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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국 변호사의 세상바라기

부정한 판결을 한 아버지와 아들 재판관

[양승국 변호사의 세상 바라기 105]

[우리문화신문=양승국 변호사]  무소불위의 철권을 휘두르던 고대 제국의 임금들은 자기 마음먹은 대로 하지 않습니까? 고대 페르시아 대제국을 건설한 아케메네스 왕조의 캄뷔세스 임금의 행위 가운데 살벌한 일화 하나 소개할까 합니다. 캄뷔세스 임금의 신하 중 시삼네스라는 재판관이 있었는데, 이 사람이 뇌물을 받고 부정한 판결을 내렸다고 합니다. 그러자 이를 알게 된 캄뷔세스 임금은 그 재판관을 산 채로 가죽을 벗겨내도록 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벗겨낸 가죽으로 가죽끈을 만들어 시삼네스가 판결할 때 앉던 의자에 두르게 합니다. 그리고 시삼네스의 아들을 후임 재판관으로 임명합니다. 잔인하군요. 재판할 때마다 자기 아버지의 가죽으로 만든 끈으로 두른 의자에 앉아 재판하는 아들의 심정은 어떻겠습니까? 정신이 버쩍 들어 뇌물의 ‘뇌’자만 들어도 경기를 일으킬까요?

 

 

네덜란드 화가 제라드 다비드(1460?~1523)가 이를 그림으로 그렸습니다. 다비드는 자신의 고향인 브뤼헤의 ‘정의의 홀’의 위촉을 받아 이 그림을 그렸답니다. 그림을 의뢰한 측에서는 당시 부패한 법관들이 많은 것을 탄식하여 이런 그림을 그리게 하였다는군요. 아마 이렇게 그린 그림을 법정에 걸어놓으려고 하지 않았을까요?

 

요즘 재판거래 의혹으로 사법부가 만신창이가 되고 있습니다. 상고법원 설치를 위해 전력투구를 하면서 무리수를 둔 것이 결국은 사법부에 독이 되고 말았습니다. 진실은 나중에 가려지겠지만 지금까지 나온 것만으로도 사법부의 명예가 땅에 떨어져 짓밟히는 데에는 부족하지 않을 것입니다. 저도 사법부에 오랜 세월 몸담고 있었던 사람으로 친정과 같은 사법부가 이렇게 되는 것에 참담한 심정을 금할 수가 없습니다.

 

재판거래라고 하면 결국 그 재판을 담당하는 재판장에게 외압을 가하여 자기들 입맛에 맞는 재판을 하도록 한다는 것인데, 제가 법원에 근무할 때는 이런 건 상상도 못할 일이고, 지금도 감히 그럴 수 없을 것이라고 저는 믿고 싶습니다.

 

그리고 시삼네스는 뇌물을 받고 부정한 판결을 내렸다고 하는데, 이런 건 더더군다나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입니다. 지금도 대한민국의 판사 가운데는 시삼네스와 같은 판사는 거의 없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사법부가 흔들린다는 것은 민주주의의 근간이 흔들린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문제가 드러난 판사에는 준엄한 법의 심판을 해야 할 것이로되,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위해서는 이번 내홍을 계기로 비온 뒤에 땅이 더 굳는다고 사법부가 국민의 신뢰를 받는 사법부로 더욱 굳건히 서야 할 것입니다. 그렇게 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