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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문화편지

펑펑 울 수 없었던 남정네여 아쟁산조를 들어라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3910]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텔레비전 사극에서는 가끔 오열하는 듯한 소리가 터져 나옵니다. 격정적인 슬픔이 이어질 때 시청자의 눈물샘을 자극하는 바로 아쟁산조인 것이죠. 아쟁은 연주자의 앞쪽에 수평으로 뉘어 놓고 '활대'를 수직방향으로 써서 연주하거나, 가끔씩 손가락으로 가야금처럼 뜯기도 하면서 연주하는 악기입니다. 아쟁은 크게 두 종류로 나누는데 정악아쟁은 7현∼10현이며, 산조아쟁은 정악아쟁보다 조금 작고 주로 8현입니다.

 

 

아쟁은 아시아 여러 나라에 퍼져있는 악기 '쟁(爭)'의 하나이지만, 우리의 아쟁(牙箏)은 연주방법이 독특합니다. 일본의 '고토(爭, koto)'나 중국의 '(爭, zheng)'은 손가락으로 줄을 뜯거나 퉁겨서 연주하는데 견주어 우리 아쟁은 '쟁(爭)' 종류 가운데 유일하게 활대를 이용하여 줄과의 마찰로 소리를 내는 악기입니다. 아쟁은 다른 현악기에 견주어 음역대는 좁지만, 가야금보다 큰 울림통을 가지고 있어서 그 소리가 매우 웅장하고 오랫동안 음을 지속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또 국악기 가운데는 유일한 저음 현악기이기 때문에 관악합주에서 거의 빠지지 않고 사용되는 악기지요.

 

오열하는 듯한 아쟁산조 소리는 아녀자의 슬픔이 아닌 남정네의 눈물이라고 흔히 말합니다. 그것은 소리가 무겁고 장중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느린 진양조 가락에서는 격정적으로 흐느끼다가 중모리-중중모리로 이어지고 빠른 자진모리와 휘모리로 넘어가면서 차츰 한을 풀어헤치다 드디어는 한을 뛰어 넘기까지 합니다. 남정네라는 죄(?) 때문에 펑펑 울지 못한 적이 있다면 한을 뛰어넘는 음악 아쟁산조를 조용히 들어보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