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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띄는 공연과 전시

한여름 밤 박경랑과 함께 꿈을 꾸다

여성독립운동가 그리고 풍류 한 마당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무대 막에는 여성독립운동가들의 이름이 한 사람, 한 사람 새겨지고 있다. 그리고 이윤옥 시인은 무대에 올라 처절한 음성으로 김알렉산드라의 이름을 부른다. 여성독립운동가 김알렉산드라에게 바치는 헌시를 낭송하는 것이다. 그리곤 가수 문진오 씨가 나와 이 시로 작곡한 노래를 비장하게 부른다.

 

올해는 3.1독립운동 100돌, 대한민국임시정부수립 100돌이 되는 해다. 이윤옥 시인은 이제 그동안 부르던 이름들이 아닌 나라의 독립을 위해 헌신했지만 불러주지 않았던 이름들을 불러주는 새로운 100년이 되어야 한다고 외치고 있다. 바로 김알렉산드라 같은 애국지사들을 말이다.

 

 

 

 

이어서 춤꾼 박경랑 명인은 무대에 나와 막에 바쳐지는 저 세상에 간 동생의 얼굴을 바라본다. 그리곤 그가 신었을 법한 흰고무신을 가슴에 안고 나와 곱게 놔두고 엇중모리신칼대신무와 살풀이춤을 춘다. 그렇게 그렇게 동생을 가슴으로 껴안는다.

 

이어서 남해안별신굿보존회원인 한선주, 정승훈 씨가 용선춤을 춘다. “용선”이란 전설 속의 용을 배의 모습으로 형상화한 것으로 “용선춤”은 죽은 넋을 천상으로 인도하며, 이승에 있는 온갖 액을 거두는 것은 물론, 이승에 있는 이들에게 명과 복을 안겨주게 한다는 그런 춤이다. 용선춤을 추는 내내 국가무형문화재 남해안별신굿 예능보유자 정명만 선생이 낮고 구슬픈 목소리로 구음을 한다. 하지만 용선은 쉽게 이승을 떠나려 하지 않는다. 결국 객석에선 여기저기 봉투를 내민다. 그렇게라도 죽은 넋을 달래보려는 것이다.

 

 

이렇게 1부 하늘물망초는 끝이 난다. 잊혔던 여성독립운동가들의 이름이 불려지고, 아직 이승에서 헤매는 죽은 넋에게 애잔한 위로가 건네진 것이다.

 

이어서 2부 “풍류를 담다”가 열린다. 일제강점기 일본의 우리문화 말살정책에 의해 우리의 멋 교방풍류는 사라졌다. 악(樂)ㆍ가(歌)ㆍ무(舞)ㆍ시(詩)ㆍ서(書)ㆍ화(畵)가 어우러진 그 풍류문화를 공유하기 위한 한바탕 마당이 펼쳐진다.

 

2부에선 그동안 이름만 들었지 실제 접해보지 못했던 춤들이 등장한다. 그 가운데 “교방춤”은 “고려와 조선시대의 교방 소속 기녀가 교방에서 학습하고 공연했던 춤”이 전승된 것이다. “교방춤”, 분명한 우리의 전통춤이지만 사람들에게 잊힌 듯한 춤. 하지만 박경랑 명인은 이 영남교방춤과 함께 하고 있다. 4살에 춤에 입문했다는 박경랑 명인. 1997년 서울전통공연예술대회에서 심사위원 18명 전원 만장일치로 대통령상을 받았단다. 현재 “박경랑류 영남교방청춤 보존협회” 이사장으로 교방춤을 전수ㆍ보급하는데 온힘을 쏟고 있다.

 

박경랑 명인은 “영남교방청춤”과 함께 일반인에게 익숙하지 않을 “교방소반춤”, “태평무”의 춤새를 화려하게 보여준다. 명인에게선 보통의 춤꾼에게서 흔히 보이는 교태가 없다. 그저 우리의 전통춤답게 정중동 곧 춤추는 듯 멈추고, 멈춘 듯 춤추는 하는 동작이 이어진다. 그저 보고 있노라니 숨이 막힌다.

 

 

 

 

 

그밖에 무봉 이매방춤보존협회 김호동 회장의 한량무도 돋보였고, 서울시무형문화재 경제시조 변진심 보유자의 시조창, 전라북도 무형문화재 판소리 심청가 송재영 전수조교의 홍보가 가운데 박타는 대목 등이 인상에 남는다. 또 국가무형문화재 님해안별신굿 회원들의 음악반주 특히 피리와 태평소 연주가 뇌리에 남는다.

 

경기도 화성시에서 온 양인선 씨는 “드물게 본 훌륭한 공연이란 생각이다. 보는 내내 숨이 막힐 지경이었고, 잠시 한을 팔 수 없을 정도였다. 나는 처음 접했지만 교방춤이나 용선춤에 푹 빠졌다. 박경랑 명인은 정말 훌륭한 춤꾼임을 분명하게 알려주는 순간이었다.”라고 말했다.

 

다만 이번 공연은 풍류를 다 담겠다는 과함 때문에 조금 산만해진 감이 없지 않았다. “교방춤” 위주로 일부를 줄이고 선택과 집중을 했더라면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그런 옥에 티에도 “박경랑의 춤, 기억하여 담다”는 객석을 꼼짝 못하게 한 대단한 마력의 공연이었다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