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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나들이

[화보] 644년 역사를 간직한 영천 거조사 영산전

 

 

 

 

 

 

 

 

 

 

 

 

 

 

 

 

 

 

 

 

 

 

 

 

 

 

 

 

 

[우리문화신문=최우성 기자]  경북 영천에는 영산전으로 유명한 거조사가 있다. 거조사는 신라시대 창건된 절이라고 하나 창건당시의 흔적은 찾기 어렵다. 그러나 경내에 자리한 영산전은 고려 후기에 건축된 건물로 연대가 오래된 한국 전통건축물로 꼽힌다.

 

영산전이란 석가모니 부처님 당시 영축산에서 법화경을 설법하는 장면을 재현한 것으로, 영축산을 재현한 전각이다. 그 때 영축산에는 무수한 사람들과 신들이 모여들어 석가모니 부처의 설법을 들었다고 하며, 그 설법을 듣고 많은 사람들이 깨달음을 얻었다고 한다. 그래서 많은 깨달은 사람들 곧 아라한들이 설법을 듣는 모습을 재현하여 영산전을 세운 것이다.

 

그런 영산전이 있는 거조사의 내력을 잠시 살펴보면 신라 효성왕 2년(738) 원참법사가 처음 건립하였다고 하는 설과 경덕왕(742~765)때 창건하였다는 설이 있다.  창건의 역사가 신라까지 올라가는 오래된 거조사는 경상북도 내 명산인 팔공산의 동쪽 기슭에 자리하고 있으며,  아미타불이 머물고 있다는 뜻에서 거조사(居祖寺)라고 불렀다.

 

이 거조사는 다른 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대웅전이나 극락전 등 부처님을 주존불로 모신 전각이 없는 게 특이하다. 그 대신 부처님과 함께 오백아라한을 주존으로 모신 영산전을 주불전으로 쓰고 있으며 이는  국내에서 가장 큰 규모이다.  영산전 안에 모셔진 오백아라한은 다양한 모습으로, 부처님의 법화경 설법을 듣고, 깨달음을 얻은 부처님의 뛰어난 제자들이다.  흥미로운 것은 부처님의 설법을 들으면서도 그 표정은 모두가 진지한 것이 아니라, 자유분방한 모습을 하고 있는 점이다. 깨달음을 얻은 후로는 설법을 들을 필요성도 없는 듯, 누군가는 장난치고 하품하고 맹수들과 놀고 있는 모습도 있다.

 

거조사의 영산전 건물은 문화재보수공사를 위하여 해체시 발견된 상량묵서명이 있는데 이에 따르면 고려 우왕 원년(1375)에 건립한 것으로 되어있어 영산전 건축물의 연대를 정확히 알 수 있다. 이 영산전은 거조사의 본존 건물로, 그 안의 중앙에는 석가모니부처님과 좌우 협시보살이 있고, 이외의 공간에는 526명의 아라한을 빼곡하게 안치하고 있다. 그것은 석가모니부처님의 설법을 좌우에서 지혜보살인 문수보살과 실천보살인 보현보살이 돕고 있으며, 전각 내 가득 깨달음을 얻은 오백아라한이 있음을 나타낸다.

 

국보인 영산전건축물은 건축형식으로는 원초적으로 단순한 맞배집으로 배를 뒤집어 놓은 모양이다. 정면에서 보면 7칸의 긴 건물에 옆에서 보면 3칸이며, 기둥의 위에는 공포로 장식하였는데, 그 모습이 고려말 주심포양식을 잘 보여주고 있다. 목조가구의 짜임을 보면 부분적으로 부석사 무량수전에 쓰인 솟을합장도 보이고 있다. 이 귀한 건축물은 국보 제14호로 지정되었다. 이 영산전은 보통 부처님을 모신 대웅전의 건축양식과는 달리 그 양식이 단순한 편이며, 건물의 외부에 칠했던 단청도 퇴락하여 거의 보이지 않는다.

 

영산전 안에 모셔진 아라한은 오백나한이라고 부르지만 구체적으로는 526분으로 그 조성재료는 석조다. 이곳에 모셔진 아라한상은 오백성중청문이라는 책자에 각각의 이름이 적혀있는데, 이곳에서 계셨던 영파스님이 지었다고 한다. 하지만 영파스님이 어느 시기의 스님인지에 대한 자료가 없어 아쉽다.

 

거조사 영산전에 모셔진 아라한들은 그 모습과 자세가 각양각색으로 평범한 시골 할아버지모습에서부터 보통의 스님모습, 독특한 모습으로 수도하는 모습, 호랑이를 데리고 노는 모습 등 각양각색 다양한 모습이다.  거조사에 모셔진 아라한님들은 거의 부처님의 단계에 든 도통한 사람들로 옛부터 그 영험함이 널리 알려져 많은 사람들이 기도드리려 찾고 있으며, 최근에는 다시 부활한 나한재를 해마다 가을에 거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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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우성 기자

최우성 (건축사.문화재수리기술자. 한겨레건축사사무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