그래서 그냥 ‘고택 답사’처럼 둘러봐서는 안되는 집이기도 하다.

 

어제(14일, 금), 가을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가운데 경북 안동의 임청각(보물 제182호)에 다녀왔다. 함께한 이들은 이름이 좀 긴, 대통령직속 3.1운동 및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사업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 기억기념분과 위원(위원장 윤경로)들과 기획단원 등을 포함하여 20여명이었다. 이날 답사는 당일 코스로 목적은 ‘기억기념분야 주요사업 추진현황 청취 및 현장시찰’이었으며 임청각과 경상북도독립운동기념관을 둘러보는 다소 빠듯한 일정이었다.

 

임청각 방문은 이번 제73주년 8.15광복절에 새로 서훈을 받은 26명의 여성독립운동가 가운데 한 분인 허은(1907-1997)지사와 관련이 깊은 집이라 내게는 더욱 감회가 깊었다. 허은 지사는 임청각의 주인이었던 석주 이상룡 선생의 손자며느리로 이번 광복절에 건국훈자 애족장을 받음으로써 10번째로 임청각의 독립유공자가 된 인물이다. 아쉬운 것은 살아생전에 독립운동한 공을 인정해드리지 못하고 돌아가신 뒤 21년만에서야 겨우 ‘독립운동’을 인정했다는 점이다.

 

 

 

 

사실 나는 여성독립운동가를 찾아 일생을 기록하는 일을 업을 삼고 있는 사람으로 허은 지사의 독립운동에 대해 누구보다도 깊은 공감을 갖고 있었다. 국가에서 독립유공자를 서훈한다면 적어도 열 손가락 안에 들어야 할 분이 매번 ‘독립유공자’ 명단에 오르지 못해 아쉽고 섭섭했던 차에 이번 광복절에 서훈자 명단에 들게 되어 누구보다도 기뻤다. 내가 그러할 진대 종손인 이항증 선생은 얼마나 감회가 깊었을까 싶다.

 

국운이 기울어가던 시절, 석주 이상룡(1858-1932) 선생은 혁신적인 생각으로 문전옥답을 팔아치워 조국 독립을 꿈꾸며 신주를 땅에 묻고 식솔들을 거느리고 안동의 임청각을 떠났다.

 

“더 없이 소중한 삼천리 우리강산 / 선비의 의관 예의 오백년 지켜왔네 / 그 무슨 문명이 노회한 적(敵) 불러들여 / 꿈결에 느닷없이 온전한 나라 깨뜨리나 / 이 땅에 적의 그물 처진 것을 보았으니 / 어찌 대장부가 제 한 몸을 아끼랴 / 잘 있거라 고향 동산아 슬퍼하지 말아라 태평한 그날이 오면 돌아와 머물리라”(나라를 떠나면서, 1911)

 

그 뒤 이곳 임청각은 세인들의 기억에서 오랫동안 사라졌었다. 그간 종손인 이항증 선생 혼자 외롭게 수십년간 이 역사적인 집을 지키려고 무던히도 애써왔던 모습이 선연하다. 허나 어제 가보니 모방송국에서 임청각을 촬영하고 있었고 각 지역에서 온 단체 관람객들이 제법 눈에 많이 띄었다. 아마도 2017년 문재인대통령이 제72주년 광복절 경축사에서 ‘독립운동의 산실이자 대한민국 노를레스 오블리주를 상징하는 공간’으로 임청각을 자리매김해주었기에 가능한 일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해봤다.

 

현재 임청각의 주인인 종손 이항증 선생(78살)은, “남들은 대단한 독립운동가 집안이라고 하지만 정작 나는 고아원에서 자랐다. 해방 후 친일파를 제대로 청산했다면 독립운동가 후손들이 고아원을 전전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뒤늦게나마 임청각에 대한 대통령과 국민적 관심에 감사할 따름이다. 내가 살아있는 동안 일제에 의해 철저히 망가지고 훼손된 독립운동가의 본거지인 임청각이 다시 제모습을 찾게 되었으면 한다.”고 했다.

 

 

 

 

아울러 안동문화지킴이 김호태 대표는 “집이 주는 건축학적인 의미를 새기는 것도 좋지만 이 집에서 살았던 사람들의 정신을 새기는 일이 무엇보다 소중하다. 석주 이상룡 선생만 해도 만주 지역뿐만 아니라 상해 임시정부에서 초대 국무령을 지낼 만큼 독립운동사에 큰 업적을 남기신 분이지만 그 공적을 자세히 아는 사람들이 많지 않은 것 같다.” 며 아쉬워했다.

 

이날 임청각 방문에서는 경상북도 윤종진 행정부지사와 임청각 복원 관계자들이 직접 현장에 나와 ‘임청각종합정비계획 수립 용역(2018.10)’에 대한 설명과 이후 추진 계획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임청각이 국가보훈처 지정 현충시설(보물 제 182호)이긴 하지만 임청각을 중심으로 한 주변 정비와 기념관을 건립하려면 예산 확보 등 여러 난관이 있다고 했다.

 

임청각 답사에 이어 이곳에서 30여분 거리에 있는 경상북도독립운동기념관을 찾았다. 이곳은 1894년 의병항쟁부터 1945년 광복때까지 경북의 독립운동가들의 활약상을 전시하고 있는 공간으로 국가시설이 아닌 지자체의 현충시설로는 으뜸인 곳이다.

 

이번 답사에서 윤경로 기억기념분과 위원장은 "3.1혁명(운동)정신과 대한민국임시정부의 역사적 의의'라는 주제로 특강을 했다. 특강에서 윤경로 위원장은 "3.1혁명(기미독립만세운동, 기미혁명)이야말로 작은 물줄기(細流)가 모여 큰 물줄기(大河)를 이룬 우리 겨레 최대민족운동이자 혁명운동" 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3.1정신의 역사적 의의를 자주독립정신, 자유민주정신, 인류공영의 평화정신, 우리민족이 나아갈 비전을 제시한 점에 두면서 3.1정신이야말로 제국(帝國)에서 민국(民國)으로 발전한 진정한 혁명운동이었다고 했다.

 

이어 인접한 거리에 있는 세계문화예산에 빛나는 안동 하회마을을 둘러보고 역사문화 답사를 마쳤다. 상경 전에 안동 간고등어로 유명한 고장에서 고등어요리로 저녁밥을 마치고 나니 어느새 밖은 어둠이 깔리고 있었다. 빗속의 답사를 마치고 차에 오르니 차창가에 빗방울이 이슬처럼 맺혀있다. 서울로 향하는 버스가 움직이자 방울져있던 빗방울이 또르르 흘러내렸다. 나는 물끄러니 빗방울을 바라다보며 또 다시 임청각을 떠 올렸다. ‘임청각 종부 허은 지사 건국훈장 애족장 추서’라는 펼침막이 눈앞에 어른거렸다.

 

서훈을 알리는 그 한 폭의 펼침막 넘어, 비에 젖은 임청각이 외로워 보였다. 일제의 간악한 흉계로 집을 반토막 내어 가설한 철길 위로 지금도 뻔뻔하게 달리는 그 기차소리가 한 없이 미웠다.

 

내년이면 3.1운동100주년을 맞이하지만 일제에 의해 반토막 난 대한민국 구국의 성지 임청각은 아직도 그 흔적을 털어내지 못한채 2019년 3월, 100주년을 맞아야 한다. 임청각 복원 종합계획을 왜 좀 더 일찍 서두르지 못했을까 하는 반성과 함께 홀로 외롭게 지금까지 임청각을 지켜온 종손 이항증 선생을 떠올리니 눈물이 핑돈다.

 

 

 

임청각에 서린 민족정기를 제대로 복원하여 후손들이 그 정신을 이어가는 모습을 보는 날이 되어야 종손께서 꾹 닫은 입을 열고 엷은 미소를 지으시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임청각의 완전한 복원을 위해서는 예산 등 많은 난관이 남았다고 들었다. 이번에야 말로 예산타령에서 벗어나 '독립운동의 성지'를 반듯하게 복원했으면 하는 바람 간절하다. 모두의 관심이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