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0 (토)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상세검색
닫기

우리문화편지

김득련, 한 해에 칠석이 세 번 돌아오네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4083]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음력, 양력, 러시아력이 각각 다르니

한 해에 칠석이 세 번이나 돌아오네

견우직녀성이여! 오늘 밤이 짧다고 한스러워 하지 마오

아직도 두 번이나 만날 기회가 더 있다오.

 

위 시는 조선후기 문인 김득련(金得鍊, 1852~?)이 시와 산문을 엮어 1897년에 펴낸 시문집 《환구음초(環璆唫艸)》에 나오는 시입니다. 당시 조선은 음력을 썼지만, 서양은 양력, 러시아는 러시아 나름의 러시아력을 썼으니 이미 지난 칠석이 두 번을 더 오게 된다고 노래한 것입니다. 김득련은 1896년 민영환을 따라 참서관(參書官)으로 러시아황제의 대관식에 참석하고 왔는데 이때 쓴 것이지요.

 

 

역시 《환구음초》에 실린 것들을 보면 “손으로 핸들을 잡고 발로는 페달을 구르니 / 쏜살 같이 내달리며 먼지도 일지 않네 / 구태여 수레 끌며 여섯 필 말 괴롭히랴 / 빠른 것도 느린 것도 내 마음대로인데”라는 ‘자전거’라는 시도 있습니다. 이처럼 《환구음초》는 선진문물을 보고 서구사회에 견줘 뒤떨어진 조선을 염려하는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

 

4월 1일 인천항을 떠날 때부터 그 해 10월 21일 돌아올 때까지 이들은 일곱 달 동안 여덟 나라를 거치며 모두 육만 팔천삼백육십오 리를 다녔지요. 이 때 경유지는 상해ㆍ동경ㆍ런던ㆍ베를린ㆍ모스크바ㆍ몽고ㆍ블라디보스토크 따위로 드디어 조선 처음으로 세계 여행을 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이 때 펴낸 책을 보면 《환구음초》 말고 사행록으로 민영환의 《해천추범(海天秋帆)》과 김득련의 《환구일록(環璆日錄)》이 있습니다. 다만 두 책은, 일부분을 빼면 내용이 거의 같은데 김득련의 《환구일록》을 바탕으로 일부 내용을 고치거나 덧붙여 쓴 것이 《해천추범》일 가능성이 높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