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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문화편지

예쁜 송아지, 뒷날 왜 거친 어미소가 되나?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4103]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黃犢新生母愛殊(황독신생모애수)  누런송아지 막 태어나니 어미 사랑 남다른데

橫跳豎躍入山廚(횡도수약입산주)  이리 뛰고 저리 뛰며 산속의 집으로 들어가네

不知似許便娟質(부지사허편연질)  모르겠네 이렇게도 예쁜 본바탕이

何故他年作笨夫(하고타년작분부)  어찌하여 뒷날엔 거칠어져 버리는지

 

이 시는 다산 정약용의 <하일전원잡흥 효범양이가체(夏日田園雜興 效范楊二家體)> 곧 범성대(范成大)와 양만리(楊萬里)의 체를 본받아 여름날 전원의 이러저러한 흥취를 노래한 것입니다. 누런 송아지가 어미 배 속에서 막 태어나니, 어미 소는 핥아주며 자식 사람을 베풉니다. 그리고 얼마 지나자, 그 송아지는 천방지축(天方地軸) 이리저리 뛰어다니다 산속에 있는 농가의 부엌으로 뛰어 들어갑니다.

 

 

그런데 저렇게도 예쁘고 귀엽던 송아지가 커서 뒷날 어미소가 되면 왜 거칠어지는지 모르겠다고 탄식하지요. 다산은 시골 농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상적인 풍경을 아름답게 묘사하는 노랫말 속에서도 뒷날 거칠어지는 세태를 안타까워하는 마음을 담아내고 있습니다. 다산은 강진 유배기에 500여 권이라는 엄청난 양의 책을 씁니다. 추사 김정희가 그랬듯 다산도 유배가 그의 학문적 성과를 이루어낸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복숭아뼈가 세 번이나 구멍이 뚫리는 고통”을 이겨낸 결과였다고 그의 제자들은 증언하고 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