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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문화편지

오늘은 입추, 서늘한 음기 잉태되는 때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4139]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휴가를 맞아 시골에 갔다가 얼마나 더위가 심하던지 죽는 줄 알았어요.” 어떤 이가 입추가 다가온 어느 날 한 말입니다. 오늘은 가을 시작된다는 24절기 열셋째 입추(立秋)입니다. 이제 절기상으로는 가을철로 들어서는 때지만 아직 불볕더위는 기승을 부립니다. 《고려사(高麗史)》에 보면 “입하(立夏)부터 입추까지 백성들이 조정에 얼음을 진상하면 이를 대궐에서 쓰고, 조정 대신들에게도 나눠주었다.”라고 나와 있는데 이를 보면 입추까지 날씨가 무척 더웠음을 말해줍니다. 또 “입추에는 관리에게 하루 휴가를 준다.”라고 하여 된더위에 고생한 것을 위로하는 날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가을 절기에 들어섰어도 여전히 기승을 부리는 불볕더위 때문에 모두가 지치는 때지만 대신 이때의 불볕더위 덕에 하루하루 곡식은 튼실하게 여물어간다는 걸 생각하면서 참아내면 좋을 일입니다. 그리고 이제 서늘한 음기가 불볕더위 속에서도 잉태하고 자라고 있음을 기억하면 좋겠습니다. 이 무렵에는 김매기도 끝나고 농촌도 한가한 때여서 이때를 “어정 7월 건들 8월”이라는 말로 표현합니다. 이 말은 5월이 모내기와 보리 수확으로 매우 바쁜 달임을 표현하는 “발등에 오줌 싼다.”와 좋은 대조를 이루고 있습니다.

 

참고로 “입추에 여지가 없다.”라는 말이 있는데 이는 24절기 “입추”와는 상관이 없는 말입니다. 여기서 입추(立錐)는 송곳을 세우는 것을 말하고 있어서 "송곳조차 세울 틈이 없을 정도로 빽빽하게 들어차 있다."라는 뜻입니다. 다시 말하면 많은 사람들이 어느 한 공간에 가득 차 발 딛고 설만한 곳이 없다, 곧 공간이 매우 비좁다는 뜻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