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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수의 토박이말 이야기

[옛배움책에서 캐낸 토박이말]58

(사)토박이말바라기와 함께하는 쉬운 배움책 만들기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옛배움책에서 캐낸 토박이말]58- 떠돌이별, 거죽, 숨쉬기

 

[우리한글박물관 김상석 관장 도움/(사)토박이말바라기 이창수]

 

오늘은 4283해(1950년) 만든 ‘과학공부 4-2’의 124, 125쪽에서 캐낸 토박이말을 보여드립니다.

 

124쪽 여섯째 줄에 ‘똑똑하게’가 있습니다. ‘명확하게’와 다른 느낌이라는 것은 이제 다들 아실 것입니다. 그리고 여덟째 줄에 ‘스스로 빛을 내지 못하고’도 보입니다. 요즘 ‘자체발광’이라는 말이 새말(신조어)로 많은 사람들 입이나 글에 오르내리는 것과 견주어 보면 참 많이 다름을 알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 ‘자발보미’라는 말이 있다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에 따라 나이든 사람인지 아닌지 갈린다고 하는데 여러분은 어느 쪽인지요?

 

아홉째 줄에 ‘떠돌이별’이 있습니다. 앞서 알려 드린 적이 있는 말이긴 하지만 요즘 배움책에는 ‘행성’으로 나옵니다. ‘떠돌이별’이 더 나은 말이라고 생각하는지 ‘행성’이 더 나은 말이라고 생각하는 서 있는 자리에 따라 다르기 마련입니다. ‘떠돌이별’이 ‘떠돌다’에서 온 말이라고 이곳저곳을 떠도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알맞지 않다고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리고 아이들 눈높이에서 보면 ‘행성’보다는 더 쉬운 말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지요.

 

앞서 요즘 배움책에서 ‘궤도’라고 한 것을 옛배움책에서 ‘돌길’이라고 했다는 것을 알려드린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행성’을 ‘돌별’이라고 하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이 말이 ‘돌로 된 별’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고 한다면 ‘돌이별’ 또는 ‘도는별’이라고 해도 좋겠습니다. 마땅하지 않은 말이기 때문에 쓰지 말자고 할 것이 아니라 더 나은 말로 다듬어 가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열째 줄에 ‘해의 한 집안 식구’라는 말이 보입니다. 요즘 배움책에는 ‘태양계의 구성원’이라고 하는데 아이들에게 둘 가운데 어느 것이 더 쉬운지 물어보면 ‘해의 한 집안 식구’가 더 쉽다고 합니다. 우리가 배움책(교과서)을 만들 때 아이들 눈높이에 맞추는 데 더욱 마음을 써야 할 까닭이 이런 데에 있다고 하겠습니다.

 

125쪽 여덟째 줄에 ‘거죽’이 나옵니다. 앞서 본 적이 있는 말이긴 하지만 ‘표면’이나 ‘표피’가 아닌 ‘거죽’이라는 말을 이렇게 한결같이 썼다는 것을 눈여겨보아야 하겠습니다. 열여섯째 줄에 나오는 ‘숨쉬기’도 ‘호흡’이 아니라 더욱 눈에 들어옵니다.

 

‘한글날’을 맞아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해 주면 좋겠다는 말을 듣고 곰곰이 생각해 보았습니다. 해마다 이맘때면 되풀이 되고 있는 이야기가 마땅하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꼬집고 바로잡아야 할 것이지만 늘 같은 이야기를 해도 달라지지 않고 오히려 더해지고 있다면 좀 달리 생각해야 한다고 봅니다.

 

한글날은 무엇보다 먼저 뛰어난 우리 글을 기리고 더욱 나아지게 할 수를 찾는 데 힘과 슬기를 모으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하고도 남음이 있다면 설 자리를 잃은 토박이말과 나라를 되찾은 지 일흔 세 해가 넘은 오늘까지 우리 아이들 배움책(교과서)을 채우고 있는 일본식 한자말을 쉬운 토박이말로 바꿔 주는 일에 힘과 슬기를 모으길 바랍니다. 날마다, 늘 말과 글이 함께 잘 살게 할 수를 찾는다면 더 좋겠습니다.

 

4351해 열달 열이레 삿날(2018년 10월 17일 수요일) ㅂㄷㅁㅈㄱ.

 

 사)토박이말바라기 들기

 

※이 글은 앞서 경남신문에 실은 글인데 더 많은 분들과 나누려고 다시 싣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