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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문화편지

낙엽 지는 가을, 땅거미 보고 시름에 잠기다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3930]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滿月臺前落木秋(만월대전락목추)  만월대 앞 낙엽 지는 가을에

   西風殘照使人愁(서풍잔조사인수)  서풍에 남은 땅거미 시름에 잠기게 하네

   山河氣盡姜邯贊(산하기진강감찬)  산하에는 강감찬의 기상이 사라졌고

   日月明懸鄭夢周(일월명현정몽주)  해와 달처럼 정몽주의 이름만 걸려 있네

 

 

이 시는 조선 후기의 시인 홍세태(洪世泰, 1653년 ~ 1725)가 황해도 옹진군(甕津郡)의 둔전장(屯田長, 군량미에 충당하는 토지의 장)으로 부임해 가는 길에 개성 만월대에 올라 읊은 만월대가(滿月臺歌)입니다. 낙엽이 지는 가을 만월대에 올라보니, 가을바람에 해거름이 시름에 젖게 합니다. 거란의 침략을 물리쳤던 강감찬 장군의 기상은 사라졌고, 고려와 함께 절의를 지키며 사라져 간 정몽주의 이름만 해와 달처럼 걸려 있지요. 옛 고려의 궁궐터인 만월대에서 역사를 되돌아보며 자신도 이들처럼 나라를 위해 충성을 할 기회가 주어지기를 고대하고 있습니다.

 

정조(正祖)는 자신의 시문집 《홍재전서(弘齋全書)》에서, “대개 인재란 원래 문벌의 귀천이 없는데 근래의 홍세태(洪世泰)란 사람도 중인 출신으로 시로써 크게 이름을 날려서 이현보나 김창흡이 칭송하였고, 당시 사람들이 최립의 문장에 견주기까지 하였다.”라고 칭찬하기까지 하였습니다. 홍세태는 5살에 책을 읽을 줄 알고 7, 8살에는 글을 지을 만큼 뛰어난 재주를 타고났으나 신분이 중인이어서 큰 벼슬을 하지 못하고 가난하게 살았으며, 8남 2녀의 자녀가 모두 앞서 죽어 불행한 삶이었기에 그의 시에는 우울함과 분노가 담겨 있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