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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법을 가리지 않고 내 사람으로 만들 작정이오

소설 이순신이 꿈꾸는 나라 3 위기의 장

[우리문화신문=유광남 작가]

 

광해군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수긍했다.

“그래서 난 이순신 장군이 너무 부러워.”

장예지는 정곡을 찔렀다.

“그래서 정도령을 취하시려는 겁니까?”

“그대의 눈에도 그리 비춘 것인가?”

“정도령을 바라보는 저하의 눈빛이 예사롭지 않더이다.”

광해군이 어린 아이처럼 순수한 미소를 입가에 떠올렸다.

 

“그럼 된 것이야. 그대가 짐작할 정도라면 정도령은 분명 느꼈을 것이지.”

장예지는 광해군의 곁으로 다가가면서 시선은 수평선을 향하였다. 환상적인 물빛이 햇살에 찰랑거렸다. 몽상에 빠질 만큼 아름다운 바다에 전율이 일어났다.

“아름다워요.”

광해군의 눈길이 그녀를 따라서 바다의 끝을 향하였다.

“예지만큼.”

장예지는 엄습하는 불안감에 눈동자를 먼 바다 위로 고정 시켰다.

“바다가 이렇게 어여쁠 수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어요.”

“예지낭자에게 잠재되어 있는 예쁨을 나도 늦게 발견하였지.”

장예지는 순간 마음을 가다듬었다. 더 이상 물러나서는 안 된다. 더 이상 허용해서는 위험하다. 여기서 제지해야 하는 것이다.

 

 

“저하, 외람된 말씀이오나 소녀는 한때 저하를 모시던 장수의......”

“알고 있어. 용호장군 김덕령의 정혼자였다는 것은 충분히. 그러나 지금의 마음은 사부인 김충선 장군에게 쏠리고 있다는 것도.”

장예지는 일순간 벼랑으로 추락하는 기분이었다. 광해군이 어떻게 눈치 채고 있었단 말인가? 세자의 면전에서 자신이 어떤 실수라도 한 것인가? 그럴 리가 없었다. 여진의 공주와 약속을 했는데 그런 실수를 할 리가 만무했다. 수치심이 몰려와서 갑자기 시퍼런 바닷물로 뛰어 들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리 느끼신 겁니까.”

“낭자, 이래 봐도 난 조석으로 제왕의 학문을 연마하고 당대 제일의 학자들로부터 교육을 받은 몸이요. 비록 임진년의 전쟁으로 말미암아 왕실의 권위가 형편없이 추락은 하였으나 그래도 세자의 신분이요. 조선을 경영할 국본이란 말이외다. 이 사람의 총기를 너무 무시하는 것은 아닌지.”

 

장예지는 더 이상의 변명이 통하지 않음을 직감했다. 이러한 시점에서는 오직 하나의 무기만이 통할 뿐이었다. 그녀는 울었다. 가능한 고혹적인 자태를 유지하면서 눈물을 떨구었다. 이 무기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먹혀들었다.

“......!”

“김충선 장군은 이 전쟁이 끝난 후, 나의 가장 강력한 적으로 등장할지도 모르오. 그를 연모 한다면 부디 설득해 줘야 하오. 난 정도령을 수단 , 방법을 가리지 않고 내 사람으로 만들 작정이오. 예지낭자가 김충선 장군만 내 편으로 삼을 수 있게 도와준다면 그대의 사랑은 이 사람이 이루어 주리다.”

무서운 유혹이었다. 광해군 이혼은 어제의 유약하고 심약해 보이던 왕세자가 아니었다. 그는 선조의 눈물을 통하여 완전히 새롭게 탄생한 다음 대의 임금이었다. 광해군이 이렇게 무서운 사람이었던가. 장예지는 그를 대함에 있어서 처음으로 소름이 돋아남을 느꼈다.

‘어쩌면 세자는 이순신의 나라를 건국하고자 하는 사부의 의도를 이미 눈치 채고 있을지도 모르겠구나.’

광해군의 곁에서 장예지는 한없이 외로워지는 자신을 발견하였다. 어쩌면 자신이 김충선을 얻고자 하는 광해군의 노련한 계획에 의한 불모가 되어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광해군이 보였던 장예지를 겨냥한 관심의 최종 목적은 바로 김충선이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