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5 (목)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상세검색
닫기

캐나다에서 1년 살아보고 책 내기

《캐나다 떠나보니 어때》, 요니 킴

[우리문화신문=양승국 변호사]  얼마 전 초등동창 송년모임에서 친구 보구로부터 책을 한 권 선물 받았습니다. 《캐나다 떠나보니 어때》 - 보구의 딸 김나연(요니 킴)이 그림을 그리고 글도 쓴 책으로, 요니 킴이 무작정 떠나 캐나다 토론토에서 1년간 살아보고 돌아와 쓴 책이지요. 190쪽밖에 안 되는 책은 그나마 글보다는 그림과 약간의 사진이 더 많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글 보다는 사진과 그림 위주의 요즘 젊은이들 책에 색안경을 끼고 있던 저로서는 솔직히 ‘친구 딸이 낸 책이라니 읽어는 봐야지.’ 하는 가벼운 생각으로 책을 펼쳐들었습니다.

 

 

 

그렇지만 요니 킴은 금방 그러한 저의 편견에 어퍼컷을 올립니다. 우선 디자인을 전공한 저자가 그린 일러스트 그림이 재치와 해학이 있으면서도 따뜻한 감성으로 저를 끌어당깁니다. 그리고 글에도 역시 재치와 따뜻한 감성이 담긴 것이 조금만 다듬으면 그대로 시 한 편이 될 것 같은 글들이 많습니다. 이를테면, 처음 캐나다에 도착하여 느낀 외로움을 쓴 다음과 같은 글에서 시의 느낌을 받겠더군요.

 

혼자만의 시간을 좋아한다고 말해왔던

과거의 나는 거짓이었던가

어쩌면 혼자여도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기에

그래서 그렇게 쉽게

말해 왔을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나는 정말 혼자가 되었다

 

요니 킴은 자신이 좋아하여 시작한 디자인 일을 갑자기 내팽게치고 캐나다로 떠나게 된 동기를 이렇게 말합니다.

 

졸업 후 남들보다 조금 이른 사회생활을 시작하며 평생 좋아하는 일만 하면서 살 줄 알았건만

“저 이제 디자인 일 안 하려고요.

아니 두 번 다시는 컴퓨터 앞에 앉아서 하는 일 아무것도 안 할 거예요.“

2년도 채 채우지 못하고 회사를 그만둔 나의 소감이었다. 좋아하던 일이 하루아침에 꼴도 보기 싫을 만큼 싫어졌고, 동시에 무엇을 해도 더 이상 즐겁지 않은 ‘무기력’에 걸려버렸다. 그렇게 시작된 방황. 인생의 갈피를 잡지 못한 채 흘러가는 시간들. 그때 문득, 잊고 있던 꿈 하나가 떠오른다.

‘해외에서 혼자 살아보기’ 그래서 떠난 캐나다 워킹홀리데이

 

누구나 다 그런 때가 있지요? 저 또한 그런 때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아마 제 또래 사람들은 그래도 어쩔 수 없이 다람쥐 쳇바퀴 같은 삶을 그대로 이어왔는데, 요즘 젊은이들은 과감히 떠날 수 있는 용기가 있군요.

 

요니 킴은 캐나다에서 만난 젊은이들의 말을 그들의 인물 일러스트 위에 올려놓았습니다. “일본에서 오래 살았었는데 캐나다에서 살고 싶어서 토론토에 있는 대학 갔어”, “한국이 싫어서 여기서 살려고. 올해는 돈 벌어서 학원에 등록하고 대학 갈 준비할거야”, “1년 워홀(워킹홀리데이)을 마치고 호주에 가려고 했었는데, 여기가 좋아서 대학시험 봤었어요.”, “10년 전에 워홀로 왔었다가 지금까지 있었어. 원어민처럼 영어하는 게 내 목표야.”, “여기가 미국처럼 볼거리가 많은 것도 아니고, 솔직히 심심하잖아. 난 한국이 좋아” 참 많은 젊은이들이 부럽게도 세계를 자기 집 앞처럼 훌쩍 떠나고 훌쩍 돌아옵니다. 요니 킴이 캐나다에서 맞이한 생일에 대해 쓴 글도 저를 빙그레 웃게 합니다.

 

 

 

곧 있으면 생일이었다.

‘이제 어린 애도 아닌데...’

그냥 조용히 넘어갈까 싶었지만

내가 누구인지 캐나다에 언제 왔는지

아무도 관심 없는 타지에서

나라는 사람이 사라지는 것 같아

조금 슬퍼졌다

‘내가 없는 한국도 잘 돌아가고 있을 텐데

두 곳 모두에서 없는 존재가 되어야 한다니.‘

그렇다면

내가 나서서 나의 존재를 증명 할 수밖에

 

하여 요니 킴은 같은 하숙집에서 살고 있는 세계의 젊은이들을 자기 방으로 초청하여 조촐한 생일파티를 여는 것을 만화와 같은 일러스트로 그립니다. 요니 킴은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자기 개성대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지난 날의 자신을 되돌아보며 이렇게 말합니다. “외모건 물질적이던 누군가와 끊임없이 비교해가며 지나치게 의식 해오던 지난 날. 그때마다 나의 자존감은 롤러코스터를 타듯이 올라갔다 내려갔다를 반복하며 내 스스로를 갉아먹어왔다. 이제는 그 피곤한 시선들에서 벗어날 때도 됐지.” 글만 읽어도 요니 킴의 마음을 충분히 읽을 수 있는데, 옆에 이런 감정을 일러스트로 표현하니 더욱 공감이 됩니다.

 

 

2016. 1. 26. 처음 낯선 땅으로 들어서 혼란함을, 외로움을 느끼며 좌충우돌하던 요니 킴은 토론토의 어느 여름날 무심코 말을 뱉습니다. “아! 행복해.” 그 행복을 느끼던 순간을 요니 킴은 이렇게 말합니다. “공원에는 강아지와 함께 산책 중인 아저씨, 타이트한 운동복 차림의 조깅하는 할머니, 다같이 어울려 축구 하는 아이들, 잔디 위에 누워 책 읽는 아가씨까지 저마다 자신의 시간을 즐기고 있었다. 그리고 멍하니 벤치에 앉아 있는 나. ‘아 행복해’ 포장 없는 말 그대로였다. 이 한마디가 뭐가 어렵다고 여태껏 참아왔는지.” 그리고 또 한 번 행복과 자유함을 느끼던 순간을 다음과 같이 한편의 시로 표현합니다.

 

뜨거운 여름 어느 날,

태양이 12시 위치에

잠시 멈추어 있었다.

그리고 우리 사이에는

투명한 유리 벽 하나 뿐이었다.

이 방 안에는 내 자유만 존재했고

적막이 아닌 고요함이 가득했다.

행복과 자유는 멀리 가지 않아도

내가 있는 곳에 있었다.

 

책을 덮고 나니 친구의 딸을 직접 만나 글과 그림으로만 봤던 캐나다 이야기를 직접 말로도 들어보고 싶어집니다. “보구야! 참 매력 있는 딸을 두었구나!” 책을 덮으면서 ‘어느 출판사에서 펴낸 책인가?’ 하며 책의 앞, 뒤를 살펴보나 출판사 이름이 보이지가 않습니다. 이 책은 요니 킴이 혼자서 기획하고 디자인하고 펴낸 소위 1인 출판 책입니다.

 

보구에게 딸이 어떻게 책을 펴냈냐고 물어보니, 창작자를 위한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인 텀블벅(https://tumblbug.com/)의 도움을 받아 펴낸 것이라고 합니다. 요니 킴은 텀블벅에 책 제안서를 올렸고, 이를 보고 관심을 가진 이들이 십시일반으로 투자하였다는군요. 그렇게 하여 <캐나다 떠나보니 어때>라는 책이 세상 빛을 보게 된 것이군요. 책 말미의 말풍선 안에 사람 이름들을 집어넣었는데, 이게 펀딩에 참여한 사람들 이름이네요. 텀블벅이라... 보구 덕분에 또 새로운 것 하나 알게 되었네요.

 

요니 킴은 책에서 자신을 이렇게 소개합니다.. “여행을 좋아하는 집순이. 머물고 있는 자리가 너무나도 익숙해지면 어디든 떠납니다.” 다음에 요나 킴이 떠나갈 곳은 어디일까? 벌써부터 ‘떠나보니 어때’ 2편이 기다려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