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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만 보아도 눈물이 핑 도는 나의 갈비뼈

사랑 – 연변 20
[석화대표시 감상과 해설 52]

[우리문화신문=석화 시인]

 

                                                                                         시선집 《연변》 28쪽            

 

 

 

 

< 해 설 >

 

석화의 "사랑 - 연변 20"은 최근 년간 조선족시단에 나타난 가장 아름답고 감동적이고 그 예술적 기교도 아주 성숙된 경지에 오른 애정시의 하나이다. 이 시의 예술적 표현에서의 가장 큰 특징은 용전과 패러디의 묘미라고 해야 할 것이다.

 

시 창작에서의 적절한 용전(用典, 전고의 인용)은 마치도 금반지에 다이아몬드나 귀중한 보석을 박아 넣음으로써 반지가 더욱 광채를 띠게 하고 값이 가게 하는 데에 비유할 수 있다. 남자의 갈빗대를 뽑아 여자를 만들었다는 것은 기독교 《구약성서ㆍ창세기》에 나온다. 석화시인은 이 전고(전례-典例와 고사-故事)를 억지로 가져다가 인위적으로 박아 넣은 것 같은 감을 주지 않게 아주 암시적으로 처리하였다.

 

하기에 이 시를 다 읽고 나서야 사람들은 이 시가 사실은 《구약성서ㆍ창세기》 인간창조의 이야기를 빌어다가 부부의 사랑을 암시적으로 표현했다는 것을 알아차리게 된다. 전고를 인용해도 아주 자연스럽게, 그리고 아무런 작위의 흔적이 없이 처리한 기교가 대단히 돋보인다.

 

이 시는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암시로 일관할 수 있게 되었다. 이 시에서의 서정적 자아는 자기의 아내를 넌지시 갈빗대에 비유해서 묘사하고 있다. “미끈하게 잘 빠진 것도 아니고 / 그렇다고 단단하게 옥 맺힌 것도 아닌 / 두루 그저 그렇게 생겨나서 / 길이로도 무게로도 모자라는 것이 많은 / 내 갈비뼈 한 가닥”이라고 넌지시 묘사하고 있다.

 

이런 표현은 정지용의 시 “향수” 중의 “아무렇지도 않고 예쁠 것도 없는 / 사철 발 벗은 아내가 / 따가운 해살을 등에 지고 이삭 줍던 곳”이라는 구절을 연상시키기는 하지만, 정지용의 시보다는 더욱 암묵적으로 묘사되었다.

 

그리고 “오늘도 나의 그림자를 즈려밟고 / 저만치에서 따라온다.”에서는 김소월의 “진달래” 중의 “가시는 걸음걸음 /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밟고 가시옵소서.”라는 구절이 연상되기는 하지만 김소월의 “진달래” 못지않은 진한 감동을 준다. 이 시는 《성경》의 소재를 빌려다가 조금 손질하여 훌륭한 서정시를 만들어낸 ‘점철성금(点鐵成金)’의 전형적인 사례라고 하겠다.(김정영ㆍ김호웅 <시인의 실험정신과 조선족공동체에 대한 시적 형상화>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