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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종승의 무속신앙 이야기

이태원 부군당 신도

이태원 부군당 (5)
[양종승의 무속신앙 이야기 41]

[우리문화신문=양종승 박사]  이태원 부군당 당집 전각 내부 정면 벽에 모셔진 열두 분의 신도[神靈]는 오른쪽부터 ①걸립님 ②가망님 ③산신님 ④제석님 ⑤별상님 ⑥부군님(부군할머니와 부군할아버지) ⑦대감님 ⑧호구님 ⑨ 장군님 ⑩군웅님 ⑪기마장군님 ⑫창부님이다. 가장자리에 부군할아버지와 부군할머니가 한 족자에 좌우로 함께 그려져 있는데 이는 다른 그것보다 크게 제작되어 있어 부군당에서 가장 중요하게 모셔지는 신령이라는 것을 짐작게 한다. 각 신령님의 형태와 그 역할은 다음과 같다.

 

1. 부군님(부군할아버지⋅부군할머니)

 

 

이태원 부군당에서 모셔지고 있는 부군님은 남ㆍ여 부부 신으로서 부군할아버지와 부군할머니이다. 부군님은 이태원 일대를 지키는 수호신으로서 모든 재액을 물리침과 동시에 해로운 악신을 멀리하게 한다. 부군님은 또한 선신을 불러들여 마을 사람들의 수명장수와 자손 번창 등의 소원을 성취케 그뿐만 아니라 마을 사람들의 사업이 잘 될 수 있도록 보살피고 돕기도 하는 역할을 한다.

 

2. 대감님

 

홍색으로 된 대감 복색을 입고 입영(笠纓, 갓끈)이 달린 장엄한 갓을 썼다. 인간 세상을 다스릴 때 쓰이는 지휘봉은 영험한 신구이면서 동시에 요술 방망이와 같아 어떠한 것을 얻고자 할 때 이를 두드려 얻어내기도 한다. 대감님은 욕심 많고 탐심 많은 심술꾸러기이지만 우주의 현상을 지배하고 인간의 재화를 담당할 뿐만 아니라 무당이 굿을 할 때 흥을 돋우는 역할을 한다.

 

3. 호구님

 

호구님이 갑옷으로 된 군복을 입고 오른손에는 자신의 키보다 긴 언월도(초승달 모양으로 생긴 큰 칼)를 들고 왼손에는 장검을 들고서 불꽃이 활활 타오르는 후광을 배경 삼아 구름 위에 서 계신다. 천연두를 관장하는 마마신으로서의 호구님은 이곳 이태원 부군당에서는 남신(男神)으로 군림하고 있지만, 지역과 봉신자에 따라서는 여신(女神)으로서도 나타나기도 한다. 전염병을 담당하고 있는 두신(痘神)으로서 역할 한다.

 

4. 장군님

 

장군님은 무력을 가진 무신(武神)으로서 마을과 마을사람을 수호하고 각 가정에 수 사납고 액 사나운 것을 거두어 주는 영험력을 갖고 있다. 천 사람, 만 사람의 홍액수(나쁜 액)는 물론 거리의 낙성수도 제쳐 도와주는 신이다. 그뿐만 아니라 대동 일동이 모쪼록 태평토록 해 주고 모든 사람의 소원성취가 이루어지도록 도와준다. 또한, 무당이 영험력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돕기도 한다.

 

5. 군웅님

 

군웅님이 흰 수염을 기다랗게 늘어뜨리고 안쪽의 흰색 옷과 겉쪽의 홍색 옷을 입고서 허리에 하얀 허리띠를 매었다. 호수(虎鬚, 범의 수염) 세 가닥이 꽂힌 흑 갓을 썼으며 왼손에 흰 부채를 들고 홍색 용상에 근엄하게 앉아 계신다. 군웅님은 남성 신으로서 동서남북으로부터 들어올지도 모를 좋지 못한 액을 미리 막고 동시에 주의의 해로운 기운을 물리친다.

 

6. 기마장군님

 

백마는 하늘과 땅 그리고 동서남북의 사방을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으며 신령의 세계를 드나들 수 있는 영적인 동물이다. 따라서 백마를 탄 기마장군님은 천지 세계를 언제든지 왕래할 수 있으며 인간이 신과 교감을 형성할 수 있도록 만든다. 또한, 모든 액과 험난한 일들을 물리치기도 한다.

 

7. 창부님

 

 

 

가운데 남창부가 앞쪽 좌ㆍ우 여창부들을 데리고 젓대를 불고 있다. 남 창부는 도포를 입고 두 개의 깃털이 꽂힌 홍 갓을 썼다. 창부는 기ㆍ예능을 담당하는 신으로서 무당과 잽이들의 재주가 뛰어나도록 돕고 굿판이 흥겹게 되도록 만들고 각 가정의 일 년 열두 달 홍액과 도액을 막아 주며 개개인에게 닥쳐올 삼재팔난(모든 재난)을 물리치는 역할을 한다.

 

8. 별상님

 

별상님은 여신(女神)이다. 양손을 곱게 모아 감싸고 홍색 의자에 앉아 계신다. 아래편 좌우 양쪽으로 또 다른 두 분의 여자가 서 계신다. 별상님을 지역 부군당에 모시는 이유는 옮기고 다니는 질병을 미리 막고 이미 전염되었다면 퇴치하고자 함이다.

 

9. 제석님

 

흰 장삼을 입고 흰 고깔을 쓴 세분의 제석님이 연꽃으로 장식된 좌대에 앉아 중앙과 좌ㆍ우로 모셔져 있다. 무속신앙에서 모셔지는 세분의 제석은 단군 기록에 등장하는 환인ㆍ환웅ㆍ왕검의 역할을 담당하면서 인간의 재복, 수명, 그리고 자손 생산을 담당하는 신으로 군림하고 있다. 삼불제석은 무엇보다도 자손을 점지케 해주는 역할을 담당하는 신으로 유명하다.

 

10. 산신님

 

높은 산천과 푸른 소나무를 배경으로 한 산신님이 수염을 길게 늘어뜨리고 홍색의 도포를 입고서 기다란 지팡이를 짚고 호랑이와 함께 앉아 계신다. 산신은 마을과 인간을 지키는 수호신으로 모셔지면서 인간에게 명과 복을 주며 무당의 마음을 신선처럼 깨끗하게 해주며 동시에 무당의 영험력을 길러 준다.

 

11. 가망님

 

 

가망님은 무당의 영험(靈驗)을 관장하여 무업의 번창을 도와준다. 그뿐만 아니라 이로운 신은 받아들이게 하고 그렇지 못한 해로운 신은 달래어 보내게 만드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또한, 각 가정에 재앙을 물리치고 평안과 번창을 돕기도 하며 만물을 창조하는 신이다. 가망님은 또한 나랏일에 관여하기도 한다.

 

12. 걸립님

 

여 걸립과 남 걸립이 좌우에 계신다. 좌측의 여 걸립은 무늬가 박힌 남색 치마와 노랑 저고리를 입고 홍색 허리띠를 허리에 매었다. 걸립님은 전곡(錢穀, 돈과 곡식)과 갖은 먹을거리가 많이 모이게 하고 재물을 걷어 들이는 역할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