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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문화편지

즈믄 해 우리 겨레와 함께 한 시루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3909]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부부는 떡을 하러 나왓다. 남편은 절구에 쿵쿵 빠앗다. 그러나 체가 없다. 동내로 돌아다니며 빌려 오느라고 안해는 다리에 불풍이 낫다. 떡을 찌다가 얼이 빠저서 멍허니 앉엇는 남편이 밉쌀스럽다. (중략) 닭이 두홰를 치고 나서야 떡은 되엇다. 안해는 시루를 이고 남편은 겨드랑에 자리때기를 꼇다. 그리고 캄캄한 산길을 올라간다.”

 

《개벽 신간 제4호(1935년 3월 1일)》에는 김유정의 ‘소설 금따는 콩밧’이란 제목의 소설이 실려 있는데 여기에 위와 같은 떡을 하는 부부 이야기가 나옵니다. 소설에서 부부는 시루떡을 해서 산 중턱 콩밭으로 올라가 콩밭에 시루를 놓고 산신께 빌고 있습니다. 이 시루는 떡이나 쌀 등을 찔 때 쓰는 한국 고유의 찜기인데 청동기시대의 유적인 나진 초도 조개무지에서 출토된 것이 있을 정도로 즈믄 해 우리 겨레와 함께 한 도구입니다.

 

 

산신 제사 때도 시루떡이 쓰이고, 외동딸 혼례식 때 함 들어오는 날에도 시루떡이 쓰였음은 물론 가을 추수의 풍년제 때도, 기우제 때도 시루떡은 빠지지 않았습니다. 시루는 바닥에 있는 구멍을 통하여 뜨거운 김이 올라와 시루 안의 음식이 쪄지게끔 되어 있으며, 시루바닥과 둘레가 꼭 맞는 솥을 골라 물을 붓고 시루를 앉힙니다. 이때 시루와 솥이 닿는 부분에서 김이 새는 것을 막으려고 밀가루나 멥쌀가루를 반죽하여 지름 1센티미터 정도로 시룻번을 바릅니다. 군것질거리가 별로 없던 시대는 이 시룻번도 꿀맛이었습니다. 시루떡도 사먹는 시대여서 시루를 구경조차 하기 어렵지만 어렸을 때 떡을 찌던 어머니가 주던 시룻번이 그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