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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문화편지

딸과 어머니의 애틋한 만남 “반보기”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3913]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조선사회에서는 “처가와 변소는 멀어야 좋다.”라는 속담이 있듯이 사돈 사이 왕래가 거의 없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그때는 여성 특히 며느리의 나들이는 생각조차 하기 힘든 일이었습니다. 특히 예전 전통사회에서는 집안일은 물론 농사까지 함께 해야 했기에 며느리들이 며칠씩 집을 비우며 친정집에 갈 수는 없는 일이었지요. 그래서 한가위가 지난 뒤 시집간 딸과 친정어머니가 중간 지점을 정하고, 음식을 장만하여 만나서 한나절 동안 회포를 풀었던 풍습이 있었는데 이를 ‘반보기'라고 했습니다.

 

 

반보기는 다른 말로 중로상봉(中路相逢) 또는 중로보기(中路-)라고도 했는데 중도에서 만났으므로 회포를 다 풀지 못하고 반만 풀었다는 데서 이렇게 말한 것이지요. 또 한마을의 여자들이 이웃 마을 여자들과 경치 좋은 곳에 모여 정을 나누며 하루를 즐기는 일도 있었는데 이때 각 마을의 소녀들도 단장하고 참여하게 되므로 자연스럽게 며느릿감을 고르는 기회로 삼기도 했습니다.

 

속담에 ‘근친(覲親)길이 으뜸이고 화전길이 버금이다’ 하여 시집간 딸이 친정에 와서 친정 어버이를 뵙는 것이 먼저이고, 꽃구경은 나중이라고 하였으며, 한가위 앞뒤로 반보기가 아닌 ‘온보기’로 하루 동안 친정나들이를 하는 것은 여성들에게 큰 바람이었습니다. 요즘은 민족대이동이라 하여 명절에 국민 대다수가 고향을 찾아 일가친척을 만나고, 조상에게 입은 덕을 기리는데 이는 ‘반보기’가 아닌 ‘온보기’일 것입니다. 그러나 실향민이나 북향민(새터민)들은 명절이 와도 온보기는커녕 반보기도 할 수가 없습니다. 하루 빨리 통일이 되어 만나지 못하는 사람이 없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