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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들려준 엄마의 이야기

두만강을 건너온 소녀

엄마가 들려준 엄마의 이야기 2

[우리문화신문=김영자 작가] 

 

(이 연재는 엄마가 딸에게 들려주는 이야기체로 되어있다)

 

1915년 음력2월 초봄을 맞는 따스한 날이었단다. 조선 함경도의 갑산골안 자그마한 오두막에서 감실감실한 머리에 까만 눈을 가진 오동통한 계집애가 이 세상에 고고성을 울리였단다. 집 앞에 늘 분꽃이 곱게 피어 가난하던 이 집에도 아름다움을 선사해 주던 고운 분꽃을 떠올리면서 그 애 아버지는 갓난애 이름을 분녀라 했다는구나! 분녀는 사면이 산으로 둘러싸인 갑산골에서 감자를 주식으로 하고 산나물 먹고 아버지가 꿀벌을 길러 만들어낸 꿀물을 마시면서 시름없이 건강하게 자라났단다.

 

분녀가 6살 되던 해란다. 흉년이 들어 먹을 것도 없는데다가 왜놈의 침략에 나라 잃고 땅 잃은 분녀의 아빠 엄마는 마을사람들과 함께 부득불 살길을 찾아 고향을 등지고 타국으로 떠났다는구나! 분녀 엄마는 어린 동생을 업고 보따리를 이고, 아버지는 지게를 지고 분녀와 12살 나는 분녀 오빠의 손을 잡고 길을 떠났단다. 가도 가도 끝없이 산을 넘고 고개를 지나 밤낮으로 걷기만 하더란다. 지금처럼 버스나 기차를 본적도 없는 분녀는 기진맥진해도 걸어야만 했단다. 걷고 또 걷고…… 걷다보니 앞에 큰 강이 있더란다.

 

 

“아버지, 우린 어디메를 자꾸 가니? 이젠 이렇게 큰 강인데……”라는 분녀의 말에 “응, 거이 다 왔나 보구나!”

분녀 아버지는 지게를 벗어놓고 물에다 손을 씼으면서 이렇게 대꾸하셨단다.

“이 큰 강은 두만강이라 한단다. 우리는 이제 이강을 건너가야 한단다. 이 강을 건너면 북간도라 하는데 우린 거길 간단다.”

“왜? 우리집은 어쩌구? 난 맥 없구 배고프단 말이야, 난 이 큰 강이 무서워……”

“분녀야! 조금만 참아, 북간도 가면 먹을 것이 많다는구나!”

열두 살짜리 오빠의 어른스러운 말이었단다.

“정말? 그럼 우리집은 어쩌구?”

 

분녀 엄마는 보따리에서 삶은 감자와 감자떡 몇 개를 꺼내어 애들을 먹이고 두만강물에 손을 씻더란다. 분녀도 손을 씻어 보았는데 몸시 차가웠단다. 이윽고 엄마는 분녀를 안아 아버지 족지게에 앉히곤 말없이 보따리를 이고 찬물에 들어서더란다. 쪽지게에 앉아 푸르른 두만강을 건너는 분녀는 그렇게 무섭기만 하더란다. 이렇게 강을 건너 북간도란 곳에 왔단다. 분녀네가 찾은 그 북간도가 바로 지금의 조양향 근로촌이란다. 이곳에서 분녀의 아버지는 지주집의 소작농으로 일 하시면서도 부지런히 땅을 개간하구 채소도 심어 먹으면서 타국에서 열심히 살았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