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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문화편지

비문명국가여서 개고기 먹는 것 아니다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4141]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어제는 무더위의 막바지를 뜻하는 말복(末伏)이었습니다. 복날 우리 겨레는 예부터 개고기를 즐겨 먹었습니다. 그 근거로 먼저 조선 순조 때의 학자 홍석모가 지은 《동국세시기》에 따르면 ‘사기’에 이르기를 진덕공(중국 진나라) 2년에 처음으로 삼복제사를 지냈는데, 4대문 안에서는 개를 잡아 해충으로 농작물이 입는 피해를 방지했다고 하였다."라는 내용이 전합니다. 제사상에 오르는 음식은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인 만큼 중국은 물론 우리나라도 개고기를 일찍부터 식용으로 썼음을 말해줍니다.

 

또 17세기 중엽 장계향 선생이 쓴 《음식디미방》에는 “개장”, “개장꼬치누루미”, “개장국누루미”, “개장찜”, “누렁개 삶는 법”, “개장 고는 법” 등 우리나라의 고유한 개고기 요리법이 다양하게 기록되어 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정조 때 혜경궁 홍씨의 회갑연 상차림에 구증(狗蒸, 개찜)이 올랐다는 기록이 있는 것을 보면, 개고기는 임금님의 수라상에도 올라가는 음식이었음을 알 수 있으며, <농가월령가>에는 며느리가 친정에 갈 때 개를 삶아 건져 가는 풍습이 나옵니다. 이렇게 조선시대엔 개고기를 즐겨 먹었다는 근거가 여러 문헌에서 등장합니다.

 

 

그런데 개고기를 먹는 것을 두고 얼마 전 할리우드 배우 킴 베이싱어가 우리나라에 와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개를 식용 목적으로 집단사육하는 국가이기 때문에 한국에 와 기자회견으로 비판한다고 했습니다. 물론 이들이 주장하는 '잔인한 방법'으로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 등을 막아야 한다는 것은 아마도 반대할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마치 우리나라가 개를 식용으로 집단 사육하는 세계 유일한 비문명국인 것처럼 말하며 비판하는 것은 문제가 있습니다.

 

중국 연변 시장에 가면 개고기를 즐비하게 늘어놓고 파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는 것은 물론 개고기 식용은 필리핀, 베트남, 일본 등 아시아 여러 나라의 오랜 먹거리 문화입니다. 그런데도 그런 먹거리문화를 두고 우리나라 사람들이 개고기를 먹는 것이 마치 우리나라가 비문명국가이기 때문에 그런 것처럼 말하는 것은 절대 안 될 것입니다. 다만, 개를 잔인한 방법으로 죽이는 것과 함께 개고기를 마치 만병통치처럼 생각해서 먹는 것은 안 됩니다. 또 할 수만 있다면 서양인보다 장이 80cm가 더 길다는 우리 겨레의 신체 구조에 맞게 육식보다는 채식을 즐기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요?