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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문화편지

내일은 우수, 봄은 사립문을 두드린다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4016]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겨우내

참았던 그리움이

실핏줄로 흘러

버드나무 가지마다

저리 파란 물이 들었구나

 

강나루

얼음 풀리면

그대

오시려나

 

코끝을 스치는 바람

아직은 맵지만

내 마음은

벌써

 

원영래 시인의 시 <우수>입니다. 올제(내일)은 24절기 둘째인 우수(雨水)입니다. 우수는 말 그대로 눈이 녹아서 비가 된다는 뜻인데 이름에 걸맞게 봄비가 내리곤 합니다. 어쩌면 기다리고 기다리던 봄은 봄비와 함께 꿈을 가지고 오는지도 모르지요. 그 봄비가 겨우내 얼었던 얼음장을 녹이고, 새봄을 단장하는 예술가인 것입니다. 기상청의 통계를 보면 지난 60년 동안 우수에는 무려 47번이나 비가 왔다고 하니 이름을 잘 지은 것인지, 아니면 하늘이 일부러 이날 비를 주시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우수 때 나누는 인사에 "꽃샘잎샘에 집안이 두루 안녕하십니까?"라는 말이 있으며 "꽃샘잎샘 추위에 반늙은이(설늙은이) 얼어 죽는다"는 속담도 있지요. 이 꽃샘추위를 한자말로는 꽃 피는 것을 샘하여 아양을 떤다는 뜻을 담은 말로 ‘화투연(花妬姸)’이라고도 합니다. 봄꽃이 피어나기 전 마지막 겨울 추위가 선뜻 물러나지 않겠다는 듯 앙탈을 부려보기도 하지만 봄은 이제 시골집 사립문을 두드리고 있습니다. 아직 추위가 남아있지만 저 멀리 산모퉁이에는 마파람(남풍:南風)이 향긋한 봄내음을 안고 달려오고 있을 겁니다. 꽁꽁 언 강물도 풀리듯 내일 우수는 불편했던 이웃과 환하게 웃는 그런 날이 되기를 비손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