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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국의 예법을 따라야 하는 것이 마땅한 도리 아니겠습니까.

소설 이순신이 꿈꾸는 나라 3 위기의 장

[우리문화신문=유광남 작가 ] 임해군은 처음 듣는 소리였다. 하기야 장자인 자신을 외면하고 광해군을 세자에 지명한 그 후부터 임해군은 철저히 자기만의 세상에서 놀았을 뿐이다, 본래부터 임해군은 왕세자로의 자질이 부족 하다는 평가를 늘 들어 왔었다. 품성이 사납고 주변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는 오직 이기적인 아집으로 뭉쳐있는 왕자였기에 그의 주변에 사람이 없는 것은 당연한 이치였다.

 

“명나라에서 어떤 내용을 보내 온 것입니까?”

선조는 임해군을 정면으로 내려다 봤다.

“장자를 세자로 옹립해야 한다는구나. 글쎄.”

임해군은 정수리가 순간적으로 뜨거워졌다.

“이것이 무슨 말이옵니까?”

선조는 별반 관심이 없는 것처럼 이야기 했다.

“명나라 조정에서는 조선의 세자 책봉에 대해서 장자에게 우선권을 줘야 한다는 원칙을 강조하고 있다는 것이다.”

임해군은 그동안 마셔댔던 취기가 일거에 빠져 나가는 느낌이었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것이 사실이옵니까?”

선조가 입맛을 다셨다.

“지금 널 불러서 애비가 농담이나 하자는 것으로 보이느냐?”

“그것이 아니오라......”

 

 

임해군은 도통 믿어지지가 않는 모양이었다. 분위기를 파악한 순화군이 선뜻 임해군의 팔목을 잡고 흔들었다.

“형님, 감축 드립니다. 대국의 예법을 따라야 하는 것이 마땅한 도리 아니겠습니까. 조선은 대국 명나라를 절대 무시할 수 없는 법이니까요.”

임해군은 고개를 가로 저었다.

“세자 책봉에 대한 명나라의 입장이 물론 중요하다만 그보다도 더 중요한 것은 조선의 임금, 바로 부왕의 의중이 중요한 법이니라. 아바마마는 일찍이 광해를 세자로 낙점하지 않았더냐.”

순화군이 임금 선조의 눈치를 살피면서 자신의 견해를 이야기 했다.

“모르시옵니까? 아바마마는 명나라의 정책을 숭상하시는 분이십니다. 대국의 뜻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지 않으시는 왕이란 말입니다.”

 

그것은 순화군의 판단이 옳았다. 선조는 사대주의에 입각하여 왕실정치를 실천했던 대표적인 인물이라고 할 수 있었다.

“황제의 나라에 근본을 두는 것은 당연한 이치니라. 모름지기 조선과 같은 작은 나라를 경영하기 위해서는 대국과의 관계가 매우 중요한 법이다.”

선조는 두 아들을 앞에 두고 자신의 정치 철학을 슬그머니 꺼내 들었다.

“큰 형님이 세자가 되시는 것이 옳은 일입니다. 세자를 다시 정해야 하는 것이지요?”

순화군은 직설적으로 물었다. 핵심이며 요지의 질의가 선조에게 도달하자 임해군은 손바닥에 땀이 고여 왔다. 그러나 선조는 명확하게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언제나 노련한 군주다웠다.

“과인은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 두고 고심하고 있노라.”

임해군은 숨이 목구멍에 가로 막혀버린 기분이었다.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는 선조의 표현은 무엇을 의도하는 것일까? 고심 한다는 것은 또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단언할 수는 없지만 임해군, 자신에게도 기회가 있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 되었다. 순화군이 화제를 바꾸었다.

“명나라 사신이 실종 되었다고 들었나이다. 두 나라의 우호에 상당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사료되옵니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