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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문화편지

오래 돼도 빛깔이 바래지 않는 전통 먹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3969]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물 9근에 아교 4근을 넣고 불에 녹인 다음 순수한 그을음 10근을 넣어 잘 반죽한다. 반죽된 것을 다른 그릇에 옮기고, 남은 물 1근을 적당히 뿌려 가면서 잘 찧는다. 이어서 깊숙한 방에 평판을 깔고 습한 재를 한 치 정도 깔고 종이를 덮는다. 그 종이 위에 먹을 옮겨 놓고, 다시 종이로 덮고 위에 다시 습한 재를 한 치쯤 덮는다. 그대로 3일을 두었다가 각 장을 바르게 네모로 자른다. 자른 먹 위에 마른 재를 한 치쯤 덮고, 2~3일 지난 후 꺼내어 깊숙한 방 평판 위에 놓고 여러 차례 뒤집어 가며 말린다."

 

이는 1554년(명종 9년) 조선 초기의 문인 어숙권(魚叔權)이 펴낸 백과사전 격인 책 《고사촬요(攷事撮要)》에 나온 먹을 만드는 법입니다. 좋은 먹은 무엇보다도 벼루에 갈 때 부드러우면서도 미끄러지듯이 쉽게 잘 갈려서 쓰기에 편하고 마음 가는대로 붓을 움직일 수 있어야 한다고 하지요. 이러한 바탕 위에 농담(濃淡) 곧 진한과 묽음이 좋으면 으뜸일 것입니다.

 

 

우리나라 전통 먹의 특성을 보면, 먼저 색깔이 검고, 오래 돼도 빛깔이 바래지 않으며, 더욱더 깊은 맛이 나는 것은 물론, 썩지 않는다는 점이지요. 우리나라에 남아 있는 고서화가 잘 상하지 않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고 합니다. 또한 아교 성분이 있어 붓이 빠르고 부드럽게 움직임을 수 있으며, 수분 조절에 의해 짙고 옅음과 번짐이 예술적 바탕을 만들어 주고 있습니다. 우리 먹은 종이 깊숙이 스며드는 특성을 가지고 있어 그림을 그리기에 좋은 먹이라고 평가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